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들려주는 이야기 정직하게 전할게요’
래원:연변일보      2019-09-08 10:27:00

그녀는 플로리스트를 시작하고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꽃을 디자인하는 직업이 플로리스트이다. 꽃이 보다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플로리스트 강영(31살)씨가 디자인하는 꽃은 조금 더 특별하다. 2일, 꽃말과 성별로 꽃을 굳이 나누지 않고 꽃 자체를 사랑한다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절강성 항주의 한 꽃집에서 플로리스트로 있는 강영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마음껏 고집할 수 있는 개인작업실도 함께 운영중에 있다. 그녀의 꽃은 무난함을 추구한다. 특별하게 화려하지 않다. 그저 꽃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꽃을 받는 사람의 성별, 성향, 나이를 고려해 그에 맞는 디자인을 추천한다. 상황에 맞는 디자인과 색감으로 고객들의 모든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이런 꽃 한송이를 퇴근길에 사서 집에 간다면 그 꽃을 받는 사람도, 그 꽃을 사는 본인도, 그 꽃을 판매하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꽃을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별한 날에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만족을 위해 꽃을 사는 문화가 자리잡혔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꽃은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지친 일상에서 얻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힐링을 바란다면 꽃이 제격이라는 그녀가 꽃에 빠진 건 불과 2년 전이다.

2015년에 연변대학 조문학부 석사과정을 마친 그녀의 첫 직장은 상해에 있는 한 외국계 연구원에서 시작됐다. 요즘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정적인 직장중 하나인 셈이다. 그렇게 안정적이기만 했던 길을 열심히 지나오다가 문득 돌아보니 사회와 회사가 원하는 부품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내가 이 회사에서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힘이 빠지고 점점 보람을 느낄 수 없게 되던차에 남편이 근무지를 옮긴 것이 ‘화근’이였다면 ‘화근’이였다. 남편과 함께 떠나면서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플로리스트로 직업을 바꿀 정도로 그녀는 취미생활로 가끔 시도했던 꽃꽂이에 빠졌다. 퇴사 후 그녀는 꽃 도매시장으로 향해 밤낮으로 공부하며 버텼다. ‘동네 꽃집을 해서 먹고살 수 있겠냐.’며 반대하는 지인들도 가끔 있었지만 그녀의 꽃에 대한 사랑을 꺾지는 못했다. 그동안 그녀는 모아두었던 적금을 모두 쏟아부어 베이직 과정부터 시작해 창업과정, 웨딩과 파티 과정, 기능사 자격증 과정을 거치면서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올해초에 지금의 항주에서 플로리스트로 현역을 뛰고 있는중이다.

“좋다 나쁘다 기준이 아니였다. 상황에 맞게 선택한 것일 뿐이였다. 직장인의 삶이 의미 없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단지 좀 더 내가 원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흔들리는 그녀에게 삶의 전환점을 심어준 건 다름아닌 ‘꽃’이였다.

그녀가 꽃을 다루는 공간은 일상생활에서 꽃과 식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업체 행사나 이벤트, 런칭쇼를 맡아 플라워 스타일링을 하기도 한다. 이미 유럽 전역은 자연스럽게 꽃을 접하는 문화가 자리잡혀있다.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을 구매하고 직접 장식을 한다. 또한 마트나 시장 등에선 어렵지 않게 꽃집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꽃은 특별한 날에만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플로리스트 강영의 ‘꽃 철학’은 늘 ‘꽃이 우리 일상으로 깊숙하게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꽃을 화려하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이는 꽃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에서다.

플로리스트는 결코 화려하기만 한 직업은 아니다. 현실은 다르다. 화려함과 아름다움 그 리면에는 고된 육체적 로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온몸 구석구석 안 쑤시는 곳이 없다. 남들 모두 곤히 자는 새벽에 일을 나서야 하는 고됨은 기본이다. 직업의 특성상 가위질을 많이 해 손이 성한 데가 없다. 화병이나 화분, 비료 포대 등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업무가 많아 허리 디스크는 덤으로 진작 찾아왔다.

강영은 “내가 만든 꽃을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면 그동안의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이 일을 한번 시작하면 헤여나오기 어려운 중독과 같은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를 시작하고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는 강영, 가끔 롱담식으로 ‘언제쯤 싫증 나서 그만둘가’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까마득한 후의 일, 아니 아예 그만둘 때가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