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사이
래원:      2016-11-15 14:32:00

따스한 햇살, 그 햇살에 적당히 데워진 바다는여행의 끝에 다다라 노곤해진 몸과 마음을 감싸 안았다.피란을 마지막 목적지로 아껴 둔 건 이번 여행 중 가장 잘한 일이었다.

슬로베니아 서남쪽 끝에 위치한 해안도시 피란. 수많은 배들과 특유의 바다냄새로 가득했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피란. 나지막한 건물들 속에 우뚝 솟은 성조지 교회가 특히 눈에 띈다

세월의 멋이 깃든 피란의 골목길은 바다 못지않게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이다

어느 누구나 맘껏 뛰어들어도 좋을 피란의 바다

누구에게나 수영장인 바다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느낄지도 모른다. 슬로베니아어를 듣는데 마치 이탈리아어를 듣는 것 같은 묘한 말투와 억양. 슬로베니아 서남쪽 끝에 위치한 해안도시 피란은 약 5세기 동안 베네치아 공화국(Venetian Rebublic)의 지배를 받았고, 그래서 아드리아해의 ‘작은 베네치아’라 불리기도 한다.

아직도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피란에선 슬로베니아어와 함께 이탈리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길에 보이는 표지판에도 슬로베니아어와 이탈리아어가 함께 적혀 있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가도 이탈리안 레시피로 만든 요리들과 파나코타(Panacota), 티라미수(Tiramisu) 등 이탈리안 디저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슬로베니아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제일 손꼽아 기다렸던 곳이 바로 피란이었다. 바다 수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피란의 바다는 그 어떤 해안도시의 바다보다 말 그대로 ‘가까이’에 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호텔에서 나오기만 하면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짐을 풀자마자 호텔 앞 바닷물에 조심스레 손을 담갔다. 물 온도가 적당히 따뜻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도 하기 전부터 그렇게도 고대했던 피란의 바다에서 수영을 맘껏 즐겼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깨끗한 바닷물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의 색깔이란. 피란의 바다는 그 어떤 특급 호텔 수영장과도 비교가 불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