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무색케 하는 언어의 벽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9-03-27 15:14:00

어제 “사투리의 친숙함”에서 “시리즈로 10탄 정도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댓글(이제 표기를 대글로 고집하지 않고 댓글로 가겠습니다.)을 읽었다. 네티즌이 뭘 수요하시면 뭘 쓰는게 위챗이 먹고사는 길이다. 그래서 10탄은 몰라도 일단은 2탄은 써야 되지 않겠나 싶어서 오늘의 위챗을 시작한다.

지난세기 90년대말 (지난세기라니까 무려 두 세기를 가로타고 산 삶의 중후함을 느끼게 되네요) 한국회사에 근무한 동창이 있었다. 어느날 사장님이 약 심부름을 시켰다.

“최과장 약방에 가서 두통약을 좀 사다주실래요?”

“예 사장님 무슨 약을 사다드릴가요?”

“두통약이요.”

“그러니까 무슨 약을...?”

“두통약이라니깐요”

“사장님 저도 두 통인건 알겠는데 무슨 약인지 말씀을 하셔야 두 통을 사든 세 통을사든 하죠.”

그 당시 우리의 언어습관에서는 좀 길지만 “머리아픈데 먹는 약”이다. 고향에서 쓰던 말로는 취퉁팬이다. 전에 한국인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던 친구 립장에서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도 전에 들었던 례인데 오늘 주제가 주제인만큼 한번 더 우려먹는다. 이번엔 내가 직접 겪은 일화다. 어느날 한국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물어본다.

“중국에도 구걸(국어를)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니요.”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 한국인의 뜻은 우리나라에도 한국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많은가 물어보는거였다. 그런데 나는 “국어”와 같은 발음의 “구걸”로 잘못 알아들었으니 쉽게 말하면 빌어먹는 사람이 많은가로 들은거다. 그래서 거지가 많다고 하면 외교적인 문제도 있지 않을가 싶어서 얼른 “아니요”라고 답한거다. 지금도 “국어”는 애매한 단어다. 일본에 가서 국어라면 일본어고 미국에 가서 국어라면 영어다.

역시 지난세기 90년대의 일인데 중국에 와서 사업하는 한국인의 숙소에서 가사도우미로 있었던 아주머니의 이야기다. 어느날 아주머니가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사장님 집에 메치(가스)가 없습니다.”

“예? 멸치가 없다고요?”

“아니요 메치가 없다고요.”

한어의 영향으로 그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스를 쉽게 “메치”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립장에서는 알아들을리 없고 그와 비슷한 멸치로 듣기 좋게 받아들인거다.

청각이 좋지 않았던 세 사람의 대화가 생각난다.

“낚시하러 갑니까”

“아니요, 낚시하러 갑니다”

“아~ 그런걸 난 또 낚시하러 간다고...”

이번에는 현세기의 례를 찾아보자. 지난해에 한국에서 조카딸부부가 놀러왔다. 조카딸은 우리나라 조선족이고 남편은 한국인이다. 어느날 뒤에서 따라오던 조카딸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저렇게 둘이 웃고떠들고 참 좋은 때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였다. 한국인인 남편이 이런 말을 할줄 안다.

“얼빤한게...”

분명 욕에 가까운 말인데 조카딸은 그게 재밌고 웃긴다고 까르르한거다. 중국인 안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한국인으로서는 죽었다 깨나도 따라할 수 없는 표현이다. 로파심에서 부연 설명을 하는데 학교 때 선생님이 “조카”는 남자만 가리킨다고 하셔서 여기서 “조카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조카의 딸이 아니고 녀자 조카를 가리킴을 밝혀둔다. 이 선생님이 례를 드시는데 어느 신문에서 고모가 고중에 다니는 조카를 데리고 대중목욕탕에 갔다는 구절을 보셨단다.

“세상에 다큰 남자애를 데리고 녀탕에 갔다는 말인데...어이없기로 짝이 없습니다.”

이 선생님이 드신 잘못된 표현의 례가 많은데 여기서 한가지만 더 들기로 한다. 역시 어느 신문에 실린 글인데 대개 이런 구절이다.

(그는 날씨도 화창한 휴일이라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갔다.)

“드라이브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라고 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라니? 내 참 한심해서...”

어제 댓글에서 한분은 “안쪽이라...”이렇게 짧고 강력한 댓글을 달아주셨다. 안쪽이라함은 전에 어른들은 우리와 다른 말투를 쓰는 사람들을 안쪽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쉽게 말하면 평안도와 경상도 억양을 쓰는 사람인데 주로는 경상도 억양을 많이 지칭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함경도 방언에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댓글에서 익숙하다 재미있다 하는 마당에 이 분만 어리둥절해서 “안쪽이라...” 이렇게 짤막한 댓글을 다신걸로 안다. 참 센스있는 분이시다.

댓글에는 또 “노배”라는 별명을 가진 동창이 있었는데 외국 나간 뒤로 련락이 없다는 그리움도 담았다. 또 한분은 집에서 “배채”,“고치”이런 사투리를 쓴 영향으로 작은 아들이 학교 숙제책에다 그대로 사투리를 써서 선생님으로부터 집에서 표준어를 사용해주십사 라는 부탁도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언어는 여러 환경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위챗 모멘트에서 어떤 축구기사와 관련해 올린 이런 내용의 글을 봤다. 고대로 옮기면 이러하다.

“언제부터 련합을 연합으로, 로년을 노년으로, 량해를 양해로, 물심량면을 물심양면으로 쓰는 조선어도 한국어도 아닌 <연변어>가 됐을가?”

생각되는 바가 많았다. 우리는 당시 주은래 총리가 중국의 조선어는 조선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한 이후로 나라적인 차원에서는 그 기준이 변한적 없다.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스스로가 우왕좌왕하는거다. 지금도 입말에서는 “한국어과”라고 하는 국내 모든 학과의 한어 공식명칭은 “조선어과”다. 그리고 반도도 “한반도”가 아닌 “조선반도”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을 따라하든 조선을 따라하든 어느 하나를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나 싶다. 단언컨대 지금은 한국이 좀 잘나가니까 그리로 기우는데 이제 또 조선의 경제가 올라오는 날에는 또다시 돌아갈 것이다. 내 개인적인 예측인데 궁극적으로 고유어를 잘 지켜낸 조선이 더 우세하지 않을가 싶다. 언어도 발전해야 된다는 구실로 외래어가 범람하고 이도저도 아닌 범벅이 되여서는 어떤 경우에도 바로 서기 어렵다.

언어의 벽,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힘을 갖고있다. 그 벽이 두터워져갈수록 허물기 어려운 법이다.

아예 쌓지 말아야 된다.

글: 궁금이

*본문은 작가 개인의 견해일뿐 중국조선어방송넷 위챗 계정의 견해나 립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