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부모생활] 말 안 듣는 똑똑한 아이 ?!
래원:외신      2018-12-07 10:05:00

안녕하세요~ 61개월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저희 딸은 또래에 비해 인지언어가 빠른 편이에요.

벌써 글씨는 다 읽고 어려운 글자가 아니면 다 쓸 줄 알아요. 책도 좋아하고 레고도 작은 건 혼자 맞추기도 합니다.

발달이 빠르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게 꼭 좋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이 아이가 발달이 빠르기 때문인지 예민하고 FM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엄마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눈치를 살필 때나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고 문제가 해결되면 눈을 돌려버리니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해서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됩니다.

이런 딸아이의 생각을 도통 알 수 없으니 정말 고민이고 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연을 받아 보았는데요, 답변을 드리기에 앞서 사연을 통한 상담의 가장 큰 제한점이 아이를 직접 만나보지 못한다는 점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제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서 그중에 딱 무엇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아이에 대한 평가를 해보면, 인지적인 능력이 빠른 것 같다고 하셨고 책도 좋아하니 사고력이나 어휘력도 좋은 것 같습니다. 레고를 좋아하고 혼자서 잘 한다는 것은 시공간 지능이나 소근육 운동도 발달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예민하고 FM 스타일이라는 것은 오히려 감각이 예민하고 자기 생각으로 해도 된다, 안 된다 혹은 옳고 그름, 좋아하고 싫어하고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사고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라고 생각하고 왜 엄마 말을 안 듣는 걸까 생각해 볼까요?

먼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말을 안 듣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연을 주신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 무엇일까요? 생활에 꼭 필요한 말들, 이를테면 '양치하자', '밥 먹자'와 같은 말을 안 듣나요? 그렇다면 그것은 적극적인 반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엄마 말을 다 듣기 싫어! 엄마가 싫어!' 이런 메시지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선택이나 취향을 제안하는 말이라면 또 다르게 생각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발목 양말을 신는 게 좋지 않겠니?", "오늘 갈 곳은 뛰어노는 곳이니까 원피스보다는 바지가 좋을 것 같아.", "그 치마 위에는 이런 윗도리가 어울리지 않을까?"처럼 말입니다.

보통 아이들이 6~7세가 되면 독립성이 조금 더 강해집니다. 36개월 전후까지는 부모와 애착이 강하게 형성되어 엄마에게 꼭 붙어있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엄마로부터 자연스럽게 서서히 떨어져 나갑니다. 밖에서 알아서 잘 놀다가 뭔가 허전하고 아쉬우면 엄마에게 와요. 엄마에게 몸을 비비고 엄마 다리에 앉아서 얼굴도 비비다가 또다시 나가서 잘 노는 식입니다.

사연에서 아이가 자기가 필요할 때는 부모를 찾는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어떤 필요를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도 사실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아이가 무언가가 필요할 때 엄마를 찾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문제죠. 그런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아이가 필요한 것을 얻고 나면 관심을 돌려서 속상하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제가 느끼기에 어머니께서 아이가 독립하는 것을 조금 두려워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가 냉정하게 휙 돌아서 가버리는 모습에 대해서 조금 힘들어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것은 어머니께서 아이와 계속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점차 독립해 나가야 하죠.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회적 동물 중에서 인간이 자식을 품 안에 두고 키우는 기간이 가장 길잖아요 ^^ 그러니 자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 자체를 깜빡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가 내 곁을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때 서운하고 마음이 아플 수 있지만 그래도 화내지 마시고 독립을 시켜 주셔야 합니다.

만약에 이렇게 똑똑한 아이가 "엄마가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결정해. 나도 좀 결정하고 싶어"라며 엄마 말을 안 들으려고 한다면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면서 더욱 풀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말로 엄마가 지시할 필요가 있는 것, 엄마가 가르쳐야만 하는 것만 이야기한다면 그때는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그것을 고쳐 잡고 아이를 이겨내려고 하지 마시고, 위험하지 않은 것이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에서는 과감하게 아이에게 맡겨 본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취향 면에서 아이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하도록 지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엄마 취향인 것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엄마는 저게 너무 이쁜 것 같아~"라는 표현을 하거나 원하는 취향의 옷이 있다면 아이들 옷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직접 입고 익숙해지도록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보다 현실적이고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그러니 밤에 너무 서운해하면서 눈물 흘리지 마시고 오히려 아이를 그렇게 풀어주면 어머니 곁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ㅎㅎ 사실 돌아가더라도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독립하고 나서 돌아가겠지만요 ^^ 그렇게 따님이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그리시면서 마음을 많이 다독이시고 가족분들이나 주변불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면서 지내신다면 더 잘 견뎌내고 아이를 잘 키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