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기를 바라는 부모의 속마음 vs 아이의 속사정
래원:허그맘      2018-09-25 16:47:00

[오늘의 전문가솔루션]

말을 잘 듣기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말을 잘 안듣기 때문이겠죠?

저의 아들도 정말 말을 안듣습니다.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중에도 그것을 하고 있어요.

이럴 때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치면서 불안해지고 화가 납니다.

. ‘내 말을 무시하나?’, ‘아이가 버릇이 나빠지면 어쩌나?’, ‘계속 이렇게 안들으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들의 끝에는 결국 아이를 혼내게 되죠.

그런데 혼내는 중에도, 혼내고 나서도 뭔가 좀 찜찜할때가 있어요.

아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행동에 화가 나는 제 자신이 가끔 옹졸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화를 내고, 부탁을 하고, 애원을 해도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주는 걸까요?

만 2세에서 5세 사이에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로 자아인지(self-cognition)와 자아효율성(self-efficacy)이 크게 발달하게 됩니다. 자아인지는 자신의 내재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것이고, 자아 효율성은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유아 자신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4~5세 이전의 유아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들이 유아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어려운 일들은 지시하고 유아는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부모의 언어적 지시에 따르며 겪는 시행착오적인 경험이 유아의 자아효율성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자아효율성 판단의 발달은 계속적으로 촉진됩니다. 자아효율성의 판단은 아이의 성취지향적인 행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긍정적인 자아인지를 촉진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무척 중요한 발달 과제로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성취감이라는 것을 맛보게 되면 계속적으로 수행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이것은 ‘강화’(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자극)라는 심리학적 용어로도 설명될 수 있습니다. 성취를 통해 긍정적인 강화(ex. 칭찬, 보상, 내적 만족도 등)를 받게 되면 성취를 위한 계속적인 수행이 가능해 지는거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특히 더 ‘스스로 잘 해내고 있음’에 대한 느낌을 갖기를 매우 갈망합니다. 긍정적이고 능력이 우수한 자아를 만들고 싶은 본능 같은것이겠죠. 그럴려면 어찌됐던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유아기일 때부터 스스로 경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큽니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해도 자꾸 하죠. 어떤 요인으로 인해 해보라고 해도 잘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시기에 ‘정말 너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해봐~’ 하며 경험의 장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자아의 형성은 매우 중요한 발달과제입니다. 삶에 있어서 자아의 기능은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욕구를 외부세계(타인과 환경) 통해 어떻게 적절히 조화할 것인가에 대해 조정하고 통합합니다. 그래서 본능적 욕구와 초자아(도덕적 기준에 따르는 내적자아)간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내적 욕구를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역할을 하죠. 그러니 결과적으로 자아가 잘 형성되어야 세상살이의 어려움에서도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삶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아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형성되지 않습니다. 그저 상상으로만, 예상으로만 만들어진 자아는 불안이 높고 기능을 못합니다.

아이들이 계속 무언가를 경험하고 느끼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선 위험한 일은 제발 안했으면 하죠. 그래서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일은 그냥 좀 “네~” 하고 멈추길 바랍니다. 이런 위험한 일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 마다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가치관이 있지요. 부모 자신이 옳다고 여겨지는 모습으로 아이가 성장하길 바라신다면 아이가 부모의 말을 더 잘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실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누군가의 바램대로 살고 싶지 않을거에요.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리고 인간의 본성인 자율성이라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것이라 내 마음대로 하고픈 마음이 무엇보다 크죠. 나이가 들수록 세상과 타협하면서 살지만 아이들은 지금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내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실컷 경험해서 튼튼한 자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세상과 타협할때도 무너지지 않아요. 그러니 부모님 말을 잘 들었으면 하는 부모님 마음의 속사정을 먼저 잘 들여야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유아기때는 ‘엄마, 아빠 말을 듣지 않을 거야’라는 반항적인 마음보다는 ‘세상이 궁금해, 내가 직접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부입니다. 그러니 이런 아이의 속사정을 알아주시고 아이에게 ‘안되는 것’을 자꾸 언급하기 보다 아이가 ‘할수 있는 것’에 더 초점 맞추어서 아이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