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에 알코올 지방 쌓여 염증·세포 손상… 간의 신음, 안 들리세요?
래원:헬스조선      2019-01-23 15:58:00

한국인이 걱정하는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간질환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리며, 간이 50%까지 손상이 돼도 뚜렷한 증상을 느낄 수 없다. 간 질환은 경제활동이 한창인 젊은층을 위협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간질환은 30대 사망원인 5위, 40대는 3위, 50대는 4위를 기록했다. 간은 젊다고 자만하지 말고 건강할 때 잘 지켜야 한다. 간 건강을 생각하면 음주를 떠올리지만, '지방(脂肪)'도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운동 부족에 빠지기 쉽고, 다가오는 설 명절에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음주를 하다가 자칫 간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간, 500여 가지 역할 담당

간은 '인체의 화학 공장'으로 비유되며 500여 가지가 넘는 일을 한다. 대표적인 간의 역할은 ▲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를 저장 ▲알코올·약물·독성 물질 분해 ▲면역 단백질 합성 ▲각종 장기에서 생성된 호르몬 조절 ▲몸에 들어온 세균 사멸 ▲지방 소화를 담당하는 담즙 생성 등이다. 이렇게 간이 우리 몸 신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다보니, 간은 손상이 돼도 정상적으로 가동이 가능한 '예비 기능'이 충분히 비축돼 있다.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되고 간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통증, 불편감 등의 증상을 감지할 수 없다. 분당차병원 간내과 이주호 교수는 "간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태가 심각해 치료를 해도 원래 상태로 100%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알코올이 간 망가뜨려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은 B형·C형간염 바이러스였다. 그러나 예방 백신과 신약 개발로 인해 위험이 작아지고 있다. 대신 비만 인구가 늘고 술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지방간이 간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 무게 또는 간세포의 5% 이상 축적된 상태이다. 알코올을 일주일에 남자 210g(소주 3병 정도), 여자 140g(소주 2병 정도)을 초과 섭취하면 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하고, 알코올 섭취가 이보다 적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전 인구의 30%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지방간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간염까지 진행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방간염은 간에 지방이 많으면서 염증·간세포 손상이 함께 있을 때 진단한다. 지방간 환자의 10% 내외는 지방간염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주호 교수는 "지방간염은 간경화와 간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은 간에 쌓이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염증 유발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염증을 발생시키며, 염증이 계속되면 간경화·간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지방간 중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이 대두되고 있다. 이 교수는 "술은 끊으면 간 개선이 비교적 빨리 될 수 있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대사질환과 관련이 깊어 개선이 빨리 이뤄지기 어려우며 이미 대사질환이 있다면 상당기간 회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간·지방간염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감량'과 '절주'이다. 특별한 약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간학회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매일 섭취 칼로리를 500~1000㎉ 줄이고 운동을 해야 한다. 적어도 체중의 3~5%는 감량해야 간 내 지방이 감소한다. 염증과 섬유화까지 좋아지기 위해서는 체중의 7~10%는 감량해야 한다. 알코올은 주종에 따라 한잔 미만을 마셔야 한다.

◇간기능 개선제 복용도 도움

간 건강에 좋은 간기능 개선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성분이 'UDCA(우르소데옥시콜린산)'이다. UDCA는 우리 몸에 있는 담즙산 성분이며, 몸에 좋은 웅담(熊膽)의 핵심 성분이다. UDCA는 ▲간 내 혈류량 증가 ▲독소·노폐물 신속히 제거 ▲콜레스테롤 조절 ▲간세포 보호 등의 작용을 한다. 또한 체내 알코올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부터 간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런 작용 덕분에 UDCA를 꾸준히 섭취하면 간기능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치료제가 없는 지방간에 UDCA 성분의 간기능 개선제를 처방하고 있다. 이주호 교수는 "지방간 등이 위험한 것은 염증 때문"이라며 "UDCA는 활성산소 제거 효과가 있어 간의 염증을 억제하고, 장내 염증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간질환이 있어 간 기능이 저하되면 피로가 발생하는데, UDCA성분은 이를 개선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간 기능 부전으로 한 달 이상 만성피로를 느끼는 환자 168명을 대상으로 UDCA 복합제 50㎎을 하루 3회 8주간 복용하게 한 결과, 복용자의 80%가 피로감이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