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유산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주었으면…”
래원:연변일보      2017-04-24 15:42:44

23일,도문시 장안진 룡가촌에 위치한 중국조선족생태문화원 룡가미원에서 연변가정연구소 소장 박민자녀사는 이민사의 상징이자 가족의 100년의 애환이 깃든 소중한 바가지를 연변민속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바가지에 대한 깊은 의미를 되새겨본다.

박민자녀사에 따르면 그의 증조할머니(김근애)는 1917년 아들과 딸,손자를 데리고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올 때 외삼촌이 준 박 한짝을 가지고왔다. 당시 외삼촌이 박을 켜서 한짝은 시형(일가를 거느리고 연해주쪽으로 갔음)에게 주고 다른 한짝은 증조할머니에게 주며 나중에“어른들이 없어도 후대들이 이 박을 징표로 친지를 확인토록 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세월과 더불어 친척을 찾지 못하게 되자 증조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이태전 바가지를 손부 김미옥(박민자녀사의 어머니)에게 넘겨주며“세월이 좋아지면 해삼위쪽에서 소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잘 보관하라”고 신신당부하였다.

1952년이후,집이 수차례 정치운동에 련루되여 가족사를 증명할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불타버리면서 바가지도 안전하지 못하게 되자 김미옥녀사는 바가지를 부엌에 감춰보기도 하고 김치움에 넣거나 벽장밑에 파묻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치회오리바람이 지나면서 바가지는 드디여 해볕을 보게 되였지만 바가지속이 이미 좀이 먹은뒤였다.더는 친지를 찾을 희망이 없게 되자 김미옥녀사는 1986년에 장녀 박민자녀사게 이 소중한 바가지를 넘겨주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친지에 대한 애정을 담았던 바가지가 이렇게 증조할머니로부터 어머니에게로, 저에게로 넘어오게 되엿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의 애환이 담긴 이 바가지를 연변민속박물관에 기증하여 반남박씨 가족의 리산의 징표가 우리 중국조선족 이민사의 징표로 귀중히 소장되기를 바랍니다.”

이날 박민자녀사는 박 표면에 한자번체로“년년등풍,일일생재”(年年登丰,日日生财), 박 안쪽에“황금존비”(黄金存备)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는 바가지를 중국조선족생태문화원 룡가미원 연변민속박물관 필충극원장에게 정중히 넘겨주었다.

“이 바가지는 조상들이 두만강을 건널 때 챙긴 물품으로서 할머니,어머니들이 많이 애용하던 손때가 묻고 정이 다분히 담겨있는, 친지간에 고락을 나누고 이웃간에 정을 나누던 나눔의 바가지였습니다. 이민들의 가난의 상징이자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던 이 바가지가 이제 당당히 집구석에서 나와 박물관에 자리를 잡으면서 200여만 후손들에게 미운정 고운정을 나누어주게 될것입니다.”

민속문물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갖고있는 필충극원장은 “리산가족이 다시 만나고 우리 민족이 한자리에 모일수 있는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박민자녀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연변조선족민속학회 허휘훈회장도“이 바가지는 100여년전 눈물젖은 두만강을 건널 때 쪽박을 차고 들어온 우리 민족의 100여년 이주의 력사를 확증해주는 소중한 문물”이라면서“민족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바가지가 후세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져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민자녀사는 연변가정연구소 문화봉사자팀과 함께 룡가미원에 자리잡은 김학철 조각기념비주위를 깨끗이 청소하면서 민족의 문학거장을 기리는 뜻깊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글·사진 차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