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행복이 먼저, 짜증나는 엄마마음 돌보기
래원:외신      2018-03-03 10:21:00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엄마가 아이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그리고 뉴스는 엄마와 아이의 행복했던 사진이나 영상도 함께 보여 주며 끝을 맺는다. 이런 소식 속의 엄마들은 보통은 아이를 아주 많이 사랑했던 평범한 ‘엄마’였다. 그런데 왜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을까.

심리학자 페기 드렉슬러는 CNN의 전문가 기고란을 통해 가족을 버리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고란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매우 지치고 짜증스러우며, 자녀 양육의 책임과 의무에 함몰되는 느낌에 익숙하다. 개인에 따라 더 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도망쳐 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빠지는 엄마들도 있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보고에 의하면 실제로 가족을 버리고 떠나거나 포기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원해서든 사정이 있어서든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라는 낯선 단어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이자 도전이다. 특히 갑자기 엄마가 되어 버린 여자들은 여태껏 겪어 보지 못한 감정들이 새록새록 솟아나기도 하고,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엄청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엄마가 되면서 스스로 감정이 참 다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항상 긍정정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기쁨과 환희도 있겠지만, 짜증과 후회,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도 그 속에 함께 존재한다.

짜증과 후회... 부정적인 감정을 부끄러워 마세요

우리 사회는 엄마에게는 모성애가 강하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어서 엄마라면 당연히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래서 엄마들은 우울함, 부담스러움, 낯섦, 당황스러움, 후회,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감정들을 느끼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이런 감정들을 느낀다고 해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았으나 우리는 여전히 한 명의 사람이고 여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진짜 잘못은 이런 감정들을 억누르고 숨기고 방치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엄마의 감정

이런 감정들은 가끔씩 분노와 짜증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분출의 대상이 주로 아이라는 점이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곧 엄마들은 후회와 죄책감에 휩싸인다. 이럴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자책하며 끝도 없이 감정이 가라앉는다.

감정 코칭 전문가인 함규정 교수는 엄마의 감정은 유전된다고 말한다. 이 유전은 혈액이나 신체를 통해서라기보다는 평소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습관을 통해 아이에게 대물림된다고 지적한다.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면 아이에게 그대로 답습된다는 소리다.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나기를 바란다면 우선 엄마의 감정과 상태부터 되돌아보고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울하고 지친 감정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엄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이런 감정들은 쉽게 전염된다.

엄마를 돌보는 게 가장 먼저

아이를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엄마가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되돌아보고 돌보아야 한다. 살면서 힘들거나 외로운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런 감정들에 압도당하고 쓰러지지 않도록 평소에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아울러 힘든 상황 속에서 엄마가 잘 견뎌 낼 수 있도록 주변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그 대상은 바로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다. 가족들은 엄마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누군가 내 말을 들어 주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인정해 준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주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보살피기 위해 엄마가 들인 수고와 희생이 얼마나 가치 있고 숭고한 것인지 알려 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인삼각 경기처럼 가족은 하나의 끈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한 명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들 역시 제대로 서 있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