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강각, 봄을 흐르는 두만강을 굽어보다
래원:연변일보      2017-04-20 16:09:08

꽃소식이 늦다고 징징대던 순간도 잠시, 하루밤새에 맑은 물에 떨궈넣은 물감 한방울이 물에 색을 입히듯 세상이 온통 연두빛에 물들었다. 짙어지는 봄빛을 더 밝게 씻어내려는듯 이번 주 내내 찔끔찔끔 비만 내린다.

다행히도 봄소식을 찾아 떠난 지난 13일은 바람은 좀 불어도 화창한 날씨였다. 봄내음 짙은 그 길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정적인 소박하고도 그윽한 봄의 훈훈한 기운을 한껏 느껴보았다.

◆ 봄날의 두만강을 굽어보다

누군가 가장 서정적인 봄의 운치는 강변에 있다 했다. 연길시를 봐도 그렇다. 부르하통하 량안에 피여난 살구꽃, 복숭아꽃, 뾰족뾰족 잎사귀가 돋아나온 실버들이 워낙 정성이 투입된 강경관에 화려함을 더해주고있다.

룡정시 삼합진 오봉산에 위치한 망강각을 찾은 리유도 그때문이다. 그러나 망강각에서 접하는 강의 풍경은 눈에 익히 봐온 이런 화려함과 인위적인 정교함처럼 단번에 시선을 휘어잡지는 못하지만 부드럽고 조용하게 봄을 흐르는 두만강을 눈에 담을수 있다.

망강각풍경구에 들어서면 3층짜리 전망용 전각 외 아직 누릇한 풀밭우에 들어찬 소나무숲이 안겨온다. 망강각이 개방되지는 않았지만 전각 밑 전망대에서도 충분히 두만강과 조선의 회령시를 굽어볼수 있었다. 지난해 변경마을을 수재로 몰아넣었던 기세라곤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두만강은 누런 강바닥을 드러낸채 유유히 흐르고있었다.

여유작작 흐르는 두만강을 눈에 담으며 산중턱 가지끝에 다닥다닥 꽃망울을 맺고 선 살구나무의 만개한 모습을 기대하며 귀가에 들려오는 바람을 즐기며 뛰여다니는 아이의 웃음소리와 중뿔나게 우짖는 꿩의 울음에 기분 좋아졌다.

망강각은 찾아갔을 때만해도 꽃피기 전이라 꽃놀이 행랑객들도 없고 려행객들이 인산인해로 몰려들기엔 그닥 유명하지 않아 한적하고 느긋하게 봄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였다.

◆ 룡북선이 품은 두곳의 명소

룡정시와 삼합진을 잇는 30여킬로메터에 룡북선은 지신진 명동촌에 위치한 윤동주생가와 명동학교, 승지촌에 위치한 주덕해 옛 고향집터를 품고있다.

윤동주생가는 언론과 윤동주를 기리는 다양한 협회활동에 의해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있는 곳이다.

1890년에 일떠선 윤동주생가는 그의 조부 윤하현이 지은 것으로 조선족전통구조의 한옥이였다. 윤동주가 태여난 곳이기도 한 이곳은 1981년 훼손되는데 1994년 8월, 중외인사들이 이 저항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옛터에 그의 생가를 복원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볼수 있는건 생가를 복원한 건물인 셈이다.

윤동주생가와 명동학교가 위치한 명동촌은 대규모 담장공사중이다. 조금은 인위적으로 전통마을을 건설하고있는듯 해 아쉽기도 했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주차장이 마련돼있어 곁들여 둘러보기엔 추천할만한 곳이다.

승지촌에 위치한 주덕해 고향집터 역시 안내판까지 잘 갖춰져 어렵지 않게 찾아들어갈수 있었다. 이곳은 지난 세기 20~30년대 주덕해가 청소년시절을 보내며 공산주의의 꿈을 키운 곳이다. 동서로 42메터, 남북으로 40메터에 달하는 정원은 잘 관리돼있었다. 모양새 정연하게 정리된 관목이 량쪽으로 줄지어선 돌길 끝에 주덕해의 흉상과 비석이 서있었고 왼쪽에는 여전히 맑은 물을 담고있는 우물이 있었다. 그리고 집터와 오랜 시간 함께 한듯한 거목 두그루가 한나절의 눈부신 해빛을 가려줘 나무밑 널직한 돌평상우에서 그의 은혜를 떠올리며 사색에 잠기기엔 딱이였다.

◆ 천불지산을 드라이브 하다.

다시 룡북선이다. 천불지산풍경구입구부터 삼합진 강역촌 구간의 산간도로는 새롭게 건설돼 달리는 내내 기분 좋았다. 게다가 천불지산풍경구의 해발이 170메터에 1331메터까지 다양해 그 락차를 신경곤두세우며 달리는것도 산간도로 드라이브의 백미다. 첩첩산중에도 찾아든 봄정취도 빼놓을수 없다. 손뻗으면 닿을듯한 도로 옆에 피여난 버들개지와 소나무 가지 끝자락에 물오른 푸르름에서 눈길을 뗄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이 산간도로는 신비의 길을 품고있기도 하다. 확실하게 표시된 구간은 한구간, 천불지산자연보호구 간판 근처에서 시작된다. 분명 내리막길인듯 한 곳에 차를 세우고 중립 기어를 놓고 수동식 브레이크를 내리면 반대방향, 즉 올리막길로 차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러다 점점 빨라지며 최고시속이 20킬로메터에까지 달했다. 몇해전부터 밝혀지긴 했지만 직접 체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사진 박은희 기자

망강각가는길:

연길에서 출발할 경우 룡연도로로 8.2킬로메터, 성도 202로 9.9킬로메터, 륙도하도로로 2.7킬로메터, 다시 룡북선을 타고 37.2킬로메터, 도화선을 7.3킬로메터 더 달려 삼합진에 도착한 후 장거리 뻐스역 앞 길로 농촌합작은행을 지나면 길 오른편에 망강각입구가 보인다. 차로 산정상에 위치한 망강각까지 직접 닿을수 있어 접근하기 편하다.

먹을곳: 우에서 말한 농촌합작은행 옆에 있는 서민식당, 점심 한끼 해결하기엔 충분하며 소비수준은 연길이랑 비슷하다. 바쁜 시간대에는 메뉴를 주인장 마음대로 정해줘 흥미롭기도 하다.

주의사항: 변경지역이다보니 강역촌 어구에서 변방부대 검문이 있으며 신분증을 반드시 소지하도록 한다. 카메라 휴대에 신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