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돈 이야기 지혜롭게 나누는 법
래원:외신      2019-01-25 09:46:00

아이와의 돈 이야기는 숫자의 개념이 생길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돈은 세상을 바라보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이다. 돈에 대해서만 터부시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돈은 어떤 것이고,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녀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자. 물건을 구입할 때 아이가 직접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게 하는 경험도 자주 시켜주자.

숫자를 알아가는 아이에게 “100원짜리 동전이 5개 모이면 500원과 같다”와 같은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돈에 담겨진 가치를 인식하지 못해 5개(100원짜리)가 1개(500원짜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해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꾸준히 돈의 개념과 단위, 가치를 알려주어야 한다.

마트 놀이 장난감을 이용한 마트 놀이, 혹은 실제 마트를 방문해 자연스럽게 경험하면 아이에게 매우 유용한 돈 공부가 된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 물건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며,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역할을 통해서 시장의 기본원리까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아이에게 자신만의 돈을 주자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들어온 돈은 부모에게 언젠가 어떻게든 되돌려 주어야 하는 빚인 경우가 대부부분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들어온 돈은 온전히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 ‘그 빚은 부모인 내가 감당하고, 용돈을 더 주는 기분으로 아이에게 들어온 돈은 온전히 아이의 몫으로 하자!’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이 돈 아니어도 힘든데, 아이 몫이라도 지켜주자’라는 생각도 좋고.

아이의 돈, 몫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자기 돈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 돈 자체에 관심을 갖는 정도가 달라진다. 또 자신의 돈 관리에 철저해진다.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몫으로 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 관리하려고 한다. “엄마, 아까 그 돈 줘!”, “할머니가 나한테 준 돈이잖아!”

어른인 우리도 돈이 걸려 있어야 더 관심이 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돈이 있어야 돈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아이도 자신이 모은 돈을 써봐야 돈이 아까운 줄 알고, 불필요한 소비를 참을 줄도 알게 된다.

원하는 장난감은 자신의 돈으로 사게 하자

아이가 자꾸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것은 아직 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알만큼 자란 아이가 그런다면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와 장난감 가게를 갈 일이 생기면, 꼭 아이에게 자신의 돈 일부를 챙겨 가게 한다. 자기 돈을 챙겨 간 아이는 소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본인의 돈을 쓸지 말지를 고민한다. 따라서 장난감 가게를 갈 때도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이가 자기 돈을 챙겨 가서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부모도 편하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경제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가진 돈으로 모두 장난감을 사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받은 용돈이다. 그런 경험도 때론 필요하다. ‘내가 적지 않은 돈을 모았지만, 하루아침에 다 썼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전혀 가지고 놀지 않는 그 장난감을 보면서 ‘그 돈을 안 써도 되었겠구나’라고 후회하는 경험 말이다. 아이도 이제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야 한다. 아이의 다양한 경험과 성장을 위해서 기다려줄 줄 아는 부모가 되자.

사고파는 이야기를 자주 하자

“어릴 때 네가 열심히 모았던 장난감인데 이제 재미없나봐.”

“예, 이제는 재미없어요”

“이거 다 합치면 얼마 정도 되는지 알아? 00만원이야.”

“그럼 이거 팔면 어떨까요?”

“돈이 많은 사람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팔면 내가 돈이 많아질까? 하는 생각.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은 이걸 사고 싶다, 저걸 사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 너는 혹시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팔고 싶은 게 있니?”

“음, 저 부채요!”

“아빠 생각엔 저 종이부채를 사고 싶어 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얼마에 팔 거야?”

“음…, 1,000원요!”

“아마 아무도 안 살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부채가 필요할 것 같아서 팔겠다고 한 거야? 아니면 너한테 필요가 없어서 팔겠다고 한 거야?”

“내가 별로 필요 없어서요.”

“응,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한테 필요한 거, 자기한테 좋은 거에 돈을 쓰고 싶겠지?”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정리하다 나눈 대화이다. 이런 식으로 아이와 사고파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돈은 우리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눠서인지 생일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었더니 일곱 살 아들은 “갖고 싶은 게 없어요. 돈으로 주면 안 돼요? 저금하게요”라고 대답했다.

부모 소득과 부채도 이야기하자

우리는 과연 아이와 돈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어디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할까? 10원짜리 한 장까지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지만, 대략의 소득과 지출 규모를 알려주는 것은 괜찮은 듯하다. 그래야 아이도 자기가 쓰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자신이 다니는 학원 등이 부모가 번 소중한 돈으로 기회를 주는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

아이들은 본인이 다니고 싶다고 해서 학원을 보내주었는데도, 핑계를 대며 자주 빠지려 하거나 늦게 학원에 가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주로 초등 고학년, 중학생 때 더 많이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대략의 소득과 지출을 알게 되고 본인의 학원비가 소득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게 되면, 다닐 학원도 더 신중하게 선택하고 더 성실하게 다니게 된다. 자기통제력 발휘하는 연습도 된다.

아울러 소득이 적은 경우, 또는 가계부가 빠듯한 경우에도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으면 한다. 돈 관리의 제1법칙은 없으면 없는 대로 아껴 쓰는 것이다. 아이도 현실을 조금은 알고 아껴 쓰는 데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비록 부족하나마 같이 아껴 쓰며 미래를 위해 저축하며 목표를 세워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또 부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나는 아이에게 부채에 대해서 말했다. 아이가 누리는 것이 모두 공짜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빚을 권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빚을 통해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늘 경계해야 하고, 아이에게도 그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때, 돈이 부족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렸어.”

“얼마요? (금액을 알려주자) 그럼 돈을 못 갚으면 우리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하는 거예요? 만약 엄마 아빠가 못 갚으면 내가 갚아야 하는 거예요?”

아이의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을 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면 가정경제에 대한 아이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최근 아이는 갑자기 내게 이런 재정 컨설팅을 해주었다. “아빠가 ○원을 버니까, △원만 쓰고 X원은 은행 돈을 갚아요!”

가족만의 비밀이라고 당부하자

아이가 가정의 소득에 대해 알게 되면,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이런 당부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엄마 아빠가 얼마를 버는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도 너희 부모님은 얼마 버냐고 묻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니까 말이야. 이런 이야기는 가족끼리의 비밀로 하도록 하자. 알았지?”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함께 가르치자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아이가 돈을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돈보다 중요한 것을 함께 잘 가르치면 된다. 돈만 가르치는 것, 돈만 좋아하는 아이로 키운다면 문제지만, 돈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도, 돈보다 중요한 가치들을 반드시 알려주면 된다.

“아빠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 그것은 우리 가족이야.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면 돈이 조금 적어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돈은 있으면 좋지만,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절대 아니야.”

어버이날이 있던 주말에는 아이에게 말했다.

“어버이날인데, 엄마 아빠한테 밥 한 번 사주는 거 어때? 지난번 먹은 칼국수 먹으러 갈까?”

그렇게 어버이날,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칼국수를 맛나게 얻어먹었다. 아이와 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자유로워지면서, 아이가 성숙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