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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약속 창려 봄바다

2021-04-17 16:36:28     责编:박운     来源:央广网

글 사송이 · 방송 구서림

 

 

    

    썰물이 빠지면 바다우로 잠깐 드러나는 띠모양의 가느다란 섬이 생긴다. 그러다 밀물이 들어올 때면 다시 잠겨버린다. 밀물과 썰물사이 시간을 리용해 갈매기들은 “림시섬”에서 휴식을 취한다. 아무리 갈매기라고 하지만 항상 바다물에 떠있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마냥 하늘에서 날 수도 없다. 하루종일 바다에 잠기지 않는 모래밭에 내려앉아서 다리쉼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거기는 사람들의 전용이다. 수시로 오가는 사람들을 피해 갈매기들은 그렇게 바다와 림시 륙지사이에서 전전한다. 갈매기와 사람 중 도대체 누가 바다의 친구인 것일가. 사람은 바다가 없어도 먹고살지만 갈매기는 바다가 유일한 생존공간이라고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갈매기가 더 가까운 친구가 돼야 하지 않을가 싶다.

 

    아직 나무들도 잎을 피우지 않은 초봄이라 바다가는 한적하다. 그런 가운데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 그들 중 녀자들끼리 두명이 오는 경우는 많아도 남자 두명이 오는 건 한쌍도 못봤다. 남자들이 두명이 다니면 아주 싱거운 일인가 보다. 반대로 녀자들은 동성끼리라도 팔짱까지 끼고 아주 자연스럽게 바다를 즐긴다. 세상은 적지 않은 경우에 남자들에 대한 시선이 더 린색한 것 같다. 남자 두명이 와서 바다가를 산책하는 것도 이상한 그림이고 출장도 아니고 놀러 나와서 한방을 같이 쓴다는 것도 다소 어색한 상황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 두명임에도 어울리는 그림은 술을 마실 때밖에 없다. 남자들은 외로움에 지쳐서 술과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바다도 하늘의 눈치를 보나보다. 전날 새파란 하늘일 때는 바다도 따라서 파랬는데 이튿날에는 황사가 몰려오니 바다도 따라서 색상이 어둡다. 먹장구름에 소낙비가 쏟아질 때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검푸른 바다의 기세에 상상이 간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다경관 집이요 호텔방이요 하며 바다를 마주한 창문을 동경하지만 그것도 하늘이 협조해줘야 이루어질 수 있는 그림이다. 

  

    어찌됐든 운좋게도 호텔은 동쪽과 남쪽으로 량면이 바다 풍경이다. 침대에 바로 누우면 눈앞에 바다가 들어오고 돌아누우면 왼쪽 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기가막힌 구조의 풍경이다. 그런데 그것도 이틀을 있고 나니 별로 희한한 줄을 모르겠다. 사람의 시각 심미에 피로가 오는 시간은 후각보다는 길지만 시각이라고 장원한 건 아니다. 그래서 남성들은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도 아무리 이쁜 녀자와 결혼해도 얼굴은 길어서 반년이라는 말들을 서슴치 않고 내뱉는가보다. 어느때는 나의 녀신이니 뭐니 시를 쓰다가도 언제 그랬나 싶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심미 피로를 호소한다. 요상한 게 사람 마음이고 더 뻔뻔스러운 게 이쁜 녀자에 대한 남자 마음의 유효기인 것 같다. 

  

    썰물이 빠져나간 바다가에서는 조개 껍질들이 여기저기서 반짝인다. 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모양새를 갖추고 색상도 달리하는 조개껍질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사진을 남기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심령의 휴가라고 하더니 이런 경우를 말하나 보다. 잠시라도 일에서 해탈됐다는 그 느낌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전 한주도 북경시의 교구를 돌면서 나름 힐링을 한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멀리 나갔어도 결국은 북경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잠의식이 한구석에서 작용하는지 어쩐지 해탈된 느낌이 아니다. 그냥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휴가는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발짝 더 나아간 욕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북경시는 지난 3월 16부터 방역지침을 조절해서 타성으로의 이동이 많이 쉬워졌다. 북경시에서 운전하여 3시간 반 거리면 북대하의 창려라는 곳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고속도로 운전을 하는데 옛날처럼 총알같이 달리는 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많아진 원인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많이 여유로워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습관이 되지는 않는다. 가끔은 쌩하니 앞질러 가는 차들이 있어야 고속도로 답게 느껴질텐데 다들 신사들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오히려 속도계를 수시로 들여다보게 된다. 다들 지키면서 가는데 나만 과속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우려다. 

 

    도착한 곳은 바다를 낀 작은 아빠트단지다. 단독주택으로 설계한 별장도 있고 고층 아빠트도 있고 호텔도 몇개 들어섰다. 별장은 나의 생과는 인연도 없거니와 바라볼 나무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눈앞에서 여기저기 보이니 욕심이 나기는 한다. 그냥 욕심만 날뿐이지 여전히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게 안된다면 호텔에서 며칠 정도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가. 자아위안을 하자면 어느 별장에서도 가질 수 없는 시야와 높이의 호텔방에서 대리 만족을 하며 휴식의 한때를 보내는 것도 괜찮은 시간이였다. 호텔의 직원이나 아빠트단지 관리원들이나 이곳의 사람들은 인사를 아주 친절하게 잘 건넨다. 어떤 때에는 과분한 친절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눈길을 피해도 어김없이 큰소리로 알은 척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지 작심하고 눈길을 주동적으로 줬는데 그쪽에서 피해버리는 난감한 경우도 없지 않다. 같은 교육을 받았어도 다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였다.

 

    출장이든 휴가든 어디를 가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건 아침식사다. 일단은 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밥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나긴 아침 시간에 그 풍성한 음식들을 다 맛보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어떤 때에는 이 음식을 그대로 점심으로 옮겨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만큼 풍요로운 아침이다.

 

    바다가에는 여러가지 외국 맥주가 구비된 맥주바가 있다. 실내는 어두운 조명으로 분위기를 잡았으나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바깥 테이블이 유혹적이다. 아직은 바람도 쌀쌀하고 철로 된 차거운 걸상에 엉뎅이를 대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각을 잡기 위해서는 꾹 참고 앉아야 한다. 생맥주에 고구마튀김 하나를 시켜놓고 바다 바람과 파도소리를 안주로 잔을 기울이면 가슴이 확 트인다. 거품이 맞춤하게 차오른 잔을 바다쪽으로 맞춰놓고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속에서 오후 태양을 마주하고 한잔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려야 한다.

 

    심령의 유쾌한 휴가를 마치고 호텔을 나오는데 금방 도착한 젊은 친구들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향하고 있다. 참 좋은 나이에 좋을 때다. 나는 이 나이에야 비로소 이런 휴가의 묘미를 알아가고 있는데 저 친구들은 일찍부터 생활을 향수하며 살아간다.

 

    사회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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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약속 창려 봄바다

썰물이 빠지면 바다우로 잠깐 드러나는 띠모양의 가느다란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