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부모 교육, 아이와 노는 부모가 되자
래원:퀸 매거진      2018-03-20 15:36:00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다.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

하지만 노력하는 부모는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모이자 본받고 싶은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들에게 영국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부모 교육 받아볼 생각 없으세요?”

아이가 만2세가 되기 전까지 정기적으로 집에 직접 찾아오는 영국의 방문간호사의 한 마디. 슈어스타트 칠드런센터에서는 부모 교육(Parenting Course)을 제공하고 있다. 13주 프로그램으로 3개월 이상 교육을 받는다.

SSCC라고 표기하는 영국의 슈어스타트 칠드런센터는 영국의 아동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영국 전역에 설치된 영유아 가족을 위한 공공기관이다. 영유아 돌봄 및 교육 제공, 부모에게 양육 정보 및 상담 서비스 제공, 가족 지원 서비스 제공, 가족 단위 활동 운영, 양육자와 아동에 대한 지원, 고용지원센터와의 연계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시군구별 단위로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이 있다.

부모 교육을 위한 준비 단계

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인 박사들과 면담이 진행된다. 임신 당시의 환경, 계획 임신 여부, 부부 사이의 문제, 부모로서 생각하는 아이의 문제 등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데, 두 명의 전문가가 이를 자세히 기록한다. 이후 부모와 아이의 행동 등을 모두 기록한다는 내용을 알려준다.

그 다음 주에는 아이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부모가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는 강의실 옆에 위치한 놀이방에서 돌봄을 받는다. 아이들이 돌봄 교사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아이들을 위한 세션을 별도로 마련한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이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첫 수업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토론하는 포커스 그룹 방식으로 각 부모는 아이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이어 목표를 세운다. 부모 교육 과정이 끝난 뒤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있기를 원하는지, 부모 스스로 어떻게 변화하기를 원하는지 등 각자 부모 교육을 통해 거듭나고자 하는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첫 번째 숙제 : 감정 사이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경우, 부모는 보통 감정→행동→사고 사이클로 행동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새로 산 소파 위에 주스를 쏟을 경우 부모는 화가 나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지만 잠시 뒤 의기소침한 아이를 보면 부모는 이성적으로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부모가 감정을 조절하면 자신의 행동이 바뀌고, 죄책감을 덜 느끼고 아이와의 관계도 틀어지지 않는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일단 아이와 생활하면서 겪는 상황 속에서 감정→행동→사고의 감정 사이클이 어떤지 기록해보는 연습을 한다.

아이와 노는 부모

부모 교육의 강사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은 부모와 상호작용하는 놀이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캐롤린 웹스터-스트래턴 교수가 주장하는 피라미드는 놀이→칭찬하기→규율 정하기→무시하기→감정 조절하기 순으로 쌓여있다. 피라미드의 가운데를 건드리면 윗부분이 와르르 무너지겠지만 밑바탕의 놀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놀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는 신뢰 관계를 쌓으며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신뢰 관계가 없을 때보다 아이와의 관계를 쌓기가 수월해진다.

아이들의 놀이는 단순히 놀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놀이를 통해서 배운다. 상상력을 키우고, 대인관계와 사회성 등도 모두 놀이를 통해 알게 된다. 이때 부모가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래와 놀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과 특히 부모와 놀이를 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고집부리기, 길바닥에서 난리 치기 등 아이의 돌발 행동에는 그 너머에 충족되지 않은 아이의 욕구가 있다. 보통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부모에게서 긍정적인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보이며 집중해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놀이인 것이다.

아이 인생을 바꾸는 놀이

하루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보다는 밀도가 중요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놀이를 한다면, 아이는 오늘이 아니어도 내일 또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놀자고 떼를 쓰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놀이 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질문을 한다면 정해진 답을 얻기 위한 가르치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에게 선택권과 주도권을 주는 질문, 즉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정해진 답에 대한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아이의 요구가 적절하지 않다면 대안을 제시한다. 이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가 아니라 “블록 쌓기 말고 이제 찰흙으로 강아지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런 식이다.

어려서의 놀이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의 놀이가 성격과 사회성, 학습능력 등을 형성하며 어떤 경우 어려서의 놀이 경험이 현재의 직업으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아이가 프로그래머,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 아이는 웹툰 작가 등이 되어 있기도 하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규칙적인 공부 습관을 먼저 길들이길 원한다. 하지만 놀이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놀이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서 아이와 함께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해보자. 놀이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