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신체놀이, 아이의 감성지능 키운다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7-01-05 16:27:00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놀 때, 자기통제력과 대인관계에 필요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는 건 정설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매커니즘 때문에 그렇게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엄마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을 때 자녀가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연구는 수천건에 달하지만 아빠와 자녀 간의 상호작용, 이를테면 뒹굴고 몸을 부딪히는 신체놀이의 혜택을 분석한 연구는 별로 없다.

일부 학자들은 아빠와의 놀이시간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척도와 실험 절차를 고안하고 있다. 아빠들이 자녀와 많이 하는 "일어나기 놀이(아빠는 바닥에서 일어나려하고 아이는 일어나지 못하게 밑에서 잡아당기는 놀이)"나 "양말 레슬링(서로의 양말을 빼앗는 놀이)" 같은 놀이를 관찰하기도 하고,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아가 계단을 내려오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빠들이 자녀와 어떻게 뉴대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한 2012년 연구의 주저자 제프리 브라운 조지아대 교수는 “좋은 엄마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제법 정의가 잘 돼 있지만 좋은 아빠에 대해서는 정립된 바가 없다”고 말한다. 브라운 교수의 연구는 "가족 심리학 저널"에 실렸다.

뉴욕시에 거주하는 사진가 그렉 케슬러는 7살난 아들 에즈라, 4살난 딸 조와 레슬링이나 베개싸움 같은 거친 신체놀이를 즐긴다. "큰 의자, 작은 의자"라는 게임도 자주하는데 아빠가 누워서 다리를 든 다음 발바닥 위에 아이를 태우고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놀이다.

아내 폴라 트로토는 이런 놀이를 통해 아들이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믿긴 하지만 남편이 아이들을 너무 흥분시키는 놀이만 하는 것 같아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가끔은 “아이들이 어찌나 숨 넘어가게 소리를 지르는지 더이상 듣지 못하겠어서 자리를 뜨기도 한다.”

아동발달연구에 있어 핵심 컨셉인 애착실험은 아기와 엄마 간의 유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개발됐다. "낯선 상황"으로 명명된 실험 절차에서 엄마는 2회에 걸쳐 아기와 잠깐동안 떨어진다. 엄마가 없어지자 불안해하지만 엄마가 돌아오자 즉시 편안한 상태가 된 아기들은 안정적인 뉴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상기 실험에서 긍정적인 점수가 나올 경우 이는 엄마가 아기의 상태에 반응하는 민감성을 측정하는 다른 실험 결과와도 비례하며 이후 아이가 더 나은 인지적, 정서적 발달을 이룰 수 있음을 예측하는 지표가 된다. 반면 엄마가 아닌 아빠를 참여시키면 "낯선 상황" 실험 점수와 다른 실험 결과나 미래에 대한 예측 사이의 일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많은 연구진은 아빠와의 유대관계는 조금 더 나중에 발현된다고 본다. 아빠가 든든한 기지로 남아 자녀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해주는 때다. 실험실에서 연구하긴 어려운 주제다. 하지만 동물 연구에 의하면 거친 신체놀이를 하지 못한 새끼쥐는 자라서 더 공격적이고 사회성도 부족하다.

독일 레겐스버그대 연구진은 자녀가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도전정신을 북돋아주는지, 자녀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해주는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지 등을 바탕으로 부모-자녀 간의 놀이를 평가하는 척도를 고안했다. 연구진은 2세 자녀와 함께 블록놀이나 찰흙놀이 같은 것을 하는 엄마와 아빠들을 관찰했다. 아빠들의 점수는 아이가 16세가 되어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건강한 태도를 예측하는 훌륭한 지표가 됐다.

크리스토퍼 밴다이크는 4살난 아들 리암이 놀고 싶어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나 놀고 싶어요"라고 씌어있어서 모를 수가 없다.” 덴버에 거주하는 전업아빠인 그는 “베개싸움도 하고 귀를 먹어버리겠다고 달려들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꽥꽥대며 자지러진다”고 말한다.

리암이 놀이를 주도할 때도 있다. “이번엔 내가 무섭게 할 거예요. 내가 "부우!"하면 아빠는 "아아!"하세요.” 밴다이크는 리암이 통제불능이나 너무 놀라거나 겁이 난 상태는 아닌지도 살핀다. “살살 가야 할 때도 있다”는 설명이다.

거친 신체놀이는 아빠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캐서린 타미스-르몬다 뉴욕대 발달심리학 교수는 “엄마가 해도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밴다이크의 아내 엔지는 리암과 종종 방방 뛰는 수퍼히어로 게임을 하고 논다. “아이에겐 조용한 시간도 필요하고 격렬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격렬한 놀이는 아빠들이 더 많이 한다. 뉴욕대 연구진은 미끄럼틀처럼 경사지게 한 판 위에 카펫을 씌운 후 부모 34명에게 아기가 얼마나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아기가 평소 올라간 것보다 더 가파른 경사를 시도해보게 하겠다고 답한 아빠는 62%, 엄마는 56%였다.

"발달행동소아학저널"에 실린 2011년 연구에서 아빠들은 보통 아이들과 놀 때 안전과 위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곤 한다. 위험에 처하지만 않으면 가벼운 부상은 허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아이의 감성지능이 발달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친구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선을 그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대학교수 나딥 싱 딜론은 4살 난 딸 카브야와 싸움놀이를 즐겨한다.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서 어떻게 막으면 되는지를 가르쳐주고 “자, 이번엔 네가 아빠를 차 봐”라고 말한다. 카브야와 4개월된 아들 샤이야르를 다리 사이에 꼼짝 못하게 끼우고서는 카브야가 세 번 신호를 보내면 풀어준다. 그는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제약과 규칙을 배울 수 있다며 “다른 아이들과 놀거나 나름의 관계를 형성할 때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되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스트랄리아뉴캐슬대 수석강사인 리처드 플레쳐는 취학 전 자녀와 자유로운 형식의 놀이를 하는 아빠들을 연구했다. 플레쳐에 따르면 때로 아빠는 자녀가 놀이를 주도하게 해주는 한편 능력 이상을 발휘하게 격려해주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하지만 너무 자주 이겨서 놀이가 시시하게 느껴지진 않을 만큼) 아이가 이기게 해주어야 한다. 플레쳐는 놀이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를 고안했다. 지난해 "조기 아동 발달과 관리"에 발표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아빠 26명이 집에서 3, 4살 난 자녀와 "일어나기," "양말 레슬링"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했다. 놀이의 질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빠들의 자녀는 사회 및 행동 문제가 더 적었다.

카나다 몬트리올대 다니엘 파케트 심리교육학 교수가 고안한 "위험한 상황"은 20분간의 실험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아이의 자신감을 측정한다. 유아들을 아빠, 낯선 사람과 한 방에 있게 한 뒤 낯선 사람과 놀 수 있게 해주고 나서 계단을 내려오도록 한다. 아빠가 정한 선을 유념하며 자신감을 갖고 탐험한 유아는 12~18개월 후 더 나은 사회적, 정서적 발달정도를 보였다.

타미스-르몬다 교수는 뉴욕시 가정 100세대의 일상을 녹화하는 중이다. 이전 연구에서 그녀는 "홀 볼(아빠가 복도에서 공을 굴려주면 유아가 공을 가져오는 놀이)"이란 놀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가족들을 실험실로 불러 "자, 여기 장난감이 있으니 놀아보세요"라고 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놀이다.” 타미스-르몬다 교수는 이런 식견이 “앞으로 연구의 방향을 안내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