“그날, 저는 참 귀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래원:연변일보      2018-10-30 09:41:00

지체장애인 김동국(65세)은 아직도 그날의 현장에 있는 듯했다. 차량을 삼킬 것 같았던 ‘검은 연기’보다 더욱 진하게 각인된 건 성도 남기지 않은 채 표연히 사라진 녀운전수의 뒤모습이였다.

잔여 불씨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있는 우아연 운전수. (사진 제공: 김동국)

24일 오전 8시경, 연길시민 김동국은 장애인 전용 삼륜차를 운전하고 연길시 기차역 근처를 지나가던 도중 무언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 본능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그는 급히 차를 세웠다. 차량 발동기가 설치된 차 뒤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를 어쩌나 싶었죠. 저는 혼자서는 차에서 내릴 수 없거든요.”

처음 맞닥뜨린 돌발상황에 김동국은 머리속이 하얘졌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는 것은 확실하나 이렇다 할 탈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려움은 곧 무력감으로 변했다. 그사이 연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찰나, 공공뻐스 한대가 김동국의 차량 앞에 급정거를 했다. 차에서 한 녀운전수가 내리더니 급히 공공뻐스에 있던 소화기를 꺼내들고 김동국에게로 뛰여왔다. 그는 차 뒤좌석의 휠체어를 밖으로 옮긴 다음 김동국을 부축하여 대피시켰다.

“연기를 진압하려면 차량 뒤문을 열쇠로 열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정신 없는 나머지 엉뚱한집 집열쇠를 건넸지 뭐예요?”

차량 문과 한창 ‘실랑이’를 벌리던 운전수가 “차열쇠가 아닌 것 같다.”며 다급하게 소리쳐서야 김동국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 열쇠를 전해주었다.

차량 문을 급히 확 잡아당기는 바람에 문이 열리면서 녀운전수의 이마에 ‘쿵’ 하고 부딪쳤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소화기를 다루어 연기 근처에 분사하였다. 하얀 분말이 분사되면서 연기가 서서히 진압되였다. 가까이에 있는 지인들에게 련락했으니 곧 올 거라는 김동국의 말에 그는 안심하고 부랴부랴 자리를 떠났다. 김동국이 물어보았으나 그는 이름과 련락처를 한사코 남기지 않았다.

“어떻게든 찾아서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름과 련락처는 물론 너무 경황이 없다 보니 차량번호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김동국이 찍어둔 사진 한장이 그녀를 찾은 ‘단서’가 되였다.

화재를 진압하고 떠나기 전 잔여 불씨가 없는지 녀운전수가 다시한번 차량을 확인할 때 김동국이 찍어둔 사진이였다. 김동국은 그 사진을 ‘단서’로 연길시공공뻐스그룹유한회사를 찾았고 끝내 그녀를 찾게 되였다.

녀운전수는 바로 연길시공공뻐스그룹유한회사의 운전수 우아연(46세)이였다.

28일, 우아연은 생각보다 심각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한눈에 장애인 전용 차량인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급하게 상비된 소화기를 꺼내들고 달려갔습니다. 차량 뒤쪽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우아연은 “사람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차에 소화기가 있었기에 차량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었구요.”라며 흡사 그날 김동국을 구출하고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소탈하게 답했다.

김동국은 “저한테 그 차는 저의 두 다리이자 분신이나 다름없습니다. 우아연 운전수가 재빨리 불씨를 진압해준 덕분에 저도 무사하고 차도 다시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였습니다.”라며 요즘 이 일로 마음이 단물을 켠 듯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