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과 함께여서 즐겁습니다”
래원:연변일보      2018-05-09 09:49:00

젊은 시절 사업하랴 자식들 뒤바라지 하랴 늘 마음속에만 간직했던 ‘예술인’의 꿈.

그 ‘예술인’의 꿈을 만년이 돼서야 맘껏 펼쳐보기 위해 ‘문외한’들이 모여 설립한게 연길시고향예술단이다. 2001년에 고고성을 울린 이 예술단체는 지난 17년동안 파란만장을 겪어오면서도 단 한번도 주저없이 일로매진해왔다. 팍팍한 생활때문에 꿈을 접어야만 했던 누군가에게는 꿈을 이룰수 있는 무대를, 쉼 없이 달려오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누군가에게는 활력을 선물해 온 이들 단원들의 심경은 너무나 벅차고 감격적이다. 연길시고향예술단은 단원들과 주변인들로부터 “참 정이 넘치는 예술단이오.”, “마음이 가고 단원들도 가족처럼 너무 편하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2일, 연길시 공원가두 원휘사회구역 2층에 위치한 련습실에서 연길시고향예술단 단원들을 만났다.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가득한 련습실 한쪽에는 일여덟명 되는 로인들이 빙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한창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몇몇 로인들이 거울을 보면서 안무 련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5월 말에 해외 공연이 있는데 공연복장이 오래되여 단원들과 함께 반짝이를 달고 옷고름을 수선하고 있습니다.”

상냥한 웃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연길시고향예술단 최보옥(68세) 단장은 담담하게 이야기 끈을 풀었다.

“현재 저희 예술단에는 18명의 녀성 단원과 6명의 남성 단원들이 있는데 일주일에 닷새씩 오후 반나절 시간을 리용해 이렇게 모여 안무련습도 하고 앞으로의 구상도 교류합니다.”

2014년에 고향예술단에 가담한이래 지금까지 련습에 거의 빠지지 않고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모범생’ 강명희(62세) 단원은 젊음과 활력이 넘쳐 40대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너무 집에만 북박혀있다보니 운동량이 부족해 무용을 시작하게 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원들과 정 들었습니다.”고 말하는 강명희 단원은 “고향예술단은 저에게는 로년의 울타리 같은 존재입니다. 단원들과 마음이 맞고 소통도 잘 되며 가정적이고 화목한 분위기여서 단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라며 기쁜 마음으로 ‘운동’을 하니 저절로 건강해진다고 한다.

평생을 진중한 공무원으로 살아 온 리학일(70세) 단원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끄럼없이 자랑스럽게 ‘장기 자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고 한다. 리학일 단원은 “사업하면서 말수도 적고 롱담할 줄도 모르는 엄숙한 사람이였는데 고향예술단에 입단한 후로는 가족들과 예전 동료들이 놀랄정도로 우스개도 잘하고 성격도 참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이게 다 무용 기초 하나 없는 저를 내심히 가르쳐주고 격려해준 단원들 덕분입니다.”며 퇴직후에도 무언가를 할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데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한다.

여러 예술단을 거쳐 2017년에 고향예술단으로 오게 된 김순자(58세) 단원은 “우리 단장님의 배려심과 마음씨는 정말 최고입니다. 단원들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않아요. 다른 예술단에서는 알게 모르게 련습, 공연 부담이 있었는데 고향예술단은 단원들 위주로 모든걸 다 배려해주니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며 최보옥 단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인 광장무’ 활동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고 인성 좋은 단원들의 매력에 이끌려 올해 3월 정식 입단하게 된 김옥순 단원도, 정 들고 편한 단원들이 좋아 8년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 곳에서 뻐스를 타고 련습하러 다니는 최병철 단원도 모두 예술단의 가족같은 화목한 분위기, 푸근한 단원들의 인심이 좋아 고향예술단에서 인생의 제2막을 꽃피우고 있다.

‘사람 냄새’나는 연길시고향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최보옥 단장은 “다른 예술단에 비해 실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단원들이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면서 무대를 즐기고 다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는 그런 예술단이 되고 싶습니다.”며 “아마 그런 진심이 단원들에게도 전해진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맏언니’ 최보옥 단장 곁에 똘똘 뭉친 단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년의 건강과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