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내 아이 폭염에 축구?…수분 조금만 줄어도 ‘위험’
래원:헤럴드경제      2018-07-20 10:15:00

기초체온 성인보다 높고 체온조절 안돼

열사병·일사병 등 온열질환 취약

고령층도 근육줄어 체내수분 부족

외출시 양산 필수·하루 2ℓ 물 섭취

당뇨환자, 전해질 보충 이온음료 권장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온열 질환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감시 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 수는 633명으로, 그 중 6명이 사망했다. 특히 이번주 들어 환자가 크게 늘었다. 15~16일, 이틀 동안 발생한 환자가 무려 147명이나 된다. 전체의 23.2%로, 4분의 1에 육박한다.

그동안 중ㆍ장년과 고령자가 온열 질환에 취약한 위험군으로 지목받아 왔다. 하지만 역시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 어린이도 온열 질환에 신경 써야 한다. 어린이는 노약자처럼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성인에 비해 기초체온이 37도 가량으로 높아 탈수가 잘 돼 온열 질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게 하고, 한낮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게 해야 한다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당부했다. 온열 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알아봤다.

-어린이도 노약자 못지않게 온열 질환에 취약할 것 같다.

▶김용환 세브란스병원 교수=최근 잇달아 발생한 사고처럼 어린이는 차 안에 오래 있으면 열이 쌓여서 열사병이 생길 수 있다. 의식이 떨어져 의식장애가 일어나거나, 구역질이 나고, 4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피부를 마르면 마른 느낌이 난다. 뇌에 이상이 생겨 간질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식이 있다면 시원한 물을 섭취하게 해야 한다. 시원한 그늘에 옮기고 몸을 조이는 벨트 등을 풀어 줘서 빨리 혈액이 돌 수 있게 해야 한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축축히 적셔 줘야 한다. 때에 따라 수액도 투여해야 한다.

‘열탈진’이라고도 불리는 일사병은 체온 37~40도로 중추신경계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다. 열사병보다 탈수가 덜 된 대신 땀이 많이 나 피부가 축축하다. 역시 서늘한 곳에서 쉬게 하고 수분을 섭취하게 해야 한다. 수족구병, 성홍열, 바이러스성 구내염 등 감염병에 걸려도 아이들은 39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릴 수 있다. 날까지 더워 탈수가 와 기력이 처지고 기침을 하며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복사열이 강한 오후 2~4시에는 외출을 피해야 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심경원 이화여대 목동병원 교수=성인에 비해 체온 조절이 잘 안돼 열이 잘 나고 아픈 것이 문제다. 기초체온도 37도 가량으로 높으니 땀이 많이 난다. 몸까지 작아 총 수분량이 적어 탈수에 취약하고 혈압도 떨어질 수 있다. 아이들은 장염으로 심한 설사가 나도 입원한다. 수분이 조금만 줄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낮에 차 안에 두는 것은 물론 밖에서 축구 등을 하며 뛰어노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중ㆍ장년과 노년층은 온열 질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김=등산 등 산악 활동 중 열사병, 일사병으로 실려 오는 환자를 많이 본다. 기절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고령층은 근육이 줄어 체내 수분을 덜 머금기 때문에 대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루 2ℓ면 적당하다. 여행이나 일할 때에는 양산 등으로 차양을 만들어 중심체온 상승을 막아야 한다.

▶심=건강한 40대 이상이라면 몰라도 기저 질환자라면 체온 조절이 잘 안 된다. 나이가 들면 통증에 무감각해지고. 심근경색, 맹장염 등이 생겨도 특징적 증상이 안 나타날 뿐 아니라 아픔에도 둔감해져 위험하다. 자외선이 강한 정오에서 오후 4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나가야 한다면 모자 등으로 차단하는 것이 좋다.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물수건을 두르면 효과가 있다.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응급처치 시 쓰인다.

-만성 질환자의 온열 질환 대처 요령은.

▶김=당뇨 환자의 경우 20년 이상 앓게 되면 몸에 각종 신경병증이 온다.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아프고 쑤시고 피가 끝까지 돌지 못해 신경장애가 온다. 탈수가 돼 몸이 뜨거워지면 허혈이 와서 저리고 쑤시고 아플 수 있다.

만성 신부전 환자의 경우 수분 조절하는 역할을 콩팥이 문제가 된다. 열이 나게 되면 콩팥이 모자란 물을 온몸에 보내주는 과정에서 혈압이 올라가고 콩팥에 무리가 간다. 다시 혈압이 떨어져 위험해질 수 있다. 심장 질환자도 마찬가지다. 체내에 열이 오르게 되면 물이 모자라게 되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고, 허혈성 충격으로 심근경색, 협심증이 올 수 있다. 너무 많은 열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심=당뇨가 생기면 원래 피가 끈적해지는데 탈수가 오면 이를 부채질하게 된다. 실제로 당뇨 환자를 보면 여름에 수분이 떨어져 혈당이 올라가는 사례가 많다. 혈당 조절이 잘 안되면 땀 분비가 잘 안 돼 체온이 올라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신장 질환자는 여름에 붓는다고 하는데 탈수가 일어나 소변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신장에 악영향을 준다. 고온에 노출되면 급성 탈수가 돼 신장이 일을 할 수 없어 위험해진다.

-온열 질환을 막기 위해 좋은 음료는.

▶김=물이나 이온음료가 좋다. 꿀물은 달아 갈증을 부추길 수 있다. 커피는 카페인이 이뇨 작용을 일으켜 탈수가 오게 할 수 있어 안 좋다. 당뇨 환자도 이온음료는 권장되지만, 운동 중이 아니라면 물이면 충분하다.

▶심=이온음료에 당류가 포함돼 있을 수 있지만, 당뇨 환자라도 수분 보충을 위해서는 마시는 것이 좋다. 전해질 보충은 물론 더 심각한 저혈당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