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관광지의 리상과 현실
래원:외신      2018-03-17 14:31:00

추위가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집니다. 미세먼지 가득찬 도심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곳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천혜의 경관으로 관광객을 사로잡던 세계의 관광지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지나친 개발과 환경 훼손이 이루어진 탓이죠. 명성과는 다르게 처절한 상황에 빠져 있는 인기 관광지를 모았습니다.

필리핀 보라카이 섬

보라카이섬 풍경

보라카이섬은 필리핀 중부 파나이섬 북서부에 있는 산호섬입니다. 고운 모래와 깨끗한 해변을 볼 수 있고, 각종 해양스포츠와 승마·골프 등을 즐길 수 있어 세계적인 휴양지로 인기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 관광당국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들며 정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보라카이섬을 폐쇄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보라카이섬을 찾는 전세계 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이라, 빠른 속도로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일부 관광시설은 하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양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보라카이섬 / 출처 환경단체 필리핀비치, OBS 방송화면 캡쳐

이에 따라 보라카이 관광이 예정되어 있던 관광객들에게도 혼선이 생겼습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 비율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만큼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규정을 어긴 일부 숙박업소가 영업 정지를 당하면서 관광객들이 강제로 숙박지를 옮겨야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보라카이섬의 환경 실태를 비판하며 섬을 폐쇄조치 해야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필리핀 관광부 차관보는 관광객수가 줄어드는 6월부터 9월 사이에, 섬을 폐쇄할 예정이라 합니다. 물론, 아직 확정난 사안은 아니지만 결정이 내려진다면 최소 두 달 리상은 섬 방문이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

리상과 현실의 풍경이 너무도 다른 산토리니 모습

파란 지붕에 하얀 외벽모습을 갖추고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는 저녁 햇빛을 보기 더 없이 좋은 장소로 유명합니다. 동화 같은 풍경 속에서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와인 한잔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하죠. 그런데 산토리니는 CNN 선정 '2018년에 피해야 할 관광지 12곳'에 보도되었습니다.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 수'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장소의 모습은 한적하기 그지없지만, 사실 산토리니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사람에 치여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철 성수기에 산토리니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하루 1만 명이 넘습니다. 크루즈를 타고 단시간 머물렀다 가는 사람들도 연간 85만 명이나 되죠. 인파로 인해 CNN은 산토리니 특유의 한적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당국은 방문객의 수를 하루 8000명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고민중이라 합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 성곽 / 출처 트립어드바이저

빨간 지붕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두브로브니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촬영된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관광객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죠. 두브로브니크의 하이라이트는 15세기에 건설된 성곽입니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1만 명 리상이 다녀갈 정도이죠.

그러나 구시가지로 쏟아져들어오는 유람선과 방문객이 도시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광지 곳곳을 보호하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가장 유명한 성곽은 하루 방문객 수가 4000명으로 제한되었죠. 크루즈로 여행하는 관광객 역시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단 3시간만 머문다고 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처 연합뉴스 TV 유튜브 채널 캡처

바르셀로나에서는 반 관광 시위가 일어날 정도로 관광객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거셉니다. 바르셀로나에 사는 한 거주민은 "길에서 술에 취해 돌아다니거나 남의 집 대문에 노상방뇨를 하는 관광객을 자주본다"며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관광객들의 등쌀에 현지 주민이 이주하게 되는 이른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숙박 사이트를 통해 단기로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거주환경을 침해당한 사람들도 상당합니다.

일부 극좌파 청년 조직은 단체 관광 버스나 자전거 등을 훼손하며 '관광 포비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바르셀로나 시정부는 관광객들의 숙박업소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대비책을 강구했다고 합니다. 작년 한해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관광객만 약 37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주민들이 받은 피해 규모도 적지 않을 것 같네요.

관광 산업은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이바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로 '관광객이 늘어나면 현지인들의 삶도 나아진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도 현지 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게 현실이죠. 오히려 물가 상승, 환경훼손, 거주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