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모의 자녀가 성적이 좋을까?
래원:외신      2018-04-11 16:01:00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자녀를 정말 성공적으로 기르고 싶다면 ‘돼지엄마’ 몇 명이 하는 말이 아니라 실질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몇 년 전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인 스티븐 레빗(Steven D. Levit)과 스테판 더브너(Stephen J. Dubner)가 쓴 <괴짜경제학>이란 책에는 회귀분석이라는 통계기법을 통해서 부모가 아이의 학업과 정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있다면 부모의 어떤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를 보여준 통계분석이 있었다. 그 결론은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가?”가 아니라 “부모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이다.

집에 책이 많은 부모는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었지만, 부모가 거의 매일 책을 읽어주는 것은 강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와 자녀의 성적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아이를 박물관에 자주 데리고 간다든지, 정기적으로 체벌한다든지, 또 자녀가 태어나서 유치원에 다니기까지 엄마가 직장을 쉬었다든지 하는 등 자녀교육을 위한 부모의 행동에 관한 항목들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부모의 자녀가 성적이 높다는 것이다.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의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버는 부모의 아이가 성적이 좋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듀크 대학의 제니퍼 랜스포드(Jennifer E. Lansford) 교수와 텍사스 대학의 엘리자베스 밴더워터(Elizabeth A. Vandewater)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부모 자신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복감을 높여주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인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보다는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부모의 삶 자체가 결국 양육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로와 대학(Lowa State University)의 콘거(Rand D. Conger) 교수는 경기가 하락하는 지역에 사는 7, 8, 9학년 남학생 180명과 여학생 198명을 3년 동안 심층 면접하였다. 그 결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정의 부모들은 애정적이고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억압적인 처벌을 하거나 지출한 교육비만큼의 구체적인 성적향상을 요구하는 등 부정적인 방법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청소년기의 감성이나 행동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경제력이 취약한 부모가 받는 심리적 압박은 자연히 가정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친구관계가 소원해지고, 지역사회의 참여도 현저히 떨어져 사회적 관계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비록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낮은 부모라 할지라도 올바른 태도를 취함으로써 충분히 성공하는 자녀를 양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업의 상하와 귀천을 떠나서 그 일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삶이 중요하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부모는 현실적으로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힘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