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먼 풍경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8-05-10 14:43:00



매화향기

매화향기 가득한 겨울 뜨락에
가슴 하얀 산새가 붉은 열매를 먹네

아 저 붉은 열매 붉은 추억 붉은 눈물
어머님 그곳에도 흰 눈은 내립니까

겨울산에 쌓이는 세월의 무게
가슴깊이 서리는 붉은 열매가 익네

아 저 붉은 추억 붉은 설음 붉은 희망
친구야 그곳에도 흰 눈이 내리는가

매화향기 가득한 겨울 뜨락에
영원한 하얀 목소리로 나를 부르네


농가향기

옛 전설 무릎 포개고 웃던 세월

토실한 향기 물오른 오솔길에
물방울 구름 걸리고

강아지 물어온 뒤강물
맑은 목소리 우리 령혼 푸들댔지

할아버지 언덕에
흰 눈은 설화처럼 하얗게 쌓이고

어머님 동구밖에
흰 저고리구름 우릴 부르는 곳

초가지붕 쌓이는 하얀 그리움
오손도손 하얀 숨결

농가는 숨쉬는 전설처럼
하얀 그 시절로 우리를 부르네


옥수수타래

황금이야기 주저리 주저리
설법으로 처마에 알알이 걸렸네

한알두알 눈물과 세알네알 한숨
외로움에 끝내는 떠나온 먼 풍경

노란 글자 노란 언어 노란 옛말
우심봉 푸른 멍방울로 살아

무량 세월 사랑은 농익어
렬패자(劣败者) 동공에 아라리 열렸네


고추밭에서

갈라터진 엄마 노을손 빨간 고추 딴다
진붉은 눈물이다

새각시 파란 꿈 붉게 터져
가슴 쩌렁쩌렁
엉겁의 세월 매운 매를 내린다

오직, 삼남매로 꿈길 연
울 엄마 터진 무애
한 세월의 고추밭 다 불태워버렸다


송아지

어미소 풀을 뜯던
논둑에 음매-
금빛송아지 먼데 구름 울다

전설은 지고 방울소리
마른 강변에서
그날의 은빛노을 만나는 곳

각혈된 메아리
처량한 노을강변 옛 자리에
하늘도 붉다


우물

세월에 깊어진 우물
푸른 산이 내려와 앉다

구름과 별과 계절이 들어오고
바다의 눈물 안으로 길러

알알이 물구술 빛으로 태여나
푸른 전설 읽는다

두레박 타고 내리는
외태머리 핑크빛 미소

하얀 백발 펑펑펑
설해목 꺾이는 계절의 무게

환영의 날은 사라졌어도
세월의 뒤안길로

다시 돌아와 고인
우물은 륙지의 눈동자

동그란 하늘 열고
오늘도 푸른 옛말 출렁인다


하얀 족속

온몸에 휘감은 하얀 붕대
그대로 불길이다

엄동혹한 쩌렁쩌렁 가슴 빠개도
곧은 절개 꺾임 없다

하얀 빛 얇은 봇결은 더욱 숫스러워
의젓하고 억센 봇떼구름

불함의 기슭 하얀 녀인들
길손의 발걸음 장승처럼 심긴다


은분세가(银粉世家)

붉은 진달래 그날의 세월 피워내고있었지
너의 호흡 그대로 바위 되여 곱게 앉았지

흰 눈은 은빛의 령혼으로 진달래 꽃잎우에
바위우에 하얀 사랑의 동화 곱게 피웠지

선아, 그날의 미소 매화향기처럼 피였다
선아, 그날의 목소리 소나무처럼 짓푸르다

선들한 바람 산골짜기 빠져나가고있었다
하얀 치마자락 눈보다 환히 널 휘감았다

흰 눈은 그리움 되여 매화처럼 곱게 피였지
붉은 입맞춤 락인처럼 그 세월에 멈춰섰지

 

작가 김영건

<도라지> 2016년 1호

위챗공식계정:doraji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