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 "연변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래원:스포츠니어스      2019-01-22 14:28:00

두 개의 신분을 가진 독특한 사람들이 K리그에 있다. 한국 군경팀 선수들은 병역 의무를 리행하면서도 동시에 프로축구 선수라는 "이중 신분"을 가지고 있다.

2017시즌 연변부덕팀에서 활약하다가 상주상무팀으로 이적한 윤빛가람 선수도 마찬가지인데 일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변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라고 전했다.

얼마 전에 최전방 체험을 했다고 들었다.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6사단에서 GOP 체험을 하고 왔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엄청 춥다고 해서 약간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내가 체험한 날이 비교적 따뜻한 날이였다고는 하지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잘 챙겨 입으니까 춥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다. 오히려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는 점이 힘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버텨냈다.

철원이 춥지 않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 연변에서 뛰다 와서 그런 것 아닌가.

글쎄… 그럴 수도 있다. 연변에 비해서는 철원이 춥지는 않다. 거기 안 가본 사람은 추위를 론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내가 연변에서 돌아온 다음 우리나라에서 제일 따뜻한 동네인 제주도에서 뛰다가 입대하지 않았는가. 군 보급품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을 하면서 김승대에게 고마웠을 것 같다.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본인이 그러더라.

연변으로 이적을 했을 때 내가 먼저 팀에 합류했고 김승대가 3주 늦게 도착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서 륙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오느라 늦었다. 그 때는 내가 좀 많이 놀렸다. 머리 빡빡 깎고 팀에 합류해서 어리바리 하고 있으니 많이 웃으면서 놀렸다. 그러면서도 물어봤다. 군 생활에 대해서.

고작 4주 해놓고서는 한 1년 9개월 한 것처럼 얘기하더라. "한 번 가보라"면서 "김치가 고기로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뭐 어느 정도 도움은 됐지만 어떻게 현역과 '4주'가 같겠는가. 이야기 들어보니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은 륙군훈련소에서 4급 판정 받아 사회복무요원 하는 친구들과 같이 훈련 받는다더라. 훈련이 다르지 않는가. 현역 자부심은 확실하다.

그나저나 연변이 요즘 힘들다는 소식이 있다.

나도 들었다. 싸이버지식정보방(싸지방)이나 휴가 나와서 연변에 관한 소식을 접했다. 사실상 지금 신분은 연변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하던데 아직까지는 내가 군인 신분이니 정확히 아는 것은 없다.

연변 질문을 하니 그곳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연변에 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관중들의 열정이었다. 대단하다. 어느 경기를 가도 관중들도 많이 온다. 요즘 들어서 생각하는 것은 중국 리그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경쟁력도 좋고.

한국에서는 연변 사람들이 "못산다"는 이미지가 있다. 내가 볼 때는 아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외제차도 굉장히 많고 잘 사는 사람도 정말 많다. 솔직히 중국 동포라고 하면 위험하다 이런 이미지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도 좋고 의리 있다. 작은 도시라서 똘똘 뭉치는 느낌이 있다. 중국 동포들의 자부심이 있는 곳이다.

나는 연변에서 잘 지냈던 것 같다. 언어도 우리 말을 하면 되니 상관이 없었다. 내가 조금 힘들었던 것은 사투리 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정말 사투리가 심한 동료는 알아듣기 힘들더라. 한 2주 정도는 고생했다. 그런데 2주가 지나니 소통이 된다. 팀 내에 있는 중국 한족 선수들과는 동포 선수들이 통역을 해주니까 또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다.

가끔은 연변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정말 축구 열정이 대단하다. 홈 경기 끝나고 시내 나오면 연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양꼬치 구워먹고 있다. 그 양꼬치도 진짜 맛있다. 한국에서도 연변 가기 직전에 양꼬치 먹으면서 "야 이거 진짜 맛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연변에 가니 거기가 원조더라. 팬들의 함성과 양꼬치 때문에 연변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맞다. 경기할 때 나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이 "잘했다"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돌아보면 아쉬움 남는 경기가 많다. 항상 경기를 끝내고 나면 후회를 한다. "이럴 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저기서는 좀 더 할 수 있는데 왜 못했을가" 스스로 자책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후회하지 않으려고 더욱 노력하는 것은 있다. 경기 전에도 걱정이 많은 편이다. 강팀과 붙기 전에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내가 좀 풀어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경기 전에 고민을 하다가도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경기를 한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다시 또 후회한다. 일종의 승부욕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유망주" 소리를 듣던 윤빛가람이 벌써 고참이 됐다.

사실 내가 올해로 서른 살이 됐다. 지난해 12월 31일이 되니 마음이 싱숭생숭 하더라. 20대 때 뭔가 많이 한 것 같은데 막상 이대로 끝난다니 허무했다. 시간이 빨리 갔던 것 같다. 전역 날만 생각하면 유독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데 지나온 날을 생각하면 참 빨리 흘러간다.

아무래도 과거를 돌아보면 처음 프로에 입성했을 때가 생각난다. 21세에 경남FC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무언가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고 많은 것을 이룬 시기이기도 했다. 상도 받고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생각하면 재밌었다.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 때는 어렸고 신인이었다. 경기 한번 뛰게 해주면 그 자리 꿰차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뛰였던 것 같다. 겁도 없이 막 뛰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하루 이틀 나이를 먹다보니 뛰면서 여유를 찾게 되더라. "베테랑"이라는 말을 괜히 하는 것이 아니더라. 지금 돌아보면 그 때의 나는 당돌했다.

이제 30대가 되니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할가? 은퇴도 생각해야 하고 그 이후에는 뭘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큰 변수가 없다면 결혼을 하겠지? 누군가를 만나면서 인생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저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일어나봐야 아는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