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 그 극한속에서 함께 하는 스릴의 극치
래원:연변일보      2017-03-11 11:20:00
바람도 잠풍한 어느 아침 꽃송이가 머리채로 뚝 떨어진 동백꽃과 진분홍빛으로 만개한 산자락에 봄의 절정으로 남을 진달래꽃이 피는 무렵이다. 겨울 끝자락이다. 봄여름엔 록수청산, 가을에는 단풍락엽, 겨울에는 설동 캠핑이란 그 자체가 경험이고 모험이며 탐험이다.

이제 10년째를 맞는다는 오문봉씨(연변등산협회 산악구조대 대장)의 “설동탐험”, 6명으로 구성된 올해 “설동탐험팀”이 18일 8시 1박2일의 고난의 여정을 떠났다. 가는 곳은 로리커호 호수에서도 동쪽으로 500메터 떨어진 곳. 연길에서 선봉 로리커호풍경구까지 두시간 남짓이 달리고도 도보로 왕복 12킬로메터거리. 령하 35도의 극한기온, 눈보라가 뼈속까지 스며들고 살을 에이는 극도의 매서운 겨울추위와 맞서는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였다.

35킬로그램의 무거운 장비를 등에 메고 눈이 깊이 쌓인 길을 디딜방아 밟듯 꾸역꾸역 밟았다. 머리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하는 여섯 사나이는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힘겨울수록  서로 끌어주고 눈빛을 마주치며 엄동설한의 은빛세계를 가로질렀다. 설동탐험 5년째라는 리종호씨는 “이런 추억은 돈을 주고도 못산다. 이따가 설동에서 이세상 둘도 없는 최고의 만찬으로 우리 술한잔 부딪치자!”라고 말한다. 탐험 2년째인 지송춘씨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대자연을 느끼며 산과 눈의 매력에 젖는것보다도 더 행복한것은 이 탐험을 친구들과 함께 하는것이다”라고 한다.

 

이곳의 해넘이는 빠르다. 흰 솜같이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산줄기의 한 속살을 횡단한 그들을 이제 더 질퍽한 땀으로 적셔줄 설동파기가 기다리고있다. 어림잡아 동굴의 구도를 정하고 계획에 따라 부지런히 삽질에 매달렸다. 네시간 좋이 파다보니 체력도 고갈된다. 중간쯤되면 허리를 펴는것조차 힘들고 손발과 어깨에 마비될 정도… 땀으로 흠뻑 젖은 옷때문에 온몸이 마구 떨리지만 “와하하하, 눈파는 두더지가 따로 없구나!”하는 누군가의 우스개로 다시금 힘을 다지는 이들의 눈빛은 뜨겁다. 그래서 탐험 3년차 전태송씨는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어떤 고난도 다 이겨낼것같은 신심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설동탐험의 매력이다”라고 자부하고 최정식씨는 “4년째 함께 했는데 그 느낌은 항상 새로왔다. 어떤 큰일을 해냈구나하는 그 즐거운 미열이 오래동안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다”라고 말한다.

밤은 일찍 찾아왔다. 어느새 능선이 이글대며 불타고있었고 누리는 점차 어둠에 잠식중이다. 하늘과 능선의 끝이 하나의 검은 점으로 만나기까지 이들은 쉬지않고 파고 또 팠다. 뭇별들이 제각기 떨어져 별빛으로 반짝이는 호수면을 뒤로하고 심설 속 칼바람과 근 7시간 동안의 사투를 벌여 구축된 설동.

“와~ 끝내 우리만의 아지트가 만들어졌구나.”

누군가 탄성을 올린다.

“설동탐험은 스스로를 시험하고 극복하며 심신을 튼튼하게 하는 일종 수련의 과정이다.” 탐험 2년차 리춘근씨의 말이다. 그리고 올해 처음 동행했다는 려문호씨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시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것같다. 앞으로의 일상생활에도 큰 동력이 될것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누에같은 침낭속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 특별한 공간, 소소한 술 둬잔에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로 긴밤을 채우는 눈속의 동굴은 그렇게 청정자연속 장백산자락 어느 한줄기의 명당자리이며 혹독한 추위를 버틴 이들 기억속에는 그야말로 열정의 감탄표로 남았다. 설사 이튿날, 이들을 맞는것이 여전히 극한의 추위와 얼음으로 덮인 눈세계일지라도.

“한번 다녀오면 온 일년 모든것이 행복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하는 오문봉씨, 10년 산행의 내공이 느껴지는 명토다.

올해 그대의 겨울의 느낌은?  칼바람앞에 맨몸으로 서도 쓰러지지 않는 용기를 갖는것처럼 겨울은 단순히 따뜻하게 보내는것이 아니라 그 혹독함에 맞서 버티는 계절이라는 철언을  주문처럼 뇌이며 이들은 터벅터벅 겨울끝자락을 걷고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