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 안 해도 살이 쪄? 혹시 '이것' 많이 드셨나요
래원:중앙일보      2018-01-12 14:11:00

견과류가 몸에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견과류 수입량은 2010년 2만8293톤에서 2016년 5만1914톤으로 83.5% 증가했다. 아몬드·호두·피스타치오·마카다미아·캐슈너트 등은 미국·호주·인도 등지에서 많이 들어온다.

견과류를 일상적으로 먹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견과류는 단단하고 마른 껍질이 감싸고 있는 나무 열매(호두·아몬드·캐슈너트·피스타치오·마카다미아 등)나 콩류(땅콩 등)를 말한다.

견과류 한 가지만 먹을 때 하루 권장량

견과류가 몸에 좋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직장인 김진경(35)씨는 요즘 체중이 3㎏ 늘었다. 식사량이 평소와 다름없다. 초콜릿·과자·커피믹스 등 단 음식을 즐기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지난 5일 김씨의 하루 식단을 보자. 아침은 출근길에 김밥(318㎉) 한 줄과 두유(120㎉)를 사 먹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순두부찌개(200㎉), 달걀말이(176㎉), 멸치볶음(68㎉), 공깃밥(300㎉)을 먹었다. 저녁은 회사 동료와 닭갈비(596㎉)에 맥주 한 잔(95㎉)을 마셨다. 김씨는 세 끼 외에 간식으로 견과류를 틈틈이 먹었다. 근무시간에 4봉지(1봉지에 25g, 145㎉)를 먹었다. 6개월째 이렇게 먹고 있다.

김씨의 이날 섭취량은 2453㎉. 성인 여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2000㎉)을 넘는다. 세 끼 식사(1873㎉)에다 견과류 1봉지만 먹었으면 2018㎉로 권장량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견과류를 4봉지(580㎉)를 먹다 보니 기준을 꽤 초과한 것이다. 김씨는 “챙겨 먹는 영양제가 없는 데다 달고 짠 간식을 먹느니 견과류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많이 먹었는데 이게 문제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불포화지방산·단백질·식이섬유 풍부한 견과류

견과류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고칼로리 식품이란 점이다. 지방은 1g당 9㎉의 열량을 낸다. 아몬드·호두(100g당)는 약 600㎉다. 마카다미아는 700㎉가 넘는다. 밥 한 공기(200g)는 300㎉다. 김씨는 밥 두 공기 칼로리에 해당하는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은 셈이다. 무심코 견과류를 집어먹으면 건강 증진 효과는커녕 체중 관리에 실패해 건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견과류 적정 섭취량은 하루 30g이다. 가볍게 한 주먹 쥔 분량이다. 아몬드 25개만 먹어도 30g이다. 호두는 6개, 피스타치오 30개, 캐슈너트 18개, 땅콩 35개, 마카다미아 10개다. 한 종류를 먹든 여러 종류를 섞어 먹든 섭취량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요즘에는 한 줌 분량을 소포장해 판다. 이런 걸 사 먹는 것도 방법이다. 견과류마다 구성 성분이 달라 한 종류만 먹기보다 여러 종류를 고루 먹는 게 좋다.

랭장·랭동 보관해야

견과류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견과류를 먹고 배가 아프거나 피부가 가려우면 먹는 걸 중단해야 한다. 예전에 견과류 알레르기 증상이 있었다면 먹지 않는 게 좋다. 견과류는 지방이 많아 잘못 보관하면 산패(酸敗·지방류의 유기물이 산소·열·세균에 의해 분해되거나 산화되는 현상)하기 쉽다. 공기 중에 오래 놔두면 성분이 변한다. 이런 견과류를 먹으면 로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많이 생긴다. 산패한 견과류는 시큼한 맛과 냄새가 난다.

견과류 적당히 먹으면 사망 위험 낮아져

보관을 잘못해 곰팡이에 오염되면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아플라톡신은 간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견과류는 공기에 오래 닿을수록 산패가 빠르게 진행된다. 한 번 먹을 양만큼 따로 담아 밀봉하고 나머지는 랭장·랭동 보관하는 게 좋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뭘 먹어야 몸에 좋은가요.”이다. 퇴직자 권모(61·서울 강남구)씨는 복부 비만이다. 고혈압약을 5년째 먹는다.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다. 친구들에게 물으면 홍삼·프로바이오틱스·헛개나무·루테인 등의 다양한 답을 듣는다. 권씨는 평소 잘 다니던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고루 먹는 게 건강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권씨에게 권할만한 거의 유일한 식품이 견과류다. 다른 건강식품은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인체에 시험한 게 별로 없다. 동물시험을 근거로 한 게 많다. 견과류는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다. 질병 발생이나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인디애나대 공동연구팀의 논문(2013년)에 따르면 견과류를 자주 먹을수록 중증 질환 사망률이 감소했다. 연구팀이 성인 11만8962명을 대상으로 견과류가 수명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더니 견과류(28g)를 주 5회 이상 먹는 사람은 안 먹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17% 낮았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25%, 뇌졸중과 암 사망률은 각각 11% 낮았다.

불포화지방산 다량 함유

김진경씨의 하루 식단

견과류는 지방 함량이 40~70%로 높은 편이다. 포화지방산보다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다. 불포화지방산은 신체의 정상적인 발육과 유지에 필요한 필수지방산이다. 단일(오메가-9 지방산)과 다가(오메가-3, 오메가-6 지방산)로 나뉜다. 아몬드(100g당)에는 포화지방산 3.9g, 단일 불포화지방산 32.2g, 다가 불포화지방산 12.2g이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압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줄이고 혈관 염증을 개선한다. 뇌·근육·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지방산이다. 견과류에 함유된 아미노산인 아르기닌은 혈관 내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산화질소의 재료가 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원활히 하고 혈관의 유연성과 운동 능력을 끌어올린다. 땅콩 100g에는 25.8g, 아몬드에는 21.3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같은 양의 닭가슴살(단백질 23.3g)에 맞먹는다.

36개월 안 된 아이는 갈아 먹여야

견과류는 성장과 두뇌 발달에 도움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아이의 영양 간식으로 손색없다. 아이들은 견과류를 씹지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아 질식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36개월 이하 아이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급적 덩어리째 먹이는 것을 삼간다. 분말 형태로 갈아 우유나 요거트 등에 섞어 먹이면 칼슘까지 보충할 수 있다. 쌀과 함께 갈아 잣죽, 땅콩죽으로 먹여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