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문가 TIP]
만 2세경부터 스스로 하고 싶어지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저희 아들도 늘 하는 말이 “내가! 내가! 내가 할꺼야!”였어요.
아이의 손을 보태면 일이 늦어지고 귀찮아 질 것 같은 마음에 제가 몰래 후딱 해치우면 나중에 아주 난리가 납니다. “엄마 미워! 엄마 나빠!, 내가 하고 싶었다고~!!” 사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건 별게 아니에요.
식사 자리에서 물을 붓는다던지, 고양이 밥을 준다던지, 분리수거를 한다던지 등 어른들이 하는일을 자신도 같이 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일상의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자신만만해져서 으쓱하는 느낌의 미소가요.
밥먹기, 세수하기, 옷입기등 자신을 위한 일부터 부모가 하는일을 자신이 일부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아동은 자신의 능력에 신뢰감을 갖게 되고, 이러한 신뢰감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데 기초가 됩니다. 자아존중감은 우리가 보통 자존감이라고 부르는것인데 자존감은 아이가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나 평가를 말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존중하는가에 대한 정도이지요.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되는 아이는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입니다.
아이의 자아존중감이 발달하는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들의 부모특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아이의 행동에 대해 매우 수용적이며, 가족의 의사결정에 아이를 참여시키고, 아이의 의견에 매우 지지적인 태도가 특징적입니다. 특히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아이일수록 더욱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아존중감이 형성되는데 선행되는 것은 자아 평가(self-evaluation)입니다. 자신이 기대한 기준으로 자신의 수행을 평가하는데 평가의 결과가 긍정적일 때 높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게 되는것이지요. 아이가 자신을 평가할 때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입니다. 아이의 기대 기준은 부모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아이의 수행 결과에 대해 부모가 불만족스러워 한다면 아이는 실망하면서도 그 반응을 내재화 합니다. 마음에 새기는 것이지요 즉, 부모의 반응이 자신의 평가 결과가 됩니다.
아이의 서투른 수행의 결과를 수용하기 위해선 먼저 수행의 한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아이가 수행할 행동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설정된 범위 안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며칠전 제가 미숫가루를 타먹으려는데 아들이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미숫가루를 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컵에 미숫가루를 넣는다 --> 꿀을 넣는다 --> 물을 붓는다 --> 젓는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모든 것을 자신이 하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두가지만 주었어요. 꿀을 넣고 물을 붓는것이요. 이 두가지가 가장 수월하다 싶었거든요. 그렇다면 이 과정을 수행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은 컵에 얼만큼 부어야 하는지, 꿀은 몇숟가락을 넣으면 되는지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한번 해봐” 이렇게 했다가 결과가 않좋으면 부모들은 대번에 짜증을 냅니다. 흘러진 물, 미숫가루 부스러기, 발에 밟히는 찐득한 꿀의 뒤처리는 결국 부모가 해야 되니까요.
여기서 수용에 대한 것을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수용한다는 것이 한계를 설정하는것과는 별개로 여깁니다. 다 받아주기로 했으니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것이죠. 그러고선 아이에게 화를 내고, 뭐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는 신나서 해보려다 금새 시무룩한 표정을 짓게 됩니다. 우리에겐 별것아닌 미숫가루 타기가 아이에겐 자신을 수행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획이 됩니다. 아이가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주세요.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는 무조건 수용하셔야 합니다.
수용의 표현으로는 칭찬과 지지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둘중에 지지를 권하는 편입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칭찬은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이고 지지는 ‘어떤 사람이나 단체 따위의 주의ㆍ정책ㆍ의견 따위에 찬동하여 이를 위하여 힘을 쓰다.’ 입니다.
칭찬은 평가의 결과입니다. 부모의 평가는 아이에게 ‘잘해야돼’라는 편견이 내재화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지는 그냥 아이의 수행을 같이 축하하는거죠. 그것에 힘을 실어 주는 것입니다.
“우와 멋져~! 너가 해주니까 미숫가루가 더 맛있는걸~ 고마워~” 이것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