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겨울숲…그 고즈넉한 신비의 유혹에 넋 잃다
래원:연변일보      2017-02-24 08:03:00

한겨울에 눈이 지지리 내리더니 립춘이 지난 뒤로는 뜸해졌다. 봄이 막 시작되기전에 눈세계를 실컷 구경하고싶었다. 그래서 촬영가협회의 지인에게 주내 눈이 많이 쌓인 멋진 설경 명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희대하풍경구에 가면 눈이 많을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발단이 돼 지난 17일 1박2일간 눈을 찾아떠났다. 다녀온 뒤에야 뒤북이라도 치듯 큰눈이 두번이나 내리긴 했지만 말이다.

엄동의 혹한이 좀 사그러든 요즘이지만 장백산지역은 낮 최고기온마저 령하 10도 좌우에 머물어 매서운 추위를 안겨줬다. 그나마 날씨는 이틀 내내 화창해 다행이였다. 추위가 몰려오면 관광지 구경은 좀 더 용기를 내야하지만 그 대신 관광객들이 적어 눈앞의 경관에 좀 더 빠져들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마계풍경구(魔界景区)와 대희대하풍경구(大戏台河景区)는 손꼽을 정도로 빼여난 경관이나 그닥 이름난 관광지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부담스럽지 않았고 반드시 구석구석 빠짐없이 둘러봐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었다. 눈꽃으로 뒤덮인 숲길을 거닐고 깨끗하고 청신한 공기를 호흡하며 눈길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자연속에 마음을 놓아둘수 있어서 좋았다.

◆얼지 않는 물의 묘미

마계풍경구를 구경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는 사실 겨울이다. 장백산에서 흘러내리는 온천수가 풍경구를 가로질러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실개천을 구경할수 있고 기온이 령하 20도 밑으로 뚝 떨어지는 새벽이면 피여오르는 물안개속으로 환상적인 상고대를 볼수 있으니 말이다.

새벽 5시 반쯤 이도백하진에 잡은 온천호텔에서 행선지를 향해 떠났다. 출발할 때만 해도 어둑시근하던 하늘이 지북거리를 빠져나와 203성급도로에 오를 즈음부터 밝아지기 시작했다. 도착하기 전날 내린 눈이 도로우에 꽁꽁 얼어붙어 운전하는 내내 두근거렸다. 특별히 스노우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으로 대여했지만 굽인돌이를 급하게 돌 때면 뒤바퀴가 좌우로 뒤틀리는 느낌, 10킬로메터남짓한 거리를 20분 넘게 달려 풍경구에 도착했다.

입구앞 광장에는 벌써 대중형뻐스와 택시, 각종 SUV 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돼있었다. 상고대를 볼 생각에 입장권을 끊고 서둘러 입장했다. 나무잔도가 잘돼있었다. 얼음덮인 곳은 재를 뿌려놓은 풍경구일군들의 배려에 별탈없이 구경할수 있었다. 그렇게 잔도를 따라 간간이 들려오는 물소리를 쫓아가보니 눈덮인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게 꽤 많은 량의 물이 사품치며 흐르고있었다. 얼지 않는 물과 꽁꽁 얼어붙은 주변 숲이 만들어낸 이질감 넘치는 풍경도 꽤 느낌있었다. 그러나 마계풍경구의 가장 대표적인 경치는 아니였다.

평생 눈을 처음 본듯 호들갑 떠는 남방 관광객들과 다양한 셀카봉을 뒤로 하고 잔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렇게 빠르게 흐르던 물줄기가 점차 느려지며 잔잔하게 멈추는 곳에 닿았다. 마계였다. 기온이 충분히 낮지 않은탓인지 물안개가 피여오르고있었지만 상고대는 없었다. 그러나 듬성듬성 외딴섬처럼 눈을 이고 물우에 떠있는 물풀과 물에 비친 앙상한 나무그림자들이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냈고 일출이 흑백에 잠긴 그 세상에 입혀주는 따뜻한 색감에 만족할수 있었다.

◆풍경구를 “전세”내다

겨울이여서인지 요란한 풍경구간판에 비해 대희대하풍경구 입구로 향하는 4킬로메터남짓한 두텁게 깔린 숲속 눈길은 갑자기 야생동물이 튀여나올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적막했다. “데이터를 찾을수 없다”는 네비게이션 속 알림멘트만 되풀이되며 그 적막을 깰뿐이였다.

눈길을 따라 차를 달려 도착한 풍경구 입구, 대희대하풍경구에는 눈이 참 많이도 쌓여있었다. 단층집인 매표소가 반쯤 눈에 파묻혀있을 정도로 말이다. 매표소를 기웃거리는데 봉고차 한대가 다가왔다. 풍경구를 구경하고싶다는 말에 차에서 내린 청년이 옆 사무동으로 안내했다. 입장권과 풍경구내 차량 탑승권을 구매하고 나오니 12인승 레저용차량이 대기하고있었다. 기사를 빼고 안전요원이랑 달랑 둘이 탔다. 대희대하풍경구에서 만나는 근무일군마다 “혼자 왔냐”고 물었던데는 리유가 있었다. 동행한 주씨성을 가진 안전요원의 말을 빌자면 풍경구에서 근무한지 반년이 넘지만 홀로 려행온 관광객은 처음이란다. 덕분에 풍경구를 “전세”낼수 있었다.

이곳도 나무잔도가 잘돼있었다. 9개의 샘구멍에서 솟아나오는 지하수가 대희대하강줄기를 이뤘고 2킬로메터남짓한 강줄기를 따라 나무잔도가 깔려있었다. 대희대하의 한어발음은 “따시타이허”, 만족어인 “시타허”에서 왔단다. “시타허”는 일종의 랭수어인데 이 강에서 과거 이런 대형 어종이 대량으로 서식해 “따시타이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단다. 물론 이젠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이다.

나무잔도를 따라 내처 걸었다. 하얀 눈우에 첫 발자국을 내는 짜릿함을 즐기며. 홍송, 피나무, 잣나무, 가래나무, 들메나무 등등 수종을 적은 패말이 걸려있지만 눈덮인 뒤엔 전부 다양한 크기의 크리스마스트리로 보여 숙제하듯 다 둘러보지 않아도 됐다. 얼음과 눈에 뒤덮인 강줄기는 숨박곡질하듯 보였다 숨었다 경쾌한 소리만 들려주고 산세를 따라 생긴 락차가 만들어낸 폭포는 폭포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아담해 귀여웠다.

대희대하풍경구는 거대한 숲이 아니다. 이곳 물줄기도 장관은 아니다. 멀리 떨어져 따라오는 안전요원 덕에 은은한 배경음악처럼 들려오는 물소리에 겨울숲의 적막함까지 랑만스럽게 느껴져 복잡했던 머리를 식히기엔 좋은 곳이였다.

1박2일 온천려행에 온천욕만은 부족하다, 다른 곳도 둘러보고싶은분들, 이제 장백산은 식상하다는분들에게 이 두곳은 추천할만한 곳이다.

글·사진 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