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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약속 어머니의 '명절'

2024-02-18 17:02:00     责编:최월단     来源:중앙인민방송국

 

글 리화연 · 방송 구서림

이제 며칠이 지나면 올해도 막~가고 설을 맞이하게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여파로 주변이 어수선했는데 그나마 요즘은 핵산검사도 안하고 코로나라는 이름을 덜 듣고 살아서인지 마음이 훨씬 편하다. 보슬보슬 내리는 겨울눈을 보고 있으려니 지난 몇년동안 지척에 어머니집을 두고도 혹여나 어머니한테 코로나를 전파할가봐 걱정되여 명절에도 왕래를 못했던 나날들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한다.

명절도 가까워 오고 오늘은 모처럼 쉬는날이라 아침 일찍 평소 어머니가 즐겨드시는 여러가지 과일과 간식거리를 준비하여 나갈 채비를 마쳣다.집에 간다는 소식에 어머니가 언제 오냐고 여러차례 문자오셨다. 년세도 계셔서 음식준비 장만도 버거우실 텐데 언제나 한상 푸짐하게 차리시고 자식들을 기다리신다. 우리집에 오시라고 해도 "자기집 가마목이 제일이다" 라며 고집을 꺾지 않으시는 어머니시다.어머니라는 책임감과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해마다 주름이늘고 흰머리가 많아지듯 더 외로움을 타시는 때문인지 오매불망 자식들의 방문을 고대하고 어린애마냥 기뻐하며 반겨주시는 어머니시다.

요즘같은 세월에는 한집건너 한국 나들이를 하다보니 명절이라도 딱히 인사갈집도 그렇다고 집에 방문하는 친척분들도 거의 없고 어머니 친구분들이 간혹 오시는게 전부이다. 하지만 내가 어릴때까지만 해도 외할머니랑 함께 살아서 그런지 명절때면 우리집엔 손님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며칠전부터 명절에 만들 음식 재료들을 사들이셨다. 명절 전날에는 큼직한 배추를 초절이 하셔서 배추김치도 하시고 오이김치 양배추김치 무우깍두기 등등 여러가지 밑반찬도 마련하셨다.

그리고 명절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돼지발쪽도 삶으시고 여러가지 푸짐한 요리로 상다리 휘어지게 명절상을 차려서는 친척분들한테 대접하시곤 하셨다. 모두들 명절을 즐기느라 어른들은 화토장도 치고 카드놀이도 하고 애들은 오락도 놀고 하는데 어머니만 주방에서 이것저것 음식준비로 바쁘게 보내셨다. 그리고는 식사가 끝나면 또 설겆이로 분주하시고 설겆이를 마치면 또 색다른 음식을 준비 하신다며 찹쌀가루를 이겨서 고기소를 넣고 만두를 빚으셨다. 손에 물이 마를새없이 돌아치는 어머니를 보면서 다음 명절때는 손님들이 안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적도 있다. 

부엌 한귀퉁이에 자리한 커다란 식장안에는 알록달록 밥공기며 국그릇 그리고 크고작은 접시들이 넘쳐났었다. 그것도 모자라 식장위에도 어머니가 평소 아끼는 꽃무늬간 큰소래 작은소래가 쌍쌍이 줄을맞춰 놓여있었다. 그리고 장식장 안에도 크고작은 술잔들이며 작은 앞접시들이 차고 넘쳤다.그러다 명절이 되면 뒤질세라 다투어 내려와서 어머니의 손길을 거치고 주방을 휘젓곤 했었다. 명절손님들이 다 가시고 나면 어머니는 깨끗하게 씻은 그릇들을 눈처럼 하얀 마른행주로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아서 또 차곡차곡 넣으시곤 하셨다.어머니한테 명절은 또 다른 의미로 로동하는 날이나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문을 떼고 들어서니 소고기국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어제 미리 사다드렷던 소고기가 끓고있는 모양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버섯볶음을 하시던 어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미 밥상에는 나랑 딸아이가 좋아하는 갈치구이 고등어구이며 오징어볶음 물고기찜 시금치뭍힘 등등 여러가지 반찬들이 올려져 있었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맛잇게 먹는 우리 모녀를 보시면서 흐뭇하게 미소 지으시는 어머니를보면 그렇게 좋을가 싶기도 하다.나도 딸 아이한테는 부모이지만 어머니 절반도 따라갈것같지 않다. 가끔은 이좋은 세월 아버지도 살아계셨더라면 명절날 예쁘고 근사한 옷 차려입고 두분이 여행도 다녀오시고 남은세월 본인들만의 행복을 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가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일찍 양친부모님 다 잃으시고 고아 아닌 고아로 명절에도 홀로 적적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에 비하면 그나마 어머니라도 계셔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젊으셨을때는 키도 훤칠하시고 얼굴도 보름달처럼 환하고 장미처럼 이쁘게 생기셔서 뭇 사람들의 눈길을 한몸에 안으셨다는 어머니이신데 세월앞에선 장사 없으시다고 이젠 얼기설기 주름이 서린 할머니가 되셨다.평생 가정위해 자식들위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한 어머니가 계시기에 명절이 되여도 반겨주는 따스한 보금자리가 있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대식품때에 먹었었다는 깻잎떡이며 오그랑 조개떡도 먹어보고 명절 임박이되면 손수 만드시는 가래엿이랑 여러가지 쌀과줄도 먹어보게 된다.

꽃보다 더 고우신 나의 어머니...이젠 명절다운 명절을 뜻깊게 보내시고 건강하게 나의 곁에서 만년을 즐기시면서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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