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북 시대…색칠공부에 빠지다
래원:연변일보      2016-12-20 13:35:00

책은 책이지만 택스트는 없다. 복잡한 문양과 꽃, 동물 등 각종 스케치가 전부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주말이면 카페마다 색연필을 늘어놓고 색칠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다. 어린이의 놀이감 정도로 여겨지던 색칠하기(컬러링)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0, 30대 녀성들의 새로운 여가문화로 빠르게 확산되고있다.

이젠 컬러링북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그리고 컬러링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린다는 “컬러링 테라피”전성시대이다.

“애들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라고 한다면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한번 칠하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색칠하다 늦게 자는바람에 다음날 회사에 지각하는게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할만큼 컬러링의 중독성은 강력하다.

이미 우리 서점가에서 컬러링북을 어렵지 않게 보아낼수 있다. 연길시신화서점의 올 상반기 예술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20위안에 7종이 컬러링북이다. 아마존중국 등 인터넷서점도 다를바 없다. 지난 2007년에서 2013년에 이르기까지 한해 출간권수가 제한돼있던 컬러링북이 지난해에 들어서서부터 올해까지 수백권 넘게 쏟아져나왔다. 트렌드에 민감한 출판업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수준이다. 자고 나면 새로운 컬러링북이 나오고있는셈이다. 처음에는 나무잎과 꽃, 기하학적인 문양 정도에 불과했던 소재도 점점 다양해지고있다. 새와 곤충 등 자연은 말할것도 없고 패션 디자인, 려행, 료리, 건축 일러스트까지 끊임없이 진화하는중이다.

이 류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가.

발단은 2014년 8월 영국에서 건너온 한권의 책이였다. 컬러링북의 시초라고 할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너 배스포드의 그림책 《비밀의 정원》은 처음 영국에서 발간됐을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프랑스판 표지에 “안티-스트레스”라는 문구가 첨가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140만부가 넘게 팔리며 “컬러링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아마존중국에서는 올 하반년 내내 예술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문화출판사 관계자는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10만부가 넘으면 대형 베스트셀러로 여겨지는 국내 출판시장에서 컬러링북의 판매량은 어마어마한 기록”이라며 “비밀의 정원을 계기로 컬러링북은 국내 출판계의 주요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것”이라고 설명했다.

컬러링북이 인기를 끄는 리유는 무엇일가?

전문가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로출돼있는 현대인의 힐링 욕구를 컬러링북이 정확히 조준했기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만큼 흔한 병이다. 국가 공공의료기관에 따르면 2013년 우울증으로 죽음을 선택한 환자수는 287만명에 달한다. 이가운데 녀성의 비중이 약 77%로 남성환자의 2배 이상 많았다. 컬러링을 주로 즐기는게 녀성인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부분이다.

컬러링은 색칠하기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한가지 일에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는게 “컬러링북이 힐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의 핵심이다. 정신의학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동안 사람의 심리상태는 이완이 된다. 인터넷, TV, 스마트폰 등은 겉으로 보기엔 쉬는것 같아도 뇌를 끊임없이 피곤하게 한다. 반면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다양한 색을 칠해 나가는 행위는 점차 잡념이 사라지고 뇌를 쉬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컬러링북에 자주 사용되는 좌우대칭 형태는 심리적으로 안정으로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이런 좌우대칭 이미지를 불교 용어로 “만다라”라고 하는데 심리학에서는 만다라 패턴을 따라 그리거나 색칠하는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줄일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가볍게 즐길수 있다는것도 장점이다. 컬러링은 책 한권과 색연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형태가 정해져있기때문에 직접 처음부터 모든걸 그려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수 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은 육아로 인해 특별한 취미를 갖기 어려운 30대 녀성들 사이에서 컬러링이 빠르게 확산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