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6-01-14 11:15:00

"단풍놀이"는 단풍철이 되면 젊은 과부들과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함께 산에 가서 하는 놀이로서 역시 1920년경에 중국 조선족들에 의해 창조된 놀이중의 하나이다.

9월말∼10월 초순경이 되면 땀 흘려 지은 일년 농사가 누렇게 익어가는 철이라 농가에서는 잠간 숨 돌리는 한가한 때이다. 그때면 산천초목은 한창 단풍드는 때여서 울긋불긋 산과 들이 아름답다. 놀이 날자를 정한 뒤 마을의 젊은 아낙네들은 일찌감치 떡을 만들기 위하여 좁쌀 또는 차좁쌀로 떡가루를 만들어놓았고 또 풋단콩도 미리 껍질을 발라놓았다. 몇몇 어른은 애들과 함께 린근의 산에 가서 가둑나무잎을 큰것으로 가득 따온다. 가루를 반죽하여 걸죽하게 빚은 다음 열콩을 박아 가둑나무잎에 싸서 가마에 넣고 쪄내면 보기 좋은 조개떡이 되고 맨 반죽을 둥글고 길게 빚어 단풍잎에 감아 쪄낸 떡도 있다.

놀이날 떡을 함지에 담고 감주도 걸러서 동이에 담고 채소 등과 함께 소수레에 실은 다음 산으로 떠난다. 목적지에 이르면 한쪽에서는 돌을 괴여 가마를 걸고 또 한쪽에서는 산간 내물에 채소를 씻어 국을 끓일 준비를 하고 또 한쪽에서는 산머루줄기를 베여다 바줄처럼 탈아 엮는데 한쪽 끝을 암줄이라 하고 또 다른 끝은 수줄이라고 한다. 암줄에는 노란 단풍잎가지를 가득 꽂아놓고 수줄에는 빨간 단풍잎가지를 꽂아놓는다.

음식준비와 당김바줄을 만드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여러가지 색갈의 단풍잎을 따서 호주머니에 넣고 풀로 따발을 엮어 단풍잎가지를 알록달록하게 꽂아서는 면류관처럼 쓰고 손목잡고 둥그렇게 돌아가며 노래 부르고 춤춘다.

단풍노래

빨간단풍 노란단풍

엄마목에 대롱대롱

재롱재롱 부리러니

가을바람 찬바람에

부모형제 다버리고

정처없이 떠나가네

빨간단풍 노란단풍

엄마계신 고향땅에

원혼만은 묻고가라

원혼만은 묻고있소

아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둘레춤을 춘다. 한번 노래가 끝나면 선 자리에서 둘씩 서로 마주서서 단풍잎을 하나씩 꺼내여 잎 모가지인 엽병을 마주 걸고 당겨서 끊기 겨름을 한다. 이긴 아이는 계속하여 둘레춤을 추고 진 아이는 대오에서 나와 앉은후 "단풍노래"를 불러준다. 이렇게 몇번 겨룸을 하고나면 마지막에는 1∼3 등이 나오는데 1등은 여러가지 단풍잎으로 꾸민 월계관을, 2등은 빨간 월계관을, 3등은 노란 월계관을 각각 씌워준후 아이 두명씩 서로 손목 잡아 엇걸어서 가마를 만들면 승자는 그우에 다리를 걸치고 앉는다. 이렇게 1∼3등까지 각각 가마에 앉힌후 함께 둘레춤을 추며 "단풍노래"를 부른다.

한쪽에서는 몇몇 아낙네만 음식준비를 계속하는 사이 나머지 아낙네들은 노래 부르며 춤을 춘다. 량쪽에서 두줄로 서서 노래에 맞추어 춤추며 마주오면서 두줄이 합치여 둥그렇게 원을 그리는 춤이다.

춤군들은 저마다 단풍잎으로 꾸민 계관을 쓰고 선줄군은 단풍나무가지를 "×"표처럼 만든것을 목뒤에 얹어 세워서 쥐고 춤을 춘다. 아래에 부르던 노래가사를 보기로 한다.

그리운 님 생각 갔다 오마 떠나신 님 왜 안오나

산이 높아 물이 깊어 못 오시나

못 오실줄 번연히 알면서도

정주문을 열어놓고 기다리오

눈 헐도록 밉고 고운 나의 님아

밤에 낮에 독수공방 몇해던다

긴 머리를 풀었건만 속절없이

님 기다려 옷고름도 절로 풀리오

봄나비도 꽃을 보는 눈이 있고

활짝 핀 꽃님 기다려 잎 지우네

시드는 꽃 물 안주는 미운님아

해가지고 달이뜨는 가을밤에

이 내 청춘 단풍들어 잎 다지니

눈물겨운 이 내 사랑 어찌 할까

긴긴 밤에 님 그리워 한숨 지며

석삼년을 눈물짓는 내 사랑아

아낙네들은 "그리운 님 생각"을 노래 부르며 춤을 추다가 또다시 다른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당시 중국조선족 녀성들중에는 남편이 항일부대에 참가한이도 있고 또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타향으로 돈벌이를 떠나간 이들도 있으며 남편을 영영 잃어버린 과부도 있고 생사무소식으로 수년을 독수공방으로 기다리는 부녀도 있으며 풍년에 남편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낙네들도 있다.

내 사랑 언제 오나

앞 산봉에 달이 뜨니 내 베개에 별이 뜨오

싸늘해진 독수공방 생초목도 불이 붙소

불 꺼줄 님 어데 갔소 까래눈만 뜯고 뜯소

인간세상 백병중에 상사병은 못하실 병

미운 님아 나의 님아 내 사랑은 언제 오나

미운 님아 나의 님아 내 사랑은 언제 오나

갈바람에 이산저산 불단풍이 불붙소

치마폭에 감춘 사랑 이 가슴에 불이 붙소

내님 오면 곤백번을 찧고 찧을 사랑방아

밤에 낮에 기다리며 눈물 한숨 끝이 없소

미운 님아 나의 님아 내 사랑은 언제 오나

미운 님아 나의 님아 내 사랑은 언제 오나

이렇듯 노래와 춤으로 그리운 사랑을 하소연하다가 다시금 마루줄 당기기를 하게 되는데 두패로 나누어 땅에다 중간 경계선을 긋고 단풍나무를 꽂은후 량편이 갈라서서 줄을 잡는다. 량쪽 패의 지휘가 동시에 "시작"하고 호령내리면 서로가 지휘령에 맞추어 "엿사! 엿사!" 소리치면서 힘을 합쳐 줄을 당긴다. 나중에 이긴 편에서는 복판에서 지휘자를 어깨에 받들어 축처럼 엉켜 돌아가고 진편은 손벽치면서 밖의 둘레를 돌며 북장단에 맞추어 막춤을 춘다. 어깨춤, 엉덩이춤, 토끼춤, 거북춤, 황소춤, 곰춤 등 여러 춤으로 엇돌면서 땀을 쭉 빼고나면 후련해진다. 이쯤 되면 점심식사할 시간이 되여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한편 감주도 마신다. 단풍놀이에서 녀성이라면 누구나 조개떡과 팔굽떡을 한쌍씩 꼭 먹어야 한다는 규례가 있는데 이렇게 먹어야 과부로 되지 않는다는 전설때문이다.

식사가 끝나면 저녁이 가까워오는데 모두 함께 북을 치고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불길이 사그라질 무렵이면 갖고 온 큰 단풍잎에다 저마다 숯불덩이를 골라 담아서는 물우에 띄워보낸다. 마음속에 오래동안 간직해두었던 님에 대한 소망을 외우며 기도를 드린다. 의식이 끝나면 모든 물자들을 수레에 싣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마을을 향한다. 그때 부르던 노래의 가사를 아래서 보기로 한다.

호호백발 살고지고

단풍놀이 불놀이로

내님을랑 불러오니

고개고개 사랑고개

열두고개 넘고넘어

복된 사랑 걸머지고

나를 찾아 오실님아

어화둥둥 내사랑아

호호백발 살고지고

하늘에도 사랑있어

해와달이 안고돈다

인간세상 만사중에

꽃사랑이 으뜸이라

세월세월 동여놓고

님과 함께 살아보세

어화둥둥 내사랑아

호호백발 살고지고

해질녁에 마을밖 넓은 타작마당 같은 자리에 도착하면 또 몇바퀴 춤을 추고난 다음에야 헤여져 집으로 돌아간다.

"단풍놀이"는 가을야영과 흡사하며 주로 젊은 아낙네와 젊은 과부들의 모임으로써 당시 서로 떨어져있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는 놀이로서 역시 이들의 특수한 생활환경속에서 창조된 민속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