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만 내는 아이 앞에서 자포자기하게 돼요
래원:외신      2018-03-14 14:59:00

Q : 화만 내는 아이 앞에서 자포자기하게 돼요

A : 부모는 올바른 길에 서서 견디는 존재입니다

Q : 화만 내는 아이 앞에서 자포자기하게 돼요

일곱 살짜리 아이가 자기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엄마를 너무 함부로 대합니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짜증을 내고, 부탁할 게 있으면 화를 내며 명령조로 얘기해요. 아이를 상냥하게 대하다가도, 난데없이 소리 지르고 화내는 아이를 보면 저도 화가 나요. 부탁할 땐 이렇게 말하는 거다 하고 설명해줘도 아이가 계속 화를 내면, 저도 폭발하기 일쑤고 스트레스가 심해져요. 저한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예요. 제가 잘못 키워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힘듭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그런 결심마저 포기할 것만 같아요.

A : 부모는 올바른 길에 서서 견디는 존재입니다

잘해보려고 하는데 뜻대로 안 되면 정말 힘들죠. 그러다 보면 자기 조절력을 잃고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싫어지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조절력을 잃으면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마음을 잘 지키고 다스리기 위해 부모는 늘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에 쉽게 조절력을 잃는 이유는 부모로서 잘해보려는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앞서다 보니 '왜 나는 노력하는데 아이는 저렇게 행동하지?',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불안감과 걱정 때문에 조절력을 잃습니다. 그런데 원래 아이들은 좀 엉뚱하고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한두 번 말한다고 듣지 않습니다. 그것이 보통의 아이입니다.

물론 늘 예의 바르고, 단정하며, 올바르게 행동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분명 어디 있기는 할 것입니다. 다만 저는 그런 아이를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올바른 행동 한 가지를 가르치면 스스로 열 가지를 깨우치고, 배운 대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 책이나 드라마에는 종종 등장하는 '엄친아', '엄친딸'은 실제로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아이들도 자기 집에서는 우리 집 내 아이처럼 이상한 짓들을 종종 합니다. 아이들이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아이의 현재 모습에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주변의 아이들보다 못할 수도 있죠.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로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조금 늦게 배우는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지금 못한다고 실망하거나, 아이가 변하지 않는다고 포기할 때 아이는 발전을 멈춥니다. 발전의 가능성이 없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부모가 아이의 발전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발전을 멈추는 아이가 참 많습니다.

아이만 발전을 멈추는 것이 아니에요. 부모도 발전을 멈추게 됩니다. 아이에게 실망해서 좌절감을 다루느라, 내가 문제인 것만 같은 죄책감을 다루느라, 이러다가 아이가 크게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다루느라 부모는 얼마 없는 에너지를 다 써버립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니 정작 아이 앞에 서면 아무런 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한없이 흔들리며 작은 일에도 폭발하고 짜증을 내죠.

아이가 부족하다고 왜 실망합니까? 부모에겐 할 일이 있습니다. 부족하다면 부족한 대로, 유능하다면 유능한 대로 아이와 함께 사는 20년 동안 아이를 도와줘야 합니다. 부모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년. 부모는 부모로서 할 일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할 일을 충실히 했다면 누가 뭐래도 좋은 부모입니다. 자기에게 당당해도 됩니다. 물론 그때도 아이가 여전히 큰 약점을 갖고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약점이 있더라도 부모로서 아이에게 준 것 역시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남은 부분은 아이가 감당할 몫입니다. 부모니까 아이가 짊어질 한계에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것이 인간의 숙명입니다.

다시 사연을 보겠습니다. 지금 아이가 엄마에게 함부로 말을 하고 있어요. 부모에게 함부로 말할 때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마세요. 단, 아이가 몸이 아플 때만 빼고요. 엄마가 하녀인가요? 짜증내고 명령하는데 들어주게요. 여섯 살이 넘은 아이의 그런 행동을 봐줘서는 안 됩니다. 그럴 때는 그냥 아이를 내버려두세요. 엄마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일곱 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울다 지치는 것뿐이겠죠. 한 걸음 더 나간다고 해도 밥 안 먹고 말 안 듣는 게 고작입니다.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아이에겐 말 안 듣는 능력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말 안 듣게 내버려둬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듣게 마련입니다.

부탁을 할 때는 공손한 말투를 쓰라고 아이에게 설명해주세요. 다만 그런 교육은 기분 좋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화가 났을 때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자세히, 여러 번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할 일을 하면서 기다려보세요. 아이는 약자이기에 가만 놔두면 부모를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부모는 늘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스스로 잘 살펴봐야 합니다. 부모가 잘못된 방향에 있으면서도 버텨서 아이를 이끌 경우, 그 순간에는 아이가 말을 듣겠지만 결국 삐뚤어질 테니까요.

부모는 견디는 존재입니다. 아이의 우는 소리를 견디고, 말 안 듣고 억지 부리는 것을 견디며, 올바른 길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올바른 길로 따라오면 안아주고 격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울고 억지를 부린다며 속상해하지 말고,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잘 다스리세요. 그러다 보면 아이도 따라옵니다. 좋은 부모란 매사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부모가 아닙니다. 때로는 아이에게 냉정해 보일지라도 부모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