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누군가에겐 ‘꼰대’일수 있다
래원:연변일보      2018-03-14 10:49:00

‘꼰대’란 원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되였다. 그런데 그런 ‘꼰대’들이 젊어지고 있다. 나이가 비슷한데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경험담을 남에게 강요한다. 어리다고 꼰대가 아니란 법은 없다. 꼰대를 싫어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도 꼰대일때가 있다.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김경희 자영업(34세)

사업단위에 몇년간 몸담그고 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러저러한 창업모임이나 경영인들 조직에 많이 참가하고 있는데 어떤 조직에나 꼰대는 있다.

자영업을 하는 나에게 이른바 ‘편제내’꼰대들은 이렇게 말한다. ‘언제까지 자영업 할거냐, 그래도 편제를 가져야지’라고 관심조로 말하는데 말속에 우월감이 드러난다. 정작 나는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돼서 ‘편제’를 버렸는데도.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싱글인 나에게 빨리 돈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해 편하게 살라고 도를 넘은 걱정을 하기도 한다.

또 9품깨알관도 못되는 자리 하나 얻어가졌다고 그것을 턱대고 직장외에서 꼰대짓하는 사람도 많이 봐왔다. 복무원들을 무례하게 대한다거나 사업시간외에 부하직원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등이다.

창업분야 모임에서는 수입이 괜찮다싶으면 벌써 발언권을 틀어쥔다. 차를 비교하지 않나 화장품이나 가방브랜드를 비교하지 않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찔끔찔끔 벌어서 언제 성공하냐는 식으로 얘기한다. 일때문에 광주나 심수, 상해쪽을 돌다보면 30대에 생산량이 억대를 넘어서는 사업가들도 생색을 내지 않는데.

꼰대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이 사는 울타리밖을 벗어나 세상을 많이 돌아보면 좋을텐데.

진 연(가명), 30세

대학교 1학년에 갓 붙었을 때 일이다. 처음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기숙사생활을 하는 신입생이라 뭐든 서툰 시기였다. 그런데 2학년 선배 한명이 다가오더니 살가운 인사 한마디도 없이 다짜고짜 “이래라, 저래라”하면서 청소를 시키는 것이였다. 후배에게 례의나 존중따윈 밥말아먹은지 오란 사람을 선배로 모실수는 없는 일, 성격이 불같은 나인지라 대뜸 대들었다. 그랬더니 “선배를 뭘로 보고”로 시작해 한바탕 훈계하는 것이였다.

“선배가 우습냐?” 하는 말은 론리적으로 후배거나 아래사람을 당할수 없을 때 선배가 꺼내드는 비장의 무기라고 한다. 이런 선배는 대체로 우습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우리 학과에 버릇없는 후배로 찍혔지만 그 순간 내가 대든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하남농업대학에 붙은 내 친구한테 듣기로 그쪽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선배가 후배를 보듬고 이끌어주는데 심지어 동북3성은 모두 한고향 사람이라고 하면서 알뜰히 챙겨준다고 한다. 물론 사람나름이겠지만 선후배 사이도 오고 가는 정이 아닐가.

리은실, 38세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꽤 오래했는데 일본에는 젊은 꼰대가 적다는 느낌이다. 위계질서는 있지만 많이 부드럽다. 40명 이하를 거느린 부장 정도의 직급은 꼰대짓을 못한다. 조금만 여차 하면 직원들이 인사과에 반영하기때문에 자신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다.

비교적 높은 직급도 여간해서는 꼰대짓을 안한다.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잘 따라주니까. 회사에서의 퇴근시간도 대체로 자유롭다. 상사먼저 집간다고 뭐라 한다면 그 상사는 무능하다고 소문난다.

얼마전 회사에 나어린 신입이 입사했는데 풀어놓고 키운 ‘유도리세대’여서 그런지 회의중에 음식을 먹는 등 튀는 행동을 자주 했다. 그래도 누구도 앞에서는 지적해주지 않는다. 누구도 그 앞에서 꼰대짓을 안한다고 해서 눈감고 넘어가주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도태되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직장생활이란 자기 앞의 업무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협동적인 조합이기때문이다. 개인의 생활태도, 대인관계 등등 모두가 직장생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심정홀심리상담소 황영화 소장(국가심리상담사)은 ‘젊은 꼰대’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보상심리와 경쟁심리 두가지로 분석했다.

보상심리는 ‘나도 당했으니 이제 너도 당해봐라’하는 론리이다. 보상심리라는 단어 자체는 심리학이나 언어사전에 등록 안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신조어의 일종이다. 말 그대로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심리 상태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보상심리의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이건 부당한 일이다. 앞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면 안 돼”가 아니라 뒤틀린 방향으로 표출되여 자신이 잃은 만큼 남들도 잃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황영화 소장은 또 경쟁사회에서 어떻게든 남보다 잘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겨나는 경쟁심리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경쟁사회는 개인주의와 ‘갑질’ 문화를 부추킵니다. 지금의 2030세대는 타인을 경쟁자라고만 인식하고 적대시하는 걸 학교에서, 직장에서 배우면서 자랐죠. 하여 젊은 꼰대는 더욱 권위적이고 서렬과 위계를 당연하게 여기고 공감능력도 비교적 낮습니다.”

타인의 립장에서 공감하지 못할 때 개인주의는 더욱 심해지고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황영화 소장은 소위 ‘젊은 꼰대’도 힘든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자존감 낮은 젊은이들이며 꼰대문화의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뚤어진 렬등감을 ‘갑질’, ‘꼰대짓’ 으로 보상받을 것이 아니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련습을 해야 합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 가 아닌 ‘나는 당했지만 너한테는 안 그럴게’ 로 바꿔야 합니다.”

황영화 소장은 ‘꼰대’ 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과 뜻 없이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지 한번쯤 돌이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젊은 꼰대’ 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제하며 상대방을 더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 인하고 나보다 어리면 반말을 한다.

◆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건 이런 거야’하는 식 의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 후배의 성과를 보면 반사적 으로 그의 단점을 찾는다.

◆“내가 너만 했을 때”,“옛날 에는”등 말을 자주 한다.

◆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 가 거슬린다.

◆ 고위공직자, 유명인과의 개인적 인연을 자주 이야기한다.

◆ 후배가 커피를 알아서 타주 지 않거나 회식 때 삼겹살을 굽 지 않으면 불쾌하다.

◆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면 내가 먼저 답을 제시했다.

◆ 후배, 부하 직원의 옷차림과 인사 례절도 지적할 수 있다.

◆ 내가 한때 잘 나갔다는 사실 을 알려주고 싶다.

◆ 련애, 자녀 계획 등의 사생 활도 인생 선배로서 답을 제시 해줄 수 있다.

◆ 회식,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리유로 빠지는 사람을 리해 하기 어렵다.

◆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 고두고 잊지 못한다.

◆ 나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 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 가운데 자신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12~15개라면 이미 상당 한 꼰대라고 한다. 자숙 기간이 필요하다. 6~11개에 해당하는 사 람이면 꼰대에 속한다. 주변 사 람 역시 전부터 경계하고 있는 상 대이다. 3~5개라면 꼰대 예비군 이다. 싹을 자르기만 한다면 꼰대 가 되지 않을 수 있다. 2개 이하 라면 성숙한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