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커피숍의 궐기… 젊은 소통의 문화 열다
래원:연변일보      2017-05-10 08:02:38

테마별 커피숍 따로 있어…

김명희(35세, 연길)

친구가 많은 김명희씨는 매번 5명 이상이 함께 모여 수다를 떤다. (우2)

친구 사귀기 좋아하는 나는 이러저러한 동아리에 많이 속해있다. 이들과 만날 때 커피숍은 적격의 장소이다. 혼자 커피숍에 가는 일은 거의 없고 한번 모이면 적어도 다섯명 이상이다.

각 동아리에서 정기행사를 조직하거나 년말총결을 지을 때도 회의실을 빌리기보다는 커피숍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큰 테블이 있고 프로젝터가 있는 커피숍이 각광받는다.

요즘은 커피숍에 다양한 게임도구들이 많이 비치돼있어서 가끔씩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모일 때도 많다. 도미노, 장기, 군기, 바둑, 다이아몬드게임, 포커, 윷 등 게임도구들 구전하다. 게임을 놀때는 단칸방으로 고고! 옆테블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다.

8월에 출산을 앞두고 요즘에는 주변에 임신한 친구들과 모여서 예비맘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커피숍을 찾기도 한다.

커피숍에는 아이딸린 엄마들이 모여서 수다떠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아쉬운것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이런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는 키즈전용까페를 권장하고싶다.

커피숍을 선택할 때는 테마별로 고르는편이다. 사진 찍으러 갈 때는 전망이 좋은 카*오로, 빵 먹으러 갈 때는 로*번으로, 커피 마시러 갈 때는 가**엘과 마**오 등 선호하는 커피숍이 따로 있다.

다양한 사람 만나는 작은 요지경

박송천(28세, 연길) 자칭 문학도인 시인

동시인 황희숙선생이랑 담소를 나누는 박송천씨(우1).

집 바로 밑에 아기자기 예쁜 커피숍이 있다. 커피숍의 주인장누나도 푸근하고 성격 좋아서 혼자서 자주 간다. 자유기고인이라 조용한 커피숍에서 노트북 하나에 커피 한잔 시켜놓고있으면 령감이 잘 떠오른다.

지인들과 커피숍을 찾을 때도 많다. 커피숍에서 나누는 얘기는 술자리에서 나누는 얘기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잔잔한 커피숍의 분위기에 물젖어 하는 대화가 어쩌면 더 편한것 같다. 커피숍은 일종 교류를 위한 공간이 돼버린것 같다.

커피숍에 자주 가는 리유중 또 다른 하나는… 이건 비밀인데, 커피숍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관찰하길 즐긴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지닌 감정이 다르다. 그때의 감정들이 어떤 행동, 어떤 언어로 표현이 되는지… 아마도 나의 대학 전공이 연극이라서 사람들 표정관찰에 집착을 하는것일수도 있다.

커피숍은 하나의 작은 인간세상이다. 나는 여기서 보고 들은것을 글이나 시로 옮겨적는다.

“커피숍서 커피 안 마셔…”

허연주 (35세, 상해) 프리랜서

허연주씨는 커피숍에서 친구를 사진 찍어주기를 즐긴다. 사진은 허연주씨의 작품.

요즘 커피숍에서 커피를 안 시키고 차나 과일주스를 마신다. 차나 과일주스가 양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전통때문인것 같다.

보통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1:1 혹은 1:2로 간다. 그 이상 모이는 일은 적다. 한달에 5~6회 커피숍을 방문하는것 같다. 주요하게 사업상의 일로 만나야 할 사람과 커피숍을 찾는다. 사무실을 제외한 제2의 비즈니스 장소이다. 사무실에서 만나는것이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될 때 커피숍이 적격이다.

돌이켜보면 친하지 않은 관계의 사람이랑 커피숍이 제격인것 같다. 오히려 친한 친구랑은 커피숍 가는 일이 적다. 평소엔 직장때문에 바쁘다가 여가시간을 짜내 친구랑 만남을 가지게 되면 귀한 시간을 밥 먹거나 술잔을 기울이는데 쓰지 커피숍에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상해쪽은 보편적으로 이런 분위기이다.

상해에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안 마시는 2030세대가 많다. 독서모임이나 와인파티 등 행사장소로 커피숍을 빌리는 일도 많다. 아, 또 한가지. 선을 보는 장소로도 커피숍이 최선인것 같다.

“커피숍엔 커피만 마시러”

리정하 ( 37세, 한국 체류 14년 차)

하루에 적어도 한번은 커피숍을 찾는 리정하씨(우1).

설문조사 내용가운데 커피숍 방문차수가 있는데 “매일 1~2회”가 없어서 아쉽다. 카페인때문에 하루에 기본 한번은 커피숍에 들린다. 한국에서 직장인들은 대부분 하루 1~2회씩 커피숍을 방문한다. 아침, 혹은 점심 식사후 꼭 커피숍에 들려서 한잔씩 사들고 나온다. 커피숍에 방문객이 많은것도 있지만 직장인이라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테이크아웃한다. 일종 습관이 됐다고 할수 있다. 어찌 보면 나른한 하루를 깨워주는 각성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정말 손바닥만한 커피숍일지라도 커피맛만 좋으면 인구류동이 빠르고 장사가 잘된다.

가끔씩 고향인 연길에 돌아갈 때 보면 연길의 커피숍문화도 아주 발전했음을 실감한다. 커피숍 인테리어는 물론 커피맛도 괜찮다. 그런데 너무 시끄럽다. 또 한가지 재미 있는것은 연길의 커피숍에서 대부분이 커피와 함께 빵이나 설빙 등 기타 메뉴를 함께 시킨다는 점이다. 친구 서넛 모이면 테블우가 굉장하다. 커피숍엔 커피만 마시러 다니는 서울에서의 습관과 약간 다른 점이다.

깡술문화에 대한 도전

유려 (34세, 북경) 전업주부

예전에 연변에 다방이 한집건너 들어설 때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어느 귀퉁이에서 볼수 있는 다방, 들어가면 커피가 아니라 명태에 맥주가 나온다.

우리의 문화는 어쩌면 지금껏 알콜에 기초한 친구 만들기, 그런 분위기였다. 얼마전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갔더니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개성이 뚜렷하고 분위기가 근사한 커피숍이 많이 생겨서 알콜 없는 교제문화가 조금씩 정착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분명 우리 깡술문화에 대한 보기 좋은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북경 3환 이내에서 커피숍을 찾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신 망경구에 많이 밀집돼있다. 여기서는 브랜드 커피숍만 알아주는 눈치다.

커피숍은 어떻게 연변의 술문화의 벽을 넘었을가. 우리 조선족 문화속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커피의 맛과 의미 그리고 진솔한 감정을 파헤쳐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리련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