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의 땅끝에서 해돋이로 희망의 닻을 올려
래원:연변일보      2017-01-18 09:50:00

해돋이장소로 유명한 훈춘 방천풍경구는 지난 한해의 마지막 밤이 일찍 찾아왔다. 사면이 고요하고 캄캄하다.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앉자 숨겨진 속살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것중 가장 많은 별빛이 머리우로 마구마구 쏟아진것. 은하수가 이토록 신비로운지 몰랐고 별자리가 명징하게 두눈에 박힌것도 처음이다. 아름다운 황금삼각주에서 한겨울의 찬바람이 코끝에 걸려 상쾌했다. 모두들 설레이는 기다림을 안고 하늘을 수놓는 황홀한 불꽃들을 바라보며 환희에 젖었다. 저마다 가슴속에 새날, 새 아침, 새 시작의 돛을 막 올린다. 

2017년의 첫날은 이미 시작되였고 룡호각은 해내외에서 온 인파들로 떠들썩하다. 개발개방선도구 국가전략이 실행되고 중국 두만강지역(훈춘)국제합작시범구 건설 템포가 다그쳐지면서 훈춘시가 동북아지역 관광합작에서 일으키는 교량역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있다. 이에 비추어 중국과 로씨야(하싼진), 조선(두만강리) 3국간의 교류증진을 목적으로 훈춘시정부와 길림성관광국에서는 2009년부터 여러해동안 공동으로 “3국 새해맞이 기복행사”를 펼쳐왔던것이다. 3국 국경지대 및 일본해 원경을 조망할수 있는 이 13층 높이 65메터의 룡호각은 층층마다 다양한 행사들로 어우러져 성황을 이뤘다. 련합문예공연, 국기게양식, 사진전, 민속음식전, 기복행사, 겨울철 고기잡이와 수영시합… 이른새벽부터 50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룡호각을 찾았는데 대부분의 3국의 새해 첫날을 희붐히 밝히는 해돋이구경을 목적으로 왔단다. 

아침 일곱시경, 예정된 시간보다는 다소 늦었지만 어둠을 밀어내며 해는 솟았다. 두 직선으로 갈라진 구름층 사이를 서서히 비집고서 수줍은듯 삼국의 땅끝에서 복스럽게 솟아올랐다. 해빛은 골고루 천혜의 해바른 이 대지를 따뜻하게 녹여주기라도 하듯 포근했다. 여기저기에서 “야!---” 하는 환호소리가 일제히 들렸다. 

한국에 간 엄마가 얼른 와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던 5세 김민우어린이의 소원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돌려 도움이 되고싶다던 29세 시골공무원 최미선씨의 소원도, 몇해째 암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가 제발 병마를 이겨냈으면 좋겠다던 32세 고춘화씨의 소원도, 기적처럼 아기가 생겼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던 결혼 5년차 로씨야관광객 율리아씨의 소원도, 오랜 시간 짝사랑한 그녀가 이젠 자신을 받아주길 바란다는 멀리 절강에서 기복하러 온 엄준씨의 소원도… 다사다난, 시원섭섭한 지난해를 보내는 이들이 새벽추위를 이겨내고 려명을 기다려 자신을 맞은것을 아는지 해는 그들의 크고작은 모든 소원들을 꼭 담고서 더욱더 령롱하고 눈부신 빛을 뿜어낸다. 

정유년 붉은 닭 해, 만물과 령혼을 깨우는 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희망과 정열의 둥근 해가 하나 둘 밝게 떠올랐다. 국경을 뛰여넘은 한자리에서 이들은 껌껌한 하늘을 열어제끼고 고요를 깨우며 새날의 도래를 우렁차게 알리는 수탉의 소리마냥 정열의 건배잔을 부딪치며 저마다 꿈꾸는 항해를 위하여 희망의 닻을 올렸다. 

계유오덕(鸡有五德)을 떠올리게 되는 새해이다. 정직하고 착한 나무군은 결국 은도끼, 금도끼를 모두 얻었고 어질고 너그러운 흥부는 끝내 부러운것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던 우리의 이야기에서처럼 올해도 모든이들에게 수천개, 수만개의 해피엔딩이 따르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마음을 밝히고 새 아침을 밝히는 저 해와 함께. 

글, 사진 류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