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아이로 키운다 '독일의 자녀 교육'
래원:      2018-02-08 15:09:00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허락하지만, 공동체의 삶에 꼭 필요한 가치를 가르치는 데에도 정성을 쏟는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뛰어노는 자유를 최고로 생각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동체의 규칙과 규율을 습득하는 교육을 중시한다.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독립된 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바탕, 독일의 자녀 교육에서 찾았다.

‘사랑은 많이 주되 아이를 놓아 주세요’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며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얘기는 “네가 알아서 결정해. 그런데 책임도 네가 져야 해”라는 말로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공동체를 위한 양보와 희생을 존중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독일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도 똑같은 교육을 한다. 작든 크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풀어 놓을 뿐이지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고 관찰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엄격한 공동체 교육

항상 주변을 돌아보고 공동체에 필요한 예의를 가르치는 것. 그게 바로 독일 엄마들의 중요한 자녀 교육이다. 공동체의 규율을 중시하도록 가르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생활 습관과 예의 등을 심어 준다. 독일 학교에서는 공부는 못해도 이해받을 수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독일 엄마들은 집 밖을 나서면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 집에서보다 더 엄격하게 아이들을 대한다. 모두 남에게 피해 줄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때다.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벤치에 앉은 사람의 발을 실수로 밟기라도 하면, 엄마나 아빠가 바로 달려와 아이에게 주의를 주고 사과하도록 가르친다. 상대방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부모는 아이가 사과할 때까지 끈질기게 타이른다. 크든 작든 남에게 피해를 주면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고자 함이다.

상가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든지, 진열대의 물건에 손을 댄다든지 하는 행동을 발견하면 엄마는 아이에게 쉴 새 없이 얘기한다. “눈으로만 보는 거야. 만지면 안 돼.”

대화로 꾸중한다

독일의 부모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건 없건 간에 기본적으로 조곤조곤 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대화를 시도한다. 차분한 어조로 잘잘못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태도는 무턱대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감정을 쏟아 놓는 부모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독일 엄마들은 화를 내며 아이들을 혼내기보다 대화로써 타이르는 데 익숙하지만, 아이를 아주 심하게 꾸짖을 때가 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폭력에 대해서는 예외인 것. 폭력이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정도의 아이라 할지라도 훈계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지하고 강경하게 대처하며 상대에게 사과하도록 단호하게 말한다. 사과 이후에 안아 주며 왜 친구를 때려서는 안 되는지, 폭력이 왜 나쁜지를 다시 차분하게 설명한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음악과 체육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와 악기 하나 정도는 익숙하게 훈련시킨다. 취미 활동을 위한 교육이지만, 단순히 취미라고 하기엔 다른 어떤 교육보다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에게 풍요로운 삶이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타인과 함께 어울려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이를 누리면서 사는 것이다. 그런 삶을 위해 스포츠와 악기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외나 학원에 다니진 않지만, 스포츠나 음악 취미 생활을 위해 분주한 아이들은 많다. 독일 엄마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포기시키지 않는다. 아이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악기를 가르치거나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권하지만, 막상 아이가 배우는 과정에서 즐기기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과감하게 그만둔다. 몇 번쯤 설득이야 해 보겠지만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는다.

독일 엄마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녀 교육은 현재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엄마는 많아도 글을 가르치는 엄마는 드물다. 그림을 그리며 놀아 주는 엄마는 많아도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는 드물다. 시종일관 아이의 나이에 맞는 행복을 찾아 주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 필수 교육, 수영과 자전거

독일 엄마들에게 사교육은 지능 계발이나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한 의미가 아니다. 평생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다. 독일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사교육은 수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에서 수영과 자전거는 특별히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 없을 만큼 학교 교육으로 충분히 통달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독일 엄마들이 수영과 자전거 가르치기에 적극적인 것을 보면, 이 두 가지가 독일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보편적인지 알 수 있다.

수영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 교육이다. 그래서 부모든 학교든 수영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부모의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도 학교 교육만으로 자기 생명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을 구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자전거는 놀이나 스포츠보다 유치원생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실질적 이동 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면 자전거 타기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유치원생 중에는 가끔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 두발자전거에 익숙하다. 많은 유치원생이 아침이면 엄마와 함께 종종 자전거로 등원한다.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독일 엄마들도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갈 때만큼은 목청을 높여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동차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길에서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는 일은 손에 진땀이 날 정도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전거에 노란 깃발을 꽂고 달리는데, 노란 깃발은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조심해 달라는 표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