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부르는 소음, 심장병 위험 높인다
래원:헬스조선      2018-05-17 09:57:00

소음도 엄연한 공해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신체·정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심장병·뇌졸중·당뇨병·남성불임·수면장애·인지장애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다. 최근에는 인구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됐는데, 여기에서는 소음이 '심방세동'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으로 급사(急死) 위험이 있다.

독일 마인츠의대 연구진은 독일의 35~74세 1만5000명에게 평소 느끼는 소음의 정도를 1~5단계로 표현하게 했다. 이들의 심방세동 유병률을 조사해보니, 평소 소음을 매우 심하게 느낀다고 답한 집단(5단계)의 심방세동 유병률은 23.4%였다. 반면 소음을 거의 느끼지 않는 집단(1단계)의 유병률은 14.6%에 그쳤다. 소음 정도에 따라 유병률이 1.6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소음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호르몬에 있다. 소음을 스트레스로 인식한 우리 몸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고, 혈압·혈당·심박출량이 늘어난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지면서 혈압 등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소음이 지속될 경우 교감신경이 항상성을 잃고 결국 심방세동 등의 질환으로 이어진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는 심방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타내는 바이오마커 'MR-proANP'의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소음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소음을 스트레스로 여기는 민감도가 심방세동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소음으로 인한 질병 위험을 줄이는 방법 역시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렸다. 대한스트레스학회 양윤준 회장(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은 "귀로 받아들인 청각 자극을 뇌가 스트레스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여러 질환이 발생한다"며 "소음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꿔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차폐(遮蔽)·회피·순응 등 세 가지다. 차폐는 물리적으로 소음의 전달을 막는 것을 말한다. 귀마개를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 등의 방법이다.

회피는 말 그대로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윤준 교수는 "소음은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노출 시간, 빈도, 주파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며 "비교적 덜 시끄러운 소음이라도 장시간에 걸쳐 연속으로 노출되면 몸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 있으므로, 소음에 특히 민감한 사람이라면 잠시 해당 공간에서 벗어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순응은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양윤준 교수는 "소음에 신경 쓸수록 스트레스 민감도가 높아진다"며 "반대로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