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약’아닌 ‘독’
래원:연변일보      2018-03-27 09:48:00

몇년전 큰 히트를 치고 최근에도 종종 재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호랑이 엄마, 고양이 아빠(虎妈猫爸)’는 자녀교육의 잘못된 단면을 보여준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극중 주인공인 ‘필승남’은 소위 말하는 ‘극성 엄마’이다. ‘출발선에서부터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는 딸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각종 흥취반에 등 떠미는가 하면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딸애를 몰래 지켜보며 아빠트단지 아이들한테 딸과 함께 놀아달라고 아이들에게‘뢰물 공세’를 퍼붓기도 한다. 자녀의 일, 특히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주인공의 ‘극성스러움’은 딸애를 궁지로 내몬다. 딸애는 아동우울증에 걸려 말하기를 거부하며 학교생활까지 접게 된다. 다행히 자신의 문제점을 자각한 주인공은 자녀에게 집착이 아닌 집중의 시간을 가지며 상처받은 딸애의 치유에 몰두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이 주인공의 ‘극성’ 이미지는 사실 현실 속 다양한 ‘극성 엄마’들을 ‘모델’로 삼고 있다.

연길시 모 소학교 교원인 김모는 ‘극성학부모’ 때문에 곡혹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이 뛰여놀다보면 한번쯤은 생길 법한 작은 찰과상에도 ‘과민 반응’ 하면서 어찌된 일인지 꼬치꼬치 캐묻어 난처했다고 한다. 또 어느 한번 학교연극활동에서 자신의 아이의 대사가 왜 다른 아이에 비해 적은지, 왜 자신의 아이는 반장이 될 수 없는지 선생님하고 일일이 따질 때면 식은 땀이 흐른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24일, 연길시에서 유빈심리상담쎈터를 운영하고 있는 유빈 원장은 “이런 학부모들이 자녀의 몸종처럼 시중을 들며 자녀의 진로, 직장, 배우자 등 인생의 중요한 선택까지 대신 해주는데 이로써 ‘불행해진’ 자녀들과 때늦은 후회를 하는 부모들을 많이 상담해왔다.”고 했다.

연길시에서 개체업을 하면서 생활형편이 좋은 한 부부는 외지대학에 가겠다는 아이의 의견을 무시한 채 연변대학 한 곳에만 지원을 적었다. 집에서 대학교를 다니면 부모가 더 잘 보살펴줄 수 있고 고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가용을 운전하면서 통학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이 부모의 유일한 원인이였다.

부모의 ‘설계’로 인해 대학에 진학했지만 숙소친구와의 사소한 모순도 부모가 나서 해결해주어야 할만큼 문제해결기능을 상실한 자녀, 대학 졸업 후 부모가 선택해준 세 직장을 고추장 맛보기 식으로 다니다 그만두고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 엄마가 점찍어둔 배우자와 혼인신고까지 마쳤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결혼생활이 아니라며 전전긍긍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유빈원장은 “이렇 듯 유별나게 자녀 일상에 관여하는 엄마들은 자신과 자녀를 한 몸처럼 여기고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녀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굳게 믿는 대리만족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유빈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보호가 자녀의 창의력을 말살하고 독립심을 떨어뜨려 의존성을 높이고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인생을 평생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아이 앞의 장애물을 치우기에 급급해 하기보다 아이가 장애물에 부딪쳐 넘어지고 다치고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줘야 한다. 부모가 온전한 성인으로서 자신한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의 삶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