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 개보다 못한 자식아...”
래원:길림신문      2017-03-29 13:50:00

우리 민족 바른전통 2

글을 쓴다는 것은 순간순간의 생각의 멈춤이다. 그런 순간순간의 생각들을 글속에 담아 내면서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매일매일 내 마음을 갈고 닦는 시간을 가진다. 강의할 때도 그렇다. 무엇보다 강의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우는 것처럼 글을 쓰면서 역시 내가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어이없는 상황을 목격했다. 나의 한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얼마나 가슴아플까 싶어서 다른 도움줄게 없냐고 문안을 하고 시간을 맞추어서 이튿날 화장터로 올라갔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다른 친구들 말에 의하면 그냥 귀찮아서 식도 없이 간단하게 치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친의 골회가 나올 때 그 아들이라는 자가, 바로 예전의 내 친구라는 놈이 모친의 골회를 신문지에 싸가지고 나왔다. 묘소도 안 세우고 그냥 골회를 날릴건데 골회함이 필요없다는 것이였다. 골회함을 사면 돈 랑비란다.

나는 그만 아연실색해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것도 바로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에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이때 돌아가신 분의 큰아버지 되시는 분이 그 아들되는 놈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대성질호한다.

“야, 이 개보다 못한 자식아.....”

알고보니 내 친구였던 그자는 어릴 때 입양되여 키워진 양자였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녀가 없어서 입양을 했겠지만 정말 두 로인은 그자를 친자식처럼 금이야 옥이야 곱게 키웠다. 놀이감도 남보다 더 많았고...그래서 우리는 그가 입양된 양자인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양자였다고 할지라도 자신을 피줄처럼 키워온 부모를 마지막길로 보내는데 골회함 살돈이 아까워서 유골을 신문지에 싸가지고 나오는 그런 무지막지한 인간이 이 세상에 더 있을가?

너무 꼴불견이여서 나는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은 짐승이나 다름없다. 아니 짐승보다도 못하다. 저런 자와 친구로 사귀다니, 나는 부끄러워 몸둘바를 몰랐다.

우리의 바른 전통이 한 못난 리기주의자에 의해 그만 사라지고 말았다.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서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바람직하냐 안하냐 하는 것이다. 묘소를 만들면 나쁜일이 생길가봐지 두려워 그냥 날려버리면 좋다는 류언비어를 얻어듣고 그대로 자행하고 있는 우직한 사람들이 참 가소롭다.

“한국에서 돈벌이 하는데 언제 묘소를 관리하겠소?” 라고 말하면서 그냥 골회를 날린다.

“묘소를 잘못쓰면 오히려 자손들에게 해가 된다던데” 라고 떠들면서 또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유물론적으로 볼 때 우리가 잘 되고 잘못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우리의 인생은 그 누가 대신해 살아줄수도 없고 돌아간 조상의 귀신이 와서 자손을 해칠수도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꼭 묘소를 만드는것이 우리의 바른 전통이다.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봉분을 만들어서 해마다 명절이나 집안에 큰 경사가 있을 때마다 조상을 찾아가서 알리고 후손이 잘되게 해달라고 빌군했다.

옛날 고려장 이야기가 떠오른다. 늙으신 부모가 나이들면 쌀축을 낸다고 산속에 버리는 풍속이 옛날 고려시대에 있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늙으신 부친을 지게에 메고 산에 가서 내려놓고 오는데 그 아들이 낡은 지게를 다시 메고 내려왔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이미 메여 왔으니 그 지게는 그만 두고 가도 된다.” 고 말할 때 손자가 입을 떼였다.

“이제 아버지가 늙으시면 나도 이 지게로 메여 올려 산에 버려야지 않겠나요?” 그 말에 자책을 느낀 아버지는 부친을 다시 지게에 메고 집에 돌아와 잘 모셨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바른 효에 대한 긍정이였고 우매함에 대한 반성이였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은 힘들게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이민왔다. 우리는 광할한 중국땅에서 언제나 전통과 문화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민족이다. 그런데 그 전통과 문화가 점점 무지막지한 부분적 인간들의 우매함에 까맣게 물들고 있다.

기업을 운영해 본 사람들은 다들 잘 알겠지만 류행은 언제나 우로부터 아래로 퍼진다. 마찬가지로 력사상 많은 성인들이나 왕후장상들의 행동을 본받아서 백성들은 삶의 터전을 닦아왔다.

이제 더 늦으면 아니 된다. 우리 스스로 바른 전통을 찾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전해야 한다. 내 일신이 편안해지기만을 바라는 리기적인 사람은 발전이 있을수 없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골을 그대로 날려보내면 일이 잘된다는 도리가 없다. 부모님의 가시는 길을 영위롭게 해드려야 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삶과 이웃을 대하고 이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죽음에마저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 《고려장 이야기》가 백년후에 《날리장》 이야기가 된다면 이 시대를 살아 온 우리는 후손들을 볼 면목마저 없을것이다. / 김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