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람들에게 배우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
래원:외신      2018-01-15 14:19:00

추운 겨울 부엌 창가를 밝힌 촛불, 집 안 전체에 녹아든 황금빛 햇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도시의 건물들. 사람들이 ‘스웨덴’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다. 스웨덴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녔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살고 싶은 곳,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가족이 모두 스웨덴 출신인 우리 집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바로 ‘라곰lagom’이다. 이 단어는 ‘딱 좋다’라든가‘적당하다’라는 의미로 번역된다. “음식을 얼마나 담아줄까”라는 질문에 “적당히요lagom”, “커피는 얼마나 따라줄까”라는 질문에도 “적당히 주세요lagom”라고 답한다.

여기서 라곰은 정확한 양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둘 사이 어디쯤에 있는 그 무엇이다. 라곰을 안다는 건 양극단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안다는 뜻이다. 상황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며, 자신에게 맞는 양만큼 먹는다는 의미다. 뒤집어 말하면 적당한 것에 기뻐하고 만족한다는 소리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화려한 패션 잡지와 SNS 속 유명인들을 보며, 저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스스로를 압박한다. ‘운동을 더 해야 해. 좀 더 사교적인 사람이 되어야 해. 잠을 더 자야 하나? 내 식생활이 엉망인가 건강식품을 먹어야 하나? 더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해. 근사한 요리를 해야 해.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해. 남들 다 가니 나도 여행을 가야 해.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뭐가 되었든, 남들처럼 그걸 해야만 한다고 자신을 괴롭힌다. 이런 자극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 같지만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영감을 주는 대신 자책하게 만든다. 격려하는 대신 방해한다. 필요 없는 사회적 경쟁을 부추기고 우리를 지치게 한다.

너무 많은 걸 해내려고 하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고 삶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과도한 라이프스타일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잃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점점더 심해지고 긴장감 역시 커진다. 그리고 결국 번아웃된다.

이때 라곰이 우리를 도와준다. 현대사회의 스트레스와 온갖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 따위도 없다. 하지만 라곰을 받아들여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깨닫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계획하기보다 현재 내 모습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과하다면 뭐가 좋은지 더는 못 느끼게 된다. 온몸이 녹아내릴 듯 달콤하고 진한 케이크도 곧바로 한 조각 더 먹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맨 처음 한입만큼 환상적이긴 어려울 것이다. 이건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매일같이 빈둥거리는 사람은 막상 휴일을 맞이해도 특별히 좋은 점을 깨닫지 못한다. 즐거운 일은 항상 있지 않으므로 즐겁다. 어렵게 얻은 평온함과 그 안에서 느끼는 균형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감정이다.

먹는 음식과 입는 옷, 생활 방식과 업무 방식 등 우리의일상에 라곰의 감각을 담아보자. 더욱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첫걸음이다.

소비적인 생활을 고치려고 치료제를 당장 삼키는 대신 우리 존재의 기쁨 을 감싸 안는 것. 라곰이란 결국 단순함과 적당함의 원칙에 기반을 둔다. 라곰 라이프에선 부족한 것이 오히려 나은 것이 된다. 무조건스웨덴 사람처럼 살자는 것이 아니다. 쳇바퀴 돌듯 피곤하고 소모적인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는 의미다.

더 주의 깊고 더 사려 깊은 삶, 더 적게 소유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이다. 천천히, 느리게, 일상을 끌어안자. 더욱 균형 잡히고 충만한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