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이 된다!!
래원:허그맘      2018-09-28 16:48:00

심리전문가의 육아 정보 전문가 Q&A 3세

#불안#30개월#세살아이훈육

[오늘의 육아꿀팁]

아이야 네 안에 무엇이 있는 거니

“안녕.” 세 살 된 아이가 엄마와 상담실에 왔습니다. 아이는 상담사가 인사하자 엄마 뒤로 숨습니다. 잠시 뒤 엄마와 긴 의자에 나란히 앉습니다. 앉은 뒤 얼마 되지 않아 발을 내려뜨려 바닥에 닿게 하려고 합니다. 엄마가 낮게 말합니다. “가만히 있어!” 아이가 바로 앉습니다. 이번에는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테이블을 탕탕 칩니다. “조용히 해.” 엄마가 아까보다 더 낮게 말합니다. 아이가 눈을 깜빡입니다.

아이의 불안 그 실타래를 따라 가면

엄마와 단둘이 되자 상담사는 묻습니다. “요즘 뭐 걱정되거나 마음에 걸리거나 집중이 안 되거나 하는 게 있으세요?” 이렇게 물은 이유는 대기실에서 본 아이의 모습 때문입니다. 아이가 불안해 보였고 그 불안은 엄마의 불안과 닿아있을 거라는 가설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몸이 피곤하고 잠을 잘 못 잘 뿐이라고 합니다. 상담사는 엄마의 답변을 마음에 두면서 대기실에서 본 엄마의 모습으로 화제를 옮깁니다. 아까 아이 행동을 보고 어떠셨냐고 묻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게 신경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이야기해 줍니다. “어려서부터 공중도덕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건 몰라도 남한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봐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엄마는 천천히 아이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걱정이 없다고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불안의 그림자

며칠 전 어린이집 선생님하고 상담을 했을 때 아이가 요즘 들어 부쩍 애들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걱정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원래부터 뭘 덥석덥석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근래 들어 뭘 할 때 주저하는 게 많아지고 밥을 먹을 때도 엄마 눈치를 보는 것 같고 다 먹고 나면 꼭 엄마 칭찬을 들어야 안심하는 것 같아서 엄마는 애가 크느라고 그러나 보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여러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고 새로운 활동을 할 때 멈칫거린다고 하니 엄마는 아이의 변화가 걱정스럽다고 했습니다. 상담사는 물었습니다. 아이가 호소하는 신체적인 증상이 있느냐고요. 엄마는 그렇잖아도 소아과에 갔다왔다고 합니다. 아이가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고 하고 다리도 아프다고 해서요. 병원에서는 크게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하면서 아이가 근래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엄마의 불안

상담사는 엄마에게 심리검사를 받아 보기를 권유합니다. 엄마는 묻습니다. “제가요? 아이가 아니고요?” 상담사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아이가 불안 증세를 보이는 듯한데 그 원인을 찾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요.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 피검자가 됩니다. 엄마가 응한 검사는 MMPI-2라고 하는 성격검사와 부모양육태도 검사입니다. 상담사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확인하려고 엄마와 편안히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자신에 대해 하나씩 점검해 나갑니다. 자신이 깔끔하고 질서정연하고 작은 일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성격을 지녔다는 사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들한테 못마땅한 게 너무 많다는 점, 남편한테 듣는 소리가 ‘당신은 너무 예민하다, 미리 걱정 좀 하지 마라, 당신 완벽주의 땜에 나나 애들이 피곤하다, 애들을 너무 윽박지른다. 혼자만 양심 있는 거 아니다.’하는 말들이라는 점, 가전제품을 살 때라든가 아이들 학습지를 결정할 때 등 뭔가를 결정하는 일이 너무 힘이 든다는 점, 친구한테서 ‘너는 속을 모르겠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착잡했던 일, 학생 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도달하지 못한 적이 많았고 그 때마다 자기가 한심해서 열등감을 느꼈다는 점.......

불안이 낳은 양육태도

엄마는 이제 아이들을 기르면서 어땠는지도 돌아보았습니다. 아이가 기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어떻게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합니다. 육아 정보 검색을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내가 아이한테 필요한 것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서 아이가 잘못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SNS에서 놓여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사실은 육아 스트레스가 크지만 그런 내색을 하면 자신이 무능해 보이고 그러면 점점 우울해지니까 자꾸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만큼은 자신처럼 힘들지 않기를 바라서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려고 문화센터의 영유아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찾아 다녔고 인성교육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버릇없이 구는 게 제일 싫어서 좀 엄격하게 한 편이기는 하다고.

아이는 그 속에서 어땠을까요

불쾌하지만 도움이 되는 감정이 불안이지요. 불안이라는 감정이 경보를 울려 줘서 우리는 숱한 위험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엄마에게 있는 양육불안도 아이를 잘 길러내는 데 한몫을 했을 겁니다. 다만 정도가 문제이지요. 과자를 편히 먹지 못하는 아이한테 왜 그렇게 먹느냐고 물으면 “엄마가 부스러기 떨어트리면 싫어하세요.”하고 대답합니다. 엄마가 안 보는 곳인데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걸 보면 청결에 대해 불안한 엄마의 정서가 이미 아이의 정서가 된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불안 감염 경로

청소년기의 불안은 부모에 의한 불안보다 사회나 학업,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되지만 아동기의 불안은 주로 부모의 무관심, 무시, 비난, 지나친 애정이나 애정의 부족, 지나친 책임성의 강조나 방치 등 부모의 부정적인 양육태도에서 비롯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세상이 부모인데 그 부모로부터 자기 존재를 수용 받지 못하니 세상이 위협적으로 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날 있는 그대로 받지 않고 조건을 제시하는데 그 조건을 맞추기가 버겁습니다. 그러니 눈치 보는 게 몸에 배고 누구에게든 선뜻 다가가지 못합니다. 무엇이든 시도하기가 겁납니다. 결과에 대한 평가권이 부모에게 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평가가 없을 때가 많았고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서 부모의 사랑이 떠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거든요. 불안한 아이는 불안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몸이 대신 말해 줍니다. 눈을 자꾸 깜빡이거나 코를 킁킁대거나 머리를 흔드는 등의 운동 틱과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음성 틱의 증세를 보입니다. 손에 땀이 차거나 열이 나기도 하고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고 관절이 아프다고도 합니다. 악몽도 꿉니다. 걱정도 많습니다. 우유를 엎지를까 봐 겁이 나고 친구가 나하고 안 놀아줄 것 같아 걱정되고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아저씨가 날 해칠까 봐 무섭습니다.

불안의 꼬리를 자르는 노력을

누구나 불안의 포로가 될 수 있습니다. 미지의 세상을 평온하게만 만나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습니다. 더구나 한 생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며 서 있는 부모 자리이니 불안에서 자유롭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요. 그렇다고 내 불안이 아이 불안이 되는 걸 받아안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불안해하는 데에는 원인이 있을 겁니다. 내 안과 밖, 과거든 미래든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곳을 찾아 불안을 낮추고 없애는 작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와 만나는 그 곳이 안전지대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