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
래원:지식백과      2001-01-02 00:00:00

아이들에겐 딱지가 큰 재산이었다.

 

한 장 한 장 따먹는 재미도 있지만 꼬깃꼬깃 만드는 재미도 못지않다.

아직 덜 쓴 노트나 아버지의 메모지를 쭉 찢어 만들다 어머니께 혼이 났다.

지금쯤 누구 손에 있을까?

밥만 먹었다 하면 모이는 장소가 있었다. 이런 놀이에서 빠진다거나 따돌림을 당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등하교 때에도 마찬가지다. 대장의 책보따리를 서로 못 들어 주어 난리였으니. 운동회 때 기마전에서처럼 말을 만들어 대장을 모시고 다녔다. 집에 맛있는 게 있을 땐 대장에게 먼저 바쳤다. 온갖 아부를 한 후에야 간신히 대장에게 딱지치기를 제의한다.

종이로 딱지를 못 만드는 애가 있을까? 딱지 만들기는 쉽지만 종이가 흔치 않았다. 서로 복딱지를 가지려고 혈안이 되었다. 돌가루 포대(시멘트 포장지)가 복딱지 만들기에 가장 좋은 종이였다.

개딱지를 들고 딱지치기를 했다가 저보다 힘센 녀석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개딱지는 종이 두 장을 접어 만든 게 아니고 한 장으로 이어 만든 거다. 홑장으로 만든 홑딱지도 딱지로 여기지 않았다.

형에게 매번 당했다. 형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발을 대고 쳐도 발을 대지 않는 형에게 당하기 일쑤다.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앞뒤가 없는 딱지를 접었다. 앞면을 확인하고 딱지를 넘겼는데도 그대로 앞면이다. 어둑살이 내릴 땐 실컷 상대를 속일 수가 있다. 이것을 요술딱지나 공갈딱지, 도둑딱지라 했다. 딱지 두 개를 서로 등을 붙여 놓은 거다. 그러나 두께가 여간 두껍지 않다. 딱지 무게를 늘리려고 딱지 크기 판지를 잘라 속에 끼우기도 했다.

딱지치기는 계절에 관계없이 했는데 특히 겨울철에 많이 쳤다. 손등이 터서 피가 나도 신이 났다.

서너 살이면 벌써 딱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딱지 만들기와 치기는 아이들이 커 가는 과정의 일부였다. 자리가 쉬 닳고 먼지가 인다는 어머니 야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안방에서 작은 방으로, 또 사랑방으로 쫓겨다니면서 딱지를 친다. 아버지는 조막손으로 만드는 딱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견해한다.

‘녀석 손재주는 날 닮았나 보지.’

손재주가 없는 녀석은 나이가 차도 제대로 귀가 맞는 정사각형 딱지를 만들지 못한다. 직사각형이 되었다가 사다리꼴이 되기도 한다.

나이 차가 있는 아이들끼리 딱지치기를 할 때 작은 녀석은 발대기를 하고 큰 녀석은 발을 대지 않고 친다. 나이가 더 어린 경우는 어긋진 발대기를 하게 한다. 바른 발대기만 해도 딱지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데 어긋진 발대기를 하면 더 쉽다. 즉 오른손잡이는 왼발을 왼손잡이는 바른발을 댄다. 발로 딱지 끝을 살짝 밟으면서 치면 훨씬 잘 뒤집힌다. 여럿이 치면서 딱지 서너 장이 포개졌을 때 이 방법을 쓰면 한꺼번에 모두 넘길 수가 있다. 그러나 엄연히 반칙이다. 그래서 상대 눈을 속여야 한다.

“씨바, 밟았어.”

“안 밟았어, 새끼야.”

“그러면 손 좀 보자.”

손톱 밑에 흙이 잔뜩 끼여 있었다.

“봐라, 손치기 했네. 전부 물어내.”

손치기. 욕심을 내어 딱지를 치다 보면 손 끝이 딱지나 땅에 닿게 된다. 자칫 손톱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 손톱에 흙이 낀 게 확인되면 지금껏 따 먹은 걸 죄다 내놔야 한다.

“씨바, 그럼 너는 단추를 잠가.”

윗도리 단추를 말한다. 단추를 죄다 풀고 딱지를 치면 옷깃 바람이 딱지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장을 넘기면 더 이상 못 넘길 때까지 계속 대줘야 한다. 딱지는 따는 대로 손에 거머쥔다. 큰 딱지나 복딱지는 안쪽, 작은 딱지나 헌 딱지는 바깥쪽으로 쥔다. 상대 것을 먹었을 땐 두께대로 잘 꽂는다. 한 주먹이 되면 제 옆에다 가지런히 개켜 놓고 다시 손에 모으기 시작한다. 어떤 녀석은 아예 종이 박스나 깡통으로 딱지 통을 만들어 들고 다닌다. 딱지가 느는 건 어른들이 논을 사 모으는 것과 다름없다. 딱지에 대한 욕심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이다. 딱지 때문에 울고불고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이놈들아, 그게 밥이 되나 돈이 되나. 자고 나면 싸우나. 한 번만 더 했다간 아궁이에 쓸어 넣는다.”

딱지를 많이 따면 윗도리를 벗어 양소매 끝을 매듭짓고 여기에 싸 가지고 간다.

가을이면 감나무 잎으로 딱지를 만들기도 한다. 감나무 잎을 삼절로 접고 잎자루로 끼운다.

그림딱지는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구멍가게에서 사야 한다. 그림 딱지판을 사서 가위로 낱낱이 오리는데 사각 딱지보다는 둥근 딱지가 더 인기다. 갖가지 그림이 그려진 딱지에는 글자나 숫자가 적혀 있다. 별이 스무 개가 넘는 장군도 나온다. 이 중 한 가지를 택해 딱지치기를 한다. 선이 가지런히 놓인 딱지를 한손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치면서 고루 섞는다. 어른들 화투를 그대로 따라한다.

딱지를 양손으로 나누어 쥐며 그 중 한손을 내민다. 자신도 손에 쥔 딱지 계급을 모른다. 상대도 딱지를 섞어 치다가 손에 잡히는 만큼 내밀며 글자, 숫자, 계급 중에 하나를 택한다.

“계급.”

서로 손을 뒤집어 확인한다. 계급이 같거나 계급이 아닌 글자나 숫자가 나올 땐 서로 다른 계급이 나올 때까지 다음 장으로 넘긴다. 상대가 이긴다. 손에 쥔 딱지 수를 세어 그만큼 준다.

종이딱지처럼 땅바닥에 놓고 손바람으로 넘기기도 한다. 돈으로 사야 하고 도박성이 강해 권할 만한 놀이는 못 되지만 어린아이에겐 글자 공부가 된다.

놀이 방법

뒤집기(넘겨먹기)

말 그대로 쳐서 뒤집으면 따먹는 놀이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일 대 일이나 서너 명이 할 수 있다.

1)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 다음 선을 뺀 나머지 사람이 딱지를 1장씩 바닥에 댄다.

2) 선은 자기 딱지로 바닥의 딱지를 쳐서 뒤집기를 시도한다.

3) 딱지를 넘기면 그 딱지를 가지고 계속할 수 있으며, 잃은 사람은 다시 딱지를 대 주어야 한다. 실패하면 자기 딱지를 그 자리에 둔 채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그림 딱지로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4) 규칙

• 발치기(바람치기) : 자신의 한발을 상대방 딱지 옆에 가까이 대고 내려치는 순간 바람을 일으켜 뒤집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힘주어 그냥 내려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므로 미리 ‘발 치기’를 적용할지 정해 두어야 한다.

쳐내기(밀어내기)

원 안에 딱지를 두고 상대 딱지를 쳐내면 따먹는 놀이로 일 대 일이나 서너 명이 할 수 있다.

1) 흙바닥에 지름 1.5cm 정도의 원을 그린 다음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2) 원 가운데에 선을 뺀 나머지 사람이 딱지 1장씩을 대 놓는다.

3) 선은 자기 딱지로 원 안 딱지를 쳐서 쳐내기를 시도한다.

4) 상대 딱지가 원 밖으로 나가면 잃은 사람은 다시 딱지를 대 주어야 한다. 실패하면 자기 딱지를 그 자리에 둔 채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5) 규칙

① 무효 : 쳐내기에서 자기 딱지가 상대 딱지와 함께 원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 때는 다시 원 가운데로 딱지를 갖다 놓아야 하고,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② 빵 : 상대 딱지를 쳤는데 오히려 자기 딱지만 원 밖으로 나간 것을 말한다. 상대에게 나간 딱지를 주고 다시 딱지 1개를 원 가운데에 갖다 놓아야 한다.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벽치기

별도로 순서를 정하지 않고 한 사람씩 나와서 자기 딱지를 벽에 힘껏 때린다. 이 때 벽에서 가장 멀리 튀어 나간 딱지가 나머지 딱지를 모두 따먹는다.

날리기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 다음 진 사람부터 차례대로 딱지를 앞으로 날린다. 가장 멀리 날아간 딱지가 나머지 딱지를 모두 따먹는다.(* 그림 딱지로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별높

별이 많은 딱지를 가진 사람이 상대 딱지를 따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대개 일 대 일이나 서너 명이 한다. 이 외에도 글씨나 사람이 많고 적음, 숫자의 높고 낮음, 그림에 서열을 매겨 계급이 높고 낮음 등 ‘별높’과 내용만 다를 뿐 놀이 방법이 똑같은 것이 많다.

1) 선을 정한다.

2) 선은 별이 보이지 않게 딱지 두 무더기를 바닥에 깔아 놓는다. 여러 명이 할 때는 사람 수 만큼 무더기를 깐다.

3) 상대방은 그 중 하나를 택해 걸고 싶은 만큼의 딱지를 건다.

4) 양쪽 딱지를 뒤집어 별이 많은 사람이 딱지를 따먹는다. 예를 들어 딱지를 건 사람이 별이 많으면 자기가 건 만큼 딱지를 세어서 받고 별이 적으면 세지 않고 상대에게 그냥 준다.

5) 규칙

① 별 수가 같으면 다시 한다.

② 뺑돌이 : 가장자리 전체에 별이 둘러진 것을 ‘뺑돌이’라 하는데 무조건 딱지를 먹는다. 단 뺑돌이가 두 명 이상 나오면 별이 더 많은 사람이 딱지를 먹는다.

③ 차례 : 딱지에 그려져 있는 별이 한 개 차이면 어느 한쪽이 많아도 먹을 수 없는 것을 말하는데 별 한 개 차이로 지면 그만큼 서운하므로 미리 ‘차례’를 적용할지 정해 두어야 한다.

접붙이기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부터 건물의 담장이나 벽에서 딱지를 떨어뜨려 먼저 떨어진 딱지 위로 자기 딱지가 올라가면 나머지 딱지를 모두 갖는데 성공하면 계속하고 실패하면 자기 딱지를 둔 채 다음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