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왕따 가해자라면?
래원:외신      2018-03-16 10:25:00

양육은 쉽지 않다. 그저 아이가 착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크길 바라지만, 그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아이는 갈등도 겪고 인생이 바뀌는 결정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아이가 항상 부모의 감독하에 있지는 않기에, 아이가 여러 결정을 하는 바로 이 시기에 부모의 양육법이 시험대에 오른다.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부모로서 상상하기 싫은 악몽일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아이가 왕따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이 악몽은 현실이 된다. 슬프게도 현실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른 아이를 괴롭힌 내 아이를 이해하기 뉴욕 아동학대방지협회(SPCC)의 대표인 메리 L. 풀리도 박사에 따르면, 왕따 가해 학생은 특정 민족과 인종, 사회경제적 계층, 성별, 종교를 막론하고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우리 아이가 또래 애들에게 고통과 굴욕을 주는 행위를 하다니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12살 아들을 둔 학부모 지나는 학교로부터 한 학생이 아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학교의 조사결과 지나의 아들은 폭력을 쓰고 성적으로 희롱하는 등 동급생들을 괴롭혀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나는 “너무 당황스럽고 창피했다.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원작 ‘여왕벌과 추종자들(Queen Bees and Wannabes)’의 저자 로잘린드 와이즈먼은 “아이는 똑같은 역할에만 고정돼있지 않다. 괴롭힘의 대상에서 상황에 따라 쉽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집에서 하듯이 밖에서 행동한다고 할 수 없다. 그 반대도 그렇다. 대부분 아이는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행동하지 않는다. 대게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행동을 본인 탓이라고 자책하지만, 와이즈먼은 “부모가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리유는 다양하다. 따라서 이는 부모가 무책임해서가 아니다”고 말한다.

왜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걸까? 괴롭힘이 반드시 ‘나쁜 아이’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아이마음연구소의 제이미 하워드 박사는 “아이는 모든 종류의 활동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활동이 아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투영하진 않는다. 그들은 계속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착한 아이도 그 과정에서 실수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리유를 살펴보자. ▶왕따를 주도하는 친구 무리에 어울리고 싶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신도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 다른 아이에게 똑같이 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고 싶다. ▶선생님, 부모님, 동급생들에게 관심받고 싶은데 다른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 ▶본래 독선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괴롭힘의 대상이 자신에게 적의가 있다고 느껴서 똑같이 행동한다. ▶단순한 장난일 뿐이라고 여기며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아이를 대상으로 충동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한다.

괴롭힘을 그만두게 하기 아이가 동급생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고함을 치기보다는 그 상황에 관해 대화해야 한다. 직언하는 동시에 아이의 입장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때 와이즈먼은 “왕따 가해 학생이 말을 잘 지어내고 사교성이 뛰어난 경우, 자신의 행위로 곤란에 처할 위기를 느끼면 부모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왜곡해서 전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자극을 받더라도 책임감을 심어줘야 하고, 학교나 다른 아이의 부모가 한 말 중 어떤 부분이 진실인지 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의 진상을 되도록 많이 알 수 있고, 아이에게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 부모 역시 다른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할 리 없다”는 말도 삼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집 밖에 있는 아이를 온종일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지나의 사례로 돌아가자면, 지나 부부는 아들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아들과 마음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아들의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우리 아이는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힘과 통제력을 느낀 것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것보다 제일 나쁜 아이로 알려지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나는 집에서 왕따 가해 학생처럼 말하거나 농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예절을 연습하며 서로 돕는 행동을 지향했다. 그녀는 “항상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 누구라도 잘못된 행동을 하면 가족으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