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의 풍속
래원:중앙인민방송국      2016-01-04 13:50:00

음력 1월 15일을 정월 보름 혹은 대보름이라 한다. 이날을 또한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한다. 오기일이란 까마귀에게 제사지내는 날이란 말인데 이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전설이 있다.

(신라) 제21대 비처왕(소지왕이라고도 한다.) 즉위 10년 무진(488년)에 왕이 천천정으로 거동하였더니 이때에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었다. 쥐가 사람의 말로 "이 까마귀가 가는 곳으로 따라가 보소서."라고 하였다.

왕이 말탄 군사를 시켜 그뒤를 밟아 쫓아가 보게 하였다. 남쪽으로 한 피촌에 이르러 돼지 두마리가 싸우는것을 머뭇거리면서 구경하다가 그만 까마귀가 간 곳을 놓쳐버렸다. 따르던 군사가 길가에서 방황하고있을 때에 마침 웬 늙은 로인이 못가운데로부터 나와 편지를 드렸다. 편지 겉봉에는 "떼여보면 둘이 죽고 떼여보지 않으면 한사람이 죽는다."고 씌여있었다.

심부름 갔던 자가 돌아와 편지를 바치니 왕이 말하기를 "만약에 두사람이 죽을바에는 편지를 떼지 않고 한사람만이 죽는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때 점치는 관리가 "두사람이란것은 일반백성이요 한사람이란것은 임금이외다."라고 아뢰니 왕이 그럴상 여겨 떼여보니 편지속에 "사금갑(거문고집을 활로 쏘라!)"이라고 씌여있었다. 왕이 대궐로 들어가 거문고집을 보고 쏘니 그속에서 안대궐 불공중과 궁주가 몰래 만나서 간통을 하고있는 판이라 두사람을 처형하였다. 이로부터 나라 풍속에 매년 정월 첫 돼지날과 첫 쥐날과 첫 말날에는 모든 일에 조심하고 기하여 함부로 출입을 하지 않으며 정월 보름날을 까마귀의 기일이라 하여 찰밥을 지어 제사지냈으니 지금까지 이 행사가 있다. 속담에 이를 "달도"라고 하니 이는 구슬프게 모든 일을 금기한다는 뜻이다. 편지가 나온 못을 "서출지"라 하였다.[(新羅)第二十一毗處王(一作炤智王)即位十年戊辰,幸於天泉亭。時有烏與鼠來鳴。鼠作人語云: “此烏去處尋之。” 王命騎士追之,南至避村。兩猪相鬪,留連見之,忽失烏所在,徘徊路傍。時有老翁自池中出奉書,外面題云: “開見二人死, 不開一人死。” 使來獻之。王曰: “與其二人死,莫若不開,但一人死耳。”

日官奏云:“二人者庶民也,一人者王也。” 王然之開見。書中云: “射琴匣。” 王入宮見琴匣射之,乃內殿焚修僧與宮主潜通而所奸也。二人伏誅。自爾國俗,每正月上亥上子上午等日,忌慎百事,不敢動作。以十五日爲烏忌之日,以糯飯祭之,至今行之。俚言怛忉,言悲愁而禁忌百事也。命其他曰書出池。

정월 보름에 이르러 새해의 농사차비가 시작됨으로 농부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희망에 넘치는 감회를 느끼게 된다. 하여 이날엔 이른아침부터 량곡, 옷감, 성축, 밭 등 생활, 생산 수단과 관련되는 허다한 풍속행사들이 진행된다. 설날 아침 농가집의 일군들은 이른새벽에 외양간 혹은 마구간에 들어가 구유나 말검대(말고삐를 매는 가름대)에 바줄로 성축을 매는 시늉을 하면서 "매—매", "호—호"하고 소나 말의 울음소리를 낸다. 어떤 농민들은 밥과 산나물채를 소구유에 쏟아넣고 소가 무엇부터 먹는가를 지켜본다. 산나물채를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 징조이고 밥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 한다.

아이들은 나무장대기로 마당에 4각형을 몇개 그리고나서 장대기끝으로 땅을 뚜지는 시늉을 하며 "이것도 내 땅, 이것도 내 땅."하고 말한다. 땅에 그려놓은 4각형은 되의 형상으로서 량식이 많아질것을 기망하는것이다.

이날 아침 녀성들이 하는 주요행사는 "실꿰치(연변방언)"와 떡닭, 떡돼지 등을 만드는것이다. 실꿰치는 수수대껍질과 속대를 리용하여 사슬모양으로 만든것인데 그것을 여라문개 만들어서 집안벽에 못을 박고 걸어놓거나 줄을 가로 늘이고 주렁주렁 걸어놓는다. 그러면 삼이 잘된다고 한다. 떡닭, 떡돼지라는것은 떡가루를 반죽하여 만든것인데 닭, 오리, 돼지, 소, 말 같은 가금, 가축을 빚어서 실로 꿰여 처마밑에 달아맨다. 이것은 가금, 가축이 잘되기를 비는 풍속이다. 실꿰치와 떡닭, 떡돼지 등은 2월 초하루날에 내려서 부엌아궁이에 넣어 소각한다.

보름날 아침밥을 지을 때 길림성 영길현 강밀봉진에 사는 강원도와 경상도 사람들은 싸리나무로 불을 땐다. 그것은 "싸리"의 발음이 "쌀"과 비슷하므로 쌀이 많아짐을 상징하는것이다. 연변일대에 거주하는 함경도사람들은 이날 첫새벽에 일어나 참나무로 불을 땐다. 이글이글 타는 불덩이를 12개 집어내여 부뚜막에 한줄로 놓는다. 첫번째 불덩이를 1월달로 하고 나머지는 배렬된 순서에 따라 어느달이라 한다. 어느 불덩이의 불이 인차 꺼져서 숯이 되면 해당되는 달에 장마가 진다고 한다.

정월 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날밤, 호두, 잣, 개암 같은것을 깨물어먹는데 이것을 부름이라 한다. 이런 굳은 껍질이 있는 과실들은 자기 나이만큼 깨먹으며 여러번 깨물지 않고 단번에 깨무는것이 좋다고 한다. 깨물 때 "일년 내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주십사."하고 기원한다. 길림성 영길현 강밀봉진 하강촌의 조선족들은 이때에 치아에 좋아지라고 엿을 먹는데 그 엿을 "이박이엿"이라 한다. 또한 이 마을의 어떤 집에서는 아침에 콩을 볶아 방안 네 구석에 뿌린다. 그러면 아이들이 방구석을 기여다니며 "딱장 잡자, 거저리 잡자."하며 널려있는 콩알을 주어먹는다. 그러면 집안에 벌레가 끼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농부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으면 흔히 꿈이야기를 한다. 지난 밤에 6축(六畜)을 보았거나 풍년꿈을 꾸면 그해에 가축사양과 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일부 지방에서는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나서 양재기를 들고 집집이 다니며 음식을 조금씩 빌어온후 방아간에 들어가 방아에 걸터앉아 먹는다. 그러면 그해에 먹을것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보름날엔 설떡이 좋다 하여 흔히 설날에 만들어두었던 떡을 먹으며 반찬으로는 산나물채를 빼놓지 않고 먹는다. 내몽골 울란호트시에 사는 조선족녀성들은 이날 아침에 아주까리잎으로 밥을 싸먹는데 그러면 꿩알을 많이 줏는다고 한다.

보름날 아침에는 남녀로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귀밝이술을 한잔씩 마신다.

보름날의 전통음식은 찰밥 혹은 오곡밥이다. 보름날에 찰밥을 먹는 습속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서술한 오기일 전설에서 밝혀져있고 오곡밥을 먹는 습속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는데 역시 오기일전설과 관련된다.

정월 15일날 비처왕은 까마귀 덕분에 안대궐의 불공중에게 피살될번한 액운을 면하게 되자 까마귀의 구명 은공에 보답하고저 매년 정월 보름날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기로 결정하고 문무백관들에게 까마귀가 무슨 곡식을 가장 즐기는가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누구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할수없이 쌀, 보리, 조, 기장, 콩 등 다섯가지 알곡을 한데 섞어 오곡밥을 지어 제물로 삼았다고 한다.

정월 보름날에 찰밥이나 오곡밥을 먹는 풍습은 지금도 중국 조선족가운데서 전해지고있다. 찰밥을 지을 경우에는 흔히 대추, 팥 따위를 섞어 짓고 오곡밥을 지을 경우에는 입쌀, 수수, 옥수수, 팥, 콩 등 알곡을 섞어서 짓는다.

정월 보름의 전통적민속놀이로는 줄다리기, 망월(望月), 달집태우기, 놋다리밟기, 고싸움놀이, 차전, 석전, 나무쇠싸움, 홰불싸움, 연띄우기, 윷놀이, 다리밟기 등이 있고 중국 조선족의 보름날 민속놀이에는 주로 성주풀이, 망월(달맞이), 다리밟기, 얼음판딩굴기, 윷놀이, 홰불싸움, 연띄우기, 줄다리기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 몇가지만 소개하고저 한다.

① 성주풀이

성주풀이는 길림성 안도현 장흥향 신툰촌에서 장기간 진행하였는데 그 방법은 아래와 같다.

농악대가 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여러 집을 찾아다닌다. 매 집 앞마당에 이르러 "이 집 문 좀 여소, 문 안 열면 안 간다오."고 한다. 그러면 그 집에서 접시에 참기름이나 콩기름을 담아 심지를 만들어놓고 불을 단다. 그다음 대야에 쌀을 담고 등잔을 그우에 놓고 밖으로 들고 나와 마당에 상을 펴고 거기에 놓는다. 그러면 농악대 성원중의 한사람이 그앞에 나서서 장단에 맞추어 아래와 같은 말로 그 집을 위해 축원한다.

일년은 열두달

과년은 열석달

매년 매달을

하루같이 넘기소서

인심좋은 이 댁에서

아들애를 낳거덜랑

정승, 감사가 되게 하고

딸애를 낳거덜랑

효부렬녀 마련하소

……

농악대는 마당 복판에 놓은 상을 둘러싸고 한바탕 춤을 추다가 다음 집으로 간다.

② 망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구경하는것을 망월 혹은 달맞이라고 한다. 마을밖 널직한 공지를 선택하여 서까래 같은 통나무 10여대를 한데 모아 웃부분을 ×형으로 묶고 밑둥을 원형으로 벌려세우고 아래로부터 우로 올라가며 새끼로 몇돌림을 얽어맨다. 그리고는 소나무가지 혹은 짚을 아래로부터 우로 올리 쌓는다. 이것을 달집이라 한다. 이렇게 해놓고 달이 뜰무렵이 되면 산꼭대기, 언덕바지 혹은 나무우에 올라가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새해의 첫 보름달을 보면 그해의 운수가 좋다 하여 사람들은 너나없이 망월을 하는데 특히 젊은이들은 일년에 한번밖에 없는 그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는다. 일단 보름달이 산정에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하면 그 순간을 기다리고있던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어 "망월이다!", "달을 봤다!", "달이 뜬다!"하고 함성을 지른다. 해가 다 지기전에 달이 뜨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달집태우기만 한다. 그러면 달집곁에 대기하고있던 사람들은 그와 같이 함성을 지르며 달집에 불을 단다. 달집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둘러싸고 춤추고 노래부르며 술도 마신다. 어떤 지방에서는 이때 흥을 돋구기 위해 농악까지 울린다.

③ 다리밟기

다리밟기를 답교(踏橋)라고 한다. 정월 대보름날 달밤에 다리밟기를 하면 일년 내내 다리가 튼튼하고 무사하다고 한다. 조선반도에서는 고려시기부터 다리밟기습속이 성행되였는데 그 방식은 지방에 따라 다르다. 있는 다리를 모조리 건느기도 하고 일년 12달의 액을 막는다 하여 열두다리만을 건느기도 하고 다리 셋만을 건느기도 하며 큰 다리 하나만을 건느기도 한다. 빈몸으로 건너기도 하고 무동이라고 해서 소년을 로인의 어깨우에 올려놓고 건느기도 한다.

중국 조선족은 달맞이가 끝난 뒤 마을안과 부근의 크고작은 다리를 모조리 찾아다니며 건는다. 이런 습속은 주로 료녕성 환인현 야하조선족향과 흑룡강성 상지시 하동향 등 지방에서 성행하였다.

다리밟기는 본디 중국의 습속으로서 일찍 한조(漢朝)때부터 시작되였으며 청나라때에까지도 북경일대에서는 성행하였다.

조선민족은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모두 정월 보름날 밤에 다리밟기를 하지만 중국의 한족들은 정월 초하루날에 하였다.

④ 얼음판딩굴기

달맞이가 끝나거나 다리밟기가 끝나면 강에 나가 얼음판우에서 실컷 딩군다. 그러면 허리 아픈 병이 다 떨어진다고 한다. 한어에서 얼음 빙(冰)자는 병(病)자의 발음과 비슷하므로 얼음판에서 딩구는것은 병을 털어버림을 상징하는것이다. 이것은 한족의 풍속을 모방한것으로서 료녕성 환인현 야하조선족향 일대에서 성행하였다.

⑤ 윷놀이

정월 보름날의 여러가지 민속놀이가운데서 지금까지 성행되고있는것은 윷놀이이다. 매년 정월 보름이 되면 대부분 조선족마을에서는 로인협회를 중심으로 하여 마을의 중년, 로년의 남녀들을 조직하여 윷놀이시합을 벌린다. 그리고는 연회를 베풀고 춤추고 노래부르며 즐겁게 논다. 도시에 사는 조선족들도 윷놀이시합을 하거나 무도회를 조직하여 즐겁게 보낸다.

연길시같은 도시에서는 조선족과 한족들을 망라한 마라손경주를 벌리여 보름행사를 더욱 의의있게 하고있다. 지난날에 조선반도 혹은 중국에서 하였던 줄다리기, 고싸움놀이, 차전 같은 놀이들은 정월 보름에는 진행하지 않으나 민속절 같은 때에 경기종목 혹은 연기종목으로 진행하고있다.

길림성 반석현 반석진과 이 현의 조선족농촌에서는 정월 보름날에 처마밑, 창고 같은데 초롱불을 달고 장등(밤새껏 불을 밝히는것.)을 하는 습속이 있다. 이것은 옛날 정월 보름에 하였던 연등회의 유습이라 할수 있다.

(3) 16일의 풍속

정월 16일을 까막닭이날이라고 한다. 이른아침에 오곡밥을 지어 일부분을 소구유에 놓고 또 일부분을 외양간뒤에 뿌리여 까막까치가 먹게 한다. 까막닭이날에 일을 하면 까마귀가 옥수수를 다 쪼아먹는다 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식한다. 길림성 장백조선족자치현일대에서는 이날 아침 식전에 까마귀가 지붕우를 날아지나가면 불길하다 하여 날밝기전에 아침밥을 지어먹으며 이날엔 아무데도 놀러 가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이렇게 한다.

(4) 보름명절금기

① 정월 14일날 집에 손님이 오면 밥은 대접하나 물은 떠주지 않는다. 손님에게 물을 떠주면 품앗이를 할 때 비를 맞는다고 한다.

② 14일날 아침 키작은 사람이 먼저 집으로 들어오면 그해에 삼이 잘 안된다고 한다.

③ 정월 보름날 아침에 찬물을 마시면 소낙비를 자주 맞게 되고 고추가루나 김치를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부스럼이 자주 생긴다고 한다.

④ 까막닭이날에 녀자들이 머리를 빗으면 까마귀가 강냉이를 긁는다고 한다.

음력설에서의 "설"이란 명칭의 어원을 설명할 때 정월에는 모든 일에 조심하는 고대풍속에 대해 이미 언급하였다. 정월 보름 명절기간의 여러가지 금기풍속은 바로 그러한 근신(謹慎)관념에서 산생된 풍습인것이다.