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이 뿜어내는 섬세한 매력
래원:연변일보      2017-04-07 14:16:00

우리 민족 전래동화나 고서에 많이 등장하는 피리는 이름이나 그림으로는 많이 접해도 가까이에서 만져본 사람은 드물것이다. 연변대학 예술학원 김용일교수(53세)가 피리주머니를 펼쳐놓아서야 피리가 그렇게 가늘고 작은 악기인줄 알았다.

피리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관악기이다. 흔히들 입으로 부는 악기를 통털어 피리라고 하기도 하나 정확히 말하면 떨림판을 입에 물고 부는 관악기를 가리킨다. 리순신장군의 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에서 “어디서 일성호가(一声胡歌)는 단아장을 하는고”라고 읊조렸듯이 피리는 구슬프고 애절한 악기로 묘사된다.

◆연변에만 있는 개량피리

“피리는 쌕쌕하고 걸걸한 소리가 나기때문에 우리 민요와 어울립니다.”

전통피리에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 세 종류가 있다. 당피리는 중국에서 전해진것으로 음색이 어두운편이라 당악계렬의 궁중음악과 종묘제례악 등에 사용된다. 향피리는 가장 대표적인 피리로 민속합주, 무용반주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세피리는 소리가 가장 작고 가늘어 가곡반주에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이주초기, 피리에 관해 전업적으로 전수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찍 고 김석산선생이 일찍 1950년대초 조선의 량강도예술학교 교원인 조광희에게서 전수받아온것이 그 시초라고 할수 있다.

전통피리는 5음 음계로 조률돼있어 음역이 좁을뿐만아니라 소리가 맑지 못하고 생소리나 쐑소리에 가까운, 자연스럽지 못한 소리였다고 한다. 자연재료인 참대를 그대로 울림통을 만들었기때문에 음정과 음색의 통일을 보장할수가 없었다. 게다가 서양문화, 현대음악의 충격하에 그대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기때문에 지난 세기 50년대부터 연변가무단 정진옥단장을 비롯한 음악인들이 전통악기 개량작업을 시작하면서 당시 연변가무단 연주원으로 있던 김석산선생도 전통피리 개량작업에 뛰여들었다.

“개량후 피리는 소피리, 중피리, 저피리로 그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오케스트라 7음 체계와 완벽하게 맞물리게 되였습니다. 음색은 인성에 가까운 부드러운 음색으로 바뀌였고 12평균률로 조률돼있어 변화음들의 연주도 가능한 악기로 개량되였습니다.”

조선에서는 지금도 전통피리를 고집하고있고 한국에서는 가끔씩 개량시도가 있기는 하나 그래도 전통피리를 주요하게 쓰고있다고 한다.

◆피리는 남자의 전유물?

흔히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표현을 잘 접하게 된다. 호방하고 진취적인 기상을 내뿜다가도 한스럽게 구슬피 우는것이 남자와 닮았어라고 말하는 음악인들도 있다. 그래서일가 저대나 기타 관악기를 다루는 녀성들은 가끔 있지만 피리연주자만은 녀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는 한국에 피리를 다루는 녀성연주자들이 가끔씩 보인다고 한다.

김용일교수가 연변예술학교에 입학할 때의 전공은 클라리네트였지만 곧 피리로 바꿨다. 서양음악을 하는 학생은 많았고 민속음악을 하는 학생이 적었기때문이다. 하지만 피리는 겹리드(双哨片)로 돼있어 클라리네트보다 다루기 갑절 힘들어 후회한적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러나 그렇게 연을 맺은 피리는 1986년 연변예술학교에 배치받으면서 지금껏 쭉 30년 세월을 함께 해왔다.

인터뷰를 받던 날도 김용일선생은 리드를 맞춰달라는 주문을 받고 한창 리드를 깎는 작업을 하던중이였다.

“피리의 리드는 소모품이지만 수요가 적다보니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 다 제가 직접 만들어서 맞춰줍니다.”

가을이면 자연으로 나가서 씀직한 갈대를 베다 미리 장만해놓아야 학생들이 리드가 못쓰게 됐을 때 만들어줄수 있다. 정성스레 다듬고 깎아서 만들어줬는데 워낙 취약한 리드가 5분도 안돼 못쓰게 돼서 다시 돌아왔을 때도 김용일교수는 두말없이 다시 만들어줬다.

“학생이라 해봤자 고작 4명뿐입니다. 그것도 장새납을 배우며 겸해서 배우는 학생들입니다.”

◆섬세하나 어려운 악기

피리는 거의 남자의 전유물이나 알고보면 녀성처럼 섬세한 악기이다. 관객들이 모르는것이 피리연주자의 속내라고 할만큼 피리의 연주법은 입안에서 이미 절반 해결이 된다. 혀로 리드를 치거나 혀로 목구멍을 막아 공기의 흐름을 다르게 하는 “혀치기” 등이 있으며 리드를 무는 방법에 따라 4도 정도의 음정을 조절할수 있다. 또 호흡의 강약에 따라 한개 음공에서 소3도 음정 조절이 가능한데 이는 한개 음공, 한개 현이 한가지 정해진 소리만을 내는 기타 악기와 다른 점이다. 표현력이 강한 면에서는 매력적인 악기이지만 귀가 열리지 않으면 음정을 맞추기 힘든 악기이고 그만큼 자습이 어려운 악기이다.

“11~12세가 피리를 배우기 적합한 시기입니다. 현재 조선족소학교들에 각각 민족악기기지가 세워지고있는데 피리도 곧 합류하게 될것입니다. 기지를 세우고 보급에 힘쓰면 피리도 언젠가는 흥성기가 올거라고 믿습니다.”

모두가 서양악기를 배우는 복새통속에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갈수 있는 민속악기를 눈여겨보는것도 바람직한 일이라며 김용일교수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