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 졌지만 박수를 쳐라!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7-03-11 14:35:00

엘크슨, 헐크, 오스카 등 세계급의 화려한 용병들을 앞세우며 슈퍼리그의 우승을 노림과 동시에 아챔우승까지 노리는 저돌적인 자세를 취하고 새 시즌에 등장한 상해상항팀은 우리 연변팀한테는 분명 숨막히는 상대이다.

작년 시즌에 비해 수비진영을 대폭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연변부덕팀과 초호화 공격진을 자랑하는 상해상항팀의 경기는 "가장 예리한 '창'과 가장 튼튼한 '방패'의 대결"이라고 기대를 모으며 중경당대력범팀과의 첫경기보다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경기를 하루 앞두고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연변팀의 수비의 주축인 용병 구즈믹스의 부상은 가뜩이나 승리에 자신이 부족했던 연변팀의 팬들한테는 치명적인 소식이였으니, 그 와중에 아시안챔피언쉽 경기를 위해 간판 공격수 엘크슨을 출전시키지 않은 상해상항팀의 출전명단은 그 와중에 정말 반갑게 들렸던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박태하감독이 내세운 연변팀의 출전명단을 확인한 첫 느낌은 "이보다 더 합리적일 수는 없다"였다. 구즈믹스가 빠진 상황에서 가장 노련한 니콜라를 가운데 세우고, 왼발잡이인 강위붕이 왼쪽에, 오른발잡이인 한청송이 오른쪽에 포진된 쓰리백은 연변팀이 내세울 수 있는 수비진영에서 이미 최선이다.

미드필더에 지충국, 윤빛가람, 전의농으로 받치고 최전방에 스티브를 내세운 조합은 전형적인 조직형축구를 위한 조합이다. 우리팀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앞에서도 맞불을 지르겠다는 박감독의 의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연변팀의 승리가 자신없을 지언정 볼거리가 있는 경기임은 감히 장담했던 것 같다.

사실 경기전에 연변팀의 팬들에게 상해상항팀의 가장 걱정되는 선수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이 헐크선수라고 대답했다. 비현실적으로 우람진 체격과 파괴적인 중거리슈팅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통나무를 갂아서 만든 것처럼 거칠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섬세한 패스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전에서 만난 헐크는 우리가 걱정했던 것처럼 그렇게 위협적이지 못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줄곧 고맙기만 했던 선수가 2명 있다. 바로 강위붕과 전의농 이 두 한족선수이다. "과연 누가 막아낼까?"라고 걱정했던 헐크를 막아낸 주인공이 바로 이 둘이다. 헐크가 공을 잡기 바쁘게 가장 먼저 달려가서 앞을 막는 선수는 전의농이였다. 헐크가 돌파를 시도하면 발을 대서 공을 가로챘고 혹시라도 헐크한테 돌파당할 때면 뒤늦게 따라가서 다리를 걸어서라도 넘어뜨렸다. 심지어 한번은 정면으로 부딪혔는데 헐크선수가 벌러덩 나뒹굴기까지 하는걸 보고 감탄소리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겁없이 들이대는 전의농의 기세앞에서 헐크는 2천만유로가 넘는 몸값을 증명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전의농과 오영춘이 미처 막지 못했을 때면 뒤에는 강위붕이 있다. 전반전 28분경에 헐크의 헤딩슛을 온 몸을 던져 방해한 선수가 바로 강위붕이다.

전의농과 강위붕, 이들은 연변이 낳은 아들같은 선수는 아니나 연변을 사랑해서 찾아온 사위같은 선수들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가면서 상대팀의 에이스를 막아준 두 사위의 활약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고맙다.

전의농과 강위붕이 지키고 있는 왼쪽수비는 헐크한테 뚫리지 않았으나 무뢰와 헐크가 위치를 바꾸면서 오른쪽수비는 인차 허물어졌다. 상당한 체급차이가 나는 강홍권과 지충국사이를 밀고들어간 헐크가 치명적인 어시스트를 한 것이다.

첫번째 실점보다 두번째 실점이 더 아쉬웠다. 경기 내내 무뢰선수쪽으로 공격이 쉴새없이 들어왔으나 연변팀은 시종일관 그에게 대인방어를 붙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적수들의 무관심속에서 '움직임의 자유'를 얻어 분방하게 뛰어다니던 무뢰는 경기 57분, 결국 지문일의 골문에 쐐기골을 박았다.

"잘 뛰어다니지만 득점력이 낮은 무뢰는 박감독이 일부러 내버려뒀다"라고 주장하는 팬들이 있다. 하지만 가장 깊숙히 파고드는 상대방의 공격수를 박태하감독이 일부러 내버려두라고 주문했을리가 없다고 보여지고 그 것이 가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큰 착오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어차피 열댓번 슈팅해봤자 겨우 한골이 들어가는 무뢰"라고 말하는 팬들도 있다. 그말인즉 무뢰에게 열댓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골이 난다는 얘기가 아닌가? 실제로 한경기에 열댓번이 아니라 스물댓번씩 금지구역으로 뚫고 들어오는 선수한테 관심과 주목이 너무 적었던게 아닌지 진지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0:2라는 최종결과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열심히 뛰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최후방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던 맏형 니콜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그의 대활약앞에서 구즈믹스의 빈자리는 더이상 걱정거리도 아니였다.

상대팀의 수비진을 쉴새없이 헤집고 다닌 스티브, 감을 잡기 힘들기로 유명한 그의 특유의 플레이는 수시로 상항팀의 골문을 위협하며 한시도 시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한청송선수가 빨리 경기감각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또 한번 고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지난 1년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한 한청송의 컨디션을 많이 걱정했으나 최후방의 수비를 맡는 순간 지난 첫경기에 비해 확연히 제고된 움직임을 보여줬다. 몸싸움에서는 둘째가라면 섭섭해 했던 왕년의 캡틴 연변 한청송이 상항의 헐크와 정면으로 부딪혀 넘어뜨리는 장면에서는 환호성을 지를뻔 했다. 몸싸움에서는 우리가 전혀 밀리지 않거늘 헐크는 무적이라고 부질없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니.

상해상항팀은 슈퍼리그를 치르기전에 이미 3번의 실전경기를 치르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팀이다. 연변팀과 맞붙기전에 이미 4연승이라는 쾌거를 올리며 팀내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팀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원정경기 2번째를 맞이하며 감을 잡고 있는 연변팀이 명실상부한 최고의 부자팀 상해상항과 붙어서 0:2의 결과를 냈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라고 본다.

비록 졌지만, 고생한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쳐라!

결과에서는 패했지만 과정은 훌륭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아냈다. 경기후 박태하감독의 흐뭇한 표정을 보면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연변팀은 분명히 작년에 비해 강해져서 돌아왔으며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상해상항이여! 돌아오는 7월 15일날 홈장에서 다시 봅시다. 마귀홈장의 안방으로 찾아온 그대들을 결코 원정경기에서처럼 웃는 모습으로 돌려보내진 않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