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나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래원:외신      2018-03-28 16:45:00

엄마를 무너지게 만드는 감정, 화

엄마로 살다 보면 가끔 내 안에 이런 형편없는 모습이 있었나, 나에게 이런 용기가 있었나,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놀라움을 느낍니다. 이런 놀라움과 함께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은 아이와 가까워지게도 하고 멀어지게도 합니다.

엄마인 우리를 무너지게 만드는 기억 속에는 몇 가지 감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화입니다. 정말 화가 나면 ‘아이와 대화를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표현이 제대로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화를 쏟아낸 후 죄책감을 느끼고, 그것은 관계가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불안, 자책과 우울로 이어지며, 그런 우울한 마음은 관계에 영향을 주고 수치심과 열등감을 느끼게 합니다.

화는 정말 통제할 수 없을까?

저는 엄마들이 똑같은 상황인데 아이와 둘이 있을 때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종종 화를 참을 수 없다는 엄마들과 대화 훈련을 해보면 모두 수긍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화를 잘 통제합니다. 하지만 아이와 둘이 있을 때는 통제하지 않지요. 문제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더 화를 내는 것입니다.

아이를 막 야단치는 중에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가정해볼까요. 방금까지 화를 내다가 목소리를 바꿔 부드럽게 “여보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받겠죠. 선생님이 아이를 칭찬해주려고 전화를 했다면 그 전화를 끊고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요? 또 만약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걱정하거나 불만을 표현한다면 그 전화를 끊고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요? 통화 이전과 같을까요, 아니면 달라질까요?

전화가 오기 전에는 화를 통제할 수 없다고 믿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칭찬을 듣고 끊는다면 화가 누그러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방금 전까지 화를 통제할 수 없을 거라 믿었지만 화를 이미 통제했고 그 감정이 변했음을 인정하게 되지요. 그러니까 누구나 생각을 바꿔 화를 다룰 수 있습니다. ‘난 화를 참을 수 없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참기 싫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화는 참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입니다.

화를 잘 다루기 위한 두 가지 방법

➀ 옳다고 믿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기

화를 잘 다룬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 방법 중 하나는 옳다고 믿는 생각에서 좀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밥은 꼭 엄마가 차려줘야 해.’ ‘집안은 늘 정돈되어 있어야 해.’ ‘싸우는 건 나쁜 거야.’ 이렇게 자신에게 강요하는 게 많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밥 한번 사 먹는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닙니다. 너무 힘들 때는 밥 한 끼 안 차려도 괜찮아요. 자신에게 먼저 너그러워져서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유연해지면 아이에게도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화를 덜 내게 됩니다.아이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실수하며 크고 경험하면서 배워가는 존재이고,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옳다는 신념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자기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할수 있습니다.

➁ 화 안에 있는 다른 감정 깨닫기

사실 어떤 화는 화가 아니라 걱정의 다른 이름입니다. 또는 아이가 준비물을 잘 챙겨 가서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에 불안했던 겁니다. 아이가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도록 가르쳐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랐기 때문이죠. 때로는 화가 아니라 서운함이었습니다. 때로 지쳐서 쉬고 싶을 때 아이가 잠시 조용히 있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죠. 화라는 보따리를 펼쳐보면 그 안에는 정확하고 세밀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서운했고, 억울했고, 슬펐고, 걱정 되었고, 불안했고, 좌절했고, 맥이 빠졌고, 지쳤고, 겁이 났던 것입니다.

원인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 원했던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화라는 감정은 억누르거나 상대에게 터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감정을 잘 보살피며 세밀하게 바라보고, 무엇 때문에 자신의 바람이 좌절됐는지 이해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떠들어서 쉬지 못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면, 엄마가 쉬고 싶으니 잠시 조용히 있어달라고, 그게 되지 않아서 엄마가 좀 힘들고 지친다고 아이에게 협조를 구해보세요. 엄마가 10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고 있고 싶다고요. 아이도 최선을 다해 엄마를 돕고 싶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